세계적 불평등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노벨경제학상(2001년)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5)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그동안 불평등과 시장의 힘, 특히 독점자본의 힘에 너무 적은 관심을 뒀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유럽처럼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중요하다. 개방되고 혁신적 사회와 시민들의 연대가 요구된다”며 북유럽식 모델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왜 미국의 자산 불평등이 심하고, 성장 속도가 떨어졌는지 관련 책을 쓰기 위해 스페인 카다케스에 머무는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미신이다”며 시장경쟁과 효율 위주인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했다.
스티글리츠는 최근 통계를 인용해 “예전에는 각 세대가 이전세대보다 나았지만 최근 통계는 50%만 부모세대보다 나아질 것이고, 50%는 같거나 못할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바닥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는 진실이 아니다”며 “바닥에서 태어났다면 바닥에 남을 가능성이 크고, 상류층에서 태어났으면 상류층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약화되고 ‘수저계급론’이 득세하는 한국 사회에도 울림이 큰 대목이다...(중략)...
- 중산층의 붕괴가 초고소득층 부의 증가 때문인가.
“미국에서는 노동조합을 탄압해왔다. 그래서 중산층의 보호자는 힘이 약해졌다.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에게 더 많은 보수를 줘서 ‘수퍼리치’는 더 많은 돈을 받게 했다. 이는 생산적인 노동자들에게 투자할 돈은 줄이고,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적은 돈을 주게 만들었다.”
-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도덕적인 문제며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대격차(Great Divide) 시대’에 우리는 인기영합 정치인들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나의 책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평등 문제에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예컨대 트럼프 같은 사람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허상인가.
“그렇다. 나는 농담으로 ‘낙수효과가 있다면 부자들에게 돈을 주어 흘러내리도록 하겠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다. 사실은 지난 40년간 하위 90%의 평균소득은 거의 정체돼 있다. 반면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졌다. 간격은 더 확대되고 있다.”
-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낙수효과가 아니라 중산층을 키워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기본 철학은 절대적으로 옳다. 모든 성공적인 경제는 중산층을 확대해서였다. 미국식 낙수효과 경제는 실패했다. 분수효과는 가능하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을 때 그렇다. 대공황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랬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때 중산층의 소득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은 방식이다. 특별히 마켓파워가 있고 잘 조직된 한국의 경우에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나는 시간당 15달러를 지지한다. 현재의 2배 수준이다. 미국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만이 단하나의 길은 아니다. 중산층에 소득세 공제나 정부보조금을 늘려서 임금에 더해주는 방식이 있다.”
- 청년 일자리 부족과 관련해 한국은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국내 논란이 있다.
“만약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정부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정부가 사회의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은 간접적인 조치를 취한다. 총수요가 부족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인도는 한국보다 훨씬 더 가난한 나라다. 그런데 고용보장시스템을 운용한다. 8억명에 대해 1년에 100일 고용을 보장한다. 한국처럼 더 잘 조직된 나라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단순히 땅파기가 아니라 더 생산적인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또 젊은이들이 노년층보다 좀더 생산적이 되기를 바란다면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자리는 인적자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젊은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그들의 기술과 미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부담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 사회를 위한 공헌이 될 것이다.”...(후략)...
낙수효과가 허구라는것과 최저임금제의 타당성까지 아주 대단한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