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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귀신
게시물ID : panic_109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나던사람
추천 : 25
조회수 : 3532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1/01/23 01:15:48
안녕하세요 

어제 새벽에 동물의피 님(개인적으로 팬입니다. 거의 이님글만 읽어요)의 싸이코 패스 관련글을 보고

교도소에서 군복무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던 사람입니다.

저번글에 썼던대로 저는 교도소 지키는 '경비교도대'라는 곳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교도소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막 폭력적이고 이런곳은 아닙니다만, 확실히 폐쇄적인 곳입니다.

교도소 주벽에 있는 정문 한번 열려고 하면(작은문 말고 큰문) 계장급 직원(6급공무원)을 포함한 직원이 

우루루 나오고

경비교도대원 중에 기동타격대 배치되어있는 대원들 6~10명이 계호를 나옵니다. 

작은문은 24시간 교정공무원 1명에 경비교도대원 상교(상병)이상급 1명이 지키며 한명한명 얼굴을 

확인하기 때문에 괜찮지만(원래 작대기 하나가 주로 근무를 섰었지만 다른 교도소에서 탈주사건이 한번

있었습니다. 짬밥안되는 애가 직원이 조는 사이에 수용자인줄 모르고 문을 열어줬던거죠. 원래는 이게 말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보통 수용자가 정문에 도달하려면 대원 배치된 문을 최소 두개는 지나야 되거든요. 저희 소

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어찌어찌 이렇게 됐나봐요.)

큰문은 버스가 들어올정도로 커서 재빨리 여닫을수 없기 때문에 탈주를 대비하여 굉장히 삼엄합니다.

이 문을 열때는 8급공무원이 고무탄 혹은 가스탄 장착한 총을 1정 휴대하고,

7급공무원이 실탄 장착한 권총을 1정 소지하며 

일교(일병) 꺾인급 이상의 경비교도대원도 K2 1정에 실탄 5발을 수령하여 계호합니다.

다른 소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희 소는 반드시 이 FM을 지키고 이때만큼은 분위기 정말 살벌합니다.

아무튼 이만큼 큰문 한번 여는것도 진짜 살벌할 정도로 폐쇄적입니다. 

그러다보니 밤이 되면 분위기 죽입니다. 귀신이 나오는 것보다 안나오는게 이상한 그런 분위기?

교도소는 취침시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홉시만 되도 굉장히 조용합니다. 비오고 안개끼고 하면 진짜...

근무들어가기 싫어요.............

어쨌든 교도소 영화 보면 감시탑 같은거 보신적 있죠? 누가 탈옥하면 이 감시탑에서 막 써치라이트

쏘고 총쏘고 하잖습니까. 이 감시대에 경비교도대가 24시간 교대로 근무를 서게 되있습니다.

그런데 이 감시대가 골때리는게... 아파트 3~4층 정도 높이인데(소 규모에 따라 다름) 이게 근무서는

저희도 여기 갇혀있습니다. 근무교대를 하고 나가는 대원이 감시탑 제일 윗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1층에 내려가서 자물쇠로 한번 더 잠급니다. 똥이 마렵던 뭐 숨이 넘어가던 한번 근무에 들어가면

교대자가 오거나 인터폰을 쳐서 사람이 오지 않는 이상 그냥 갇혀있는 겁니다.(그래서 저희소는 똥통이 있었어요ㅜㅜ)

문제는 이게 1인 근무라서 워낙에 자살사고가 많았어요.(병력이 워낙 모자라서 2인 배치가 불가능 했습니다. 법무부에서 국방부 인원을 빌려쓰는 거다보니 예산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자세히는 모름.) 

이런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경교대는 내무생활이 빡셉니다. 

살벌한 현장에 있다보니까 군기를 좀 빡세게 잡죠. 한마디로 구타가 심해요.

군번줄도 못하게 되있습니다. 수용자가 달려들어서 목을 조를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워낙 인간막장들이 많다보니까 난동진압 해야하는 일도 많고 그로인해 다치는 일도 많습니다.

저역시 수용자가 휘두른 철제의자에 맞아서 어깨를 다치거나 단체목욕중 다른 수용자를 공격하는 수용자와

격투를 벌이다가 코뼈에 금이가서 휴가 연기된적 있음ㅡㅜ(다친얼굴로는 안내보냄)

이런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보니까 감시대위에서 총으로 자살시도 하는 사람. 목메다는 사람. 자살사고가 많습니다.

이런 감시대에 야간근무 4번초(밤 12시에서 새벽2시)5번초(새벽 2시에서 4시)를 들어가는데 비오고 

안개끼고 이러면 진짜 근무들어가기 싫어지는 분위기가 된답니다. 

이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인데. 감시대는 위로만 삐죽하게 올라와 있는게 아닙니다. 지하로도 이어집

니다. 그리고 그 지하에 감방이 있어요. 전쟁발발시에 수용자들을 여기로 대피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규모가 꽤 크고 깊습니다.(저도 무서워서 그냥 지하 끝에서 방들 쭉 있는 것만 보고 끝까지 안들어가

봤어요. 진짜 끝이 안보이는데 전등하나 없어서 후레쉬로 비추며 들어가야됨.) 

