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가위 눌린 이야기들도 제법 많은 것 같아 처음으로 가입하고 경험담 올립니다.
대략 16~17년 전 있었던 일이네요. 그런데 아직까지 생각만 해도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군에 가기 전 성적이 좋지 않아 조기복학을 했지만 갑자기 집안 사정이 나빠져 휴학을 하게 되었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IMF 여파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 곳에서 오래 하진 못했죠.
그래도 돈을 모아 복학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죽어라 일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예비군훈련 통지서가 날아왔는데
학교를 다녔다면 학교예비군에 편성됐어야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던 때라
동원예비군에 편성돼 부산에서 3박4일을 꼬박 있었어야 했습니다. 워낙 힘든 일을 해서 그랬는지
오히려 휴가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동원예비군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훈련 받는 내내 좀 따분합니다. 생판 처음 사람들과 말 섞기도 그렇고...
그렇게 서먹서먹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이틀 째 날이었습니다.
이런저런 훈련을 하며 하루를 마치고
하는 거 없이 피곤하네... 이런 기분을 느끼며 침상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마치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듯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제 발바닥을 때립니다.
손바닥으로 제 오른쪽 발바닥을 탁하고 세게 때립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번엔 손등으로 제 왼쪽 발바닥을 때립니다.
처음엔 누군가 장난을 치나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다시 잠들기로 했는데
이번엔 그 때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이런 속도가 날 수 있나?
그나저나 어떤 XX인지 몰라도 장난이 너무 심한데? 생각하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안움직입니다.
양 손이 번갈아가며 발목에서 부터 위로 다리를 천천히 짚어 가며 올라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싶었죠. 왜냐하면 정신이 약간 돌아왔을 때 든 생각이
내 자리는 1층도 아니고 2층 침상인데... 쭉 뻗은 다리 쪽으로는 관물대 밖엔 없는데...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그러던 중 이번엔 그 앙상하게 느껴지는 손들이 양 팔로 옮겨옵니다.
하체와 허리는 어떤 무게로 눌려있고 손이 점점 양 팔을 천천히 짚어가며 올라오더니
어깨를 믿을 수 없는 힘으로 꽉 눌러버리는데... 사람이 이렇게도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위에서 날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 긴 머리카락이
제 얼굴을 여러번 스쳐갑니다. 긴 손톱이 목을 간지럽히고... 몸 전체는 제압되어 있고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꿈틀댔습니다.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데 소리도 안나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계속 꿈틀대고 입을 씰룩거리다가 마침내 소리를 내질렀는데
부울치임버언~~~~~~~~불침번~~~~불침번~~~~~!!!!!!!!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건물 전체가 불이 켜지고 불침번 뿐만 아니라 당직사관(?), 다른 내무실에 있던
예비군들까지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며 웅성댔습니다.
그 통에 눌렸던 가위는 사라지고 저는 몰려왔던 분들께 연신 죄송하다 말씀드렸습니다.
중얼중얼 욕하시는 분도 있었고 괜찮냐면서 안부를 묻는 분도 있었고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이 나고 다시 불이 꺼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쉽게 누울 수 없었습니다. 힘든 일만 하다보니 기가 허약해졌나보다.. 가위도 눌리고.. 참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발바닥을 쓰다듬는데... 헉! 얼얼하고 뜨끈뜨끈한겁니다. 무서워서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그 때 저랑 같은 내무실 썼던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시 복학하려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청년이 무리하다 보니 허약해져서 그런거라고
지금이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되게 무서운 경험이었는데 글이 약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