근데 말이 대피소지.... 막 20년 전에는 문제수들을 이곳에 끌고와서 가둬놓거나 데려와서 

고문을 하거나......... 사형을 시켰습니다.(저희소는 사형장이 지하에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군복무 할때는 이미 철거되서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교도관분들한테 들은 얘기일뿐.)

자 상상해 봅시다. 비오고 안개끼는 새벽 두시에 아파트 3~4층 높이에 혼자 갇혀있는데, 지하는 사형장이

었을지도 모르며 고문을 받다가 사람이 죽어나가던 곳이었다..........

말로해선 상상이 잘 안가실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후덜덜합니다. 이런 분위기 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도 그렇고 애들이 근무서면서 환청을 듣거나 헛것을 보는일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솔직히 감시대 위에

되게 좁은데 거기서 누가 자살했었다. 거기 밤에 혼자있기 싫지않겠어요? 미친듯이 예민해지는거죠.

저희 소에는 감시대가 여섯개 있었는데(이것도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각 감시대마다 귀신이 다 다릅니다.

계단 올라오는 귀신. 하반신없이 총들고 우는 경비교도대원 귀신. 졸고있으면 얼굴 바로앞에서 빤-히

쳐다보는 여자. 애기 울음소리.

저같은 경우는 다른건 경험하지 못했고 계단 올라오는 소리는 분명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 근무를 들어갔는데 저도 짬밥이 은근히 찼을때라서 좀 방심했나 봅니다. 진짜 그러면 안되는데

살짝 졸았습니다.(이래서 신창원도 탈옥이 가능했었죠. 당시 감시대원들 모조리 영창 갔었다고 들었습니다)

감시대를 올라오는 계단이 철로된 계단인데 갑자기 '"탕탕탕탕!~"하고 발소리가 들리면서 

누가 뛰어올라오는 겁니다.(철로된 계단 워커로 밞는 특유의 소리)

긴 원기둥 모양이라 소리가 울려서 크게 들리기 때문에 그 소리는 놓칠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소리를 듣자마자 소스라치게 일어나면서 'X됐구나!!'싶었습니다. 다음 근무자가 저보다 고참이

배치되었는데 멀리서 오면 충!성! 해야 됩니다. 근데 쳐졸다가 그걸 놓친거죠. 

아... 근무끝나고 내일아침 연탄장 끌려가서 줘터지겠구나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아 X됐구나! 하는 순간에도 탕탕탕탕 하고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갑자기 그소리가 뚝 끊기고

아무소리도 안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후레쉬를 조심스레 비쳐봤는데... 제가 확인할수 있는 시야내의 계단까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손목시계를 확인했더니 근무교대까지는 50분 정도 남아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의아해진 저는 근무교대가 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1감시대에 인터폰을 쳤습니다.

"어 철수야(가명). 소대장님이나 누구 순시 도냐? 구내(주벽안쪽)로 누구들어왔어?"

"아닙니다. 소대장님 순시 도시면 당직 행정병이 당연히 인터폰쳐서 알려주지 말입니다."

"어............그래?.... 알았다. 수고."

감시대는 행정병보다 고참도 올라가기 때문에 소대장 순시때 근무지적 날까봐 미리 알려줍니다.  

아무튼 저는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이 안되었습니다. 소대장님도 아니다?

소리가 워낙에 크고 확실했기 때문에 뭐 

'귀신인가?' 이런 생각 조차도 안들고 '누구지? 누가 올라오다 말고 중간에 서있는거지?'

이런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보다 고참이거나 누가 저를 골려주고 갈구려고 장난 치는줄

알아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10분쯤 지나자 더럭 겁이 났습니다. 5번초근무 새벽 3시에 

근무자외에는 출입불가능한 정문으로 들어와서 저를 골려주려고 보안과에서 키를 수령하여 

계단을 올라오다 말고 중간에 서있다? 이게 가능할리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겁니다.

(정문은 직원 배치도 있기 때문에 암만 최고참이라도 못들어오며 보안과에서 키수령은 직원 허가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맘대로 키를 가져나오는건 불가능 합니다. 심지어 직원이라도 담당이 아니면 키는 못만짐)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후레쉬로 아래를 비쳐볼 엄두도 안났습니다.

후레쉬 불빛에 뭐가 비쳐지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을것 같더라구요. 그때부터 10년같은 1분 1분이 지났습니다.

진짜 온몸의 솜털까지 일어서서 불어오는 바람, 풀잎 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기분이 왠지 뭔가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기분도 들고 정말 더러웠습니다. 

그렇게 50 여분이 지나고 근무교대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1감시대에서 충!성!- 하는 소리가 길게 울리는 것을 들으며 아 누군가 온다. 고참이던 뭐던 제발 빨리

와라~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순간에 진짜 제 바로밑쪽 계단에서

탕탕탕탕탕탕!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중간까지 올라오던 놈이 마저 올라오는 소리였습니다. 

정말 심장이 발뒷꿈치를 치고 올라오는줄 알았습니다.

긴장이 풀어지려던 순간 저도 모르게 으악! 하고 소릴 질렀습니다. 

그순간 어디서 바람소리에 섞여서 희미하게 "킥....."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근무교대자가 보안과에서 근무신고하고 들어오는 2~3분이 

백년처럼 느껴지더군요. 근무교대온 고참이 "수고했다. 특이사항 없지?" 하는데

저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얘길 했다간 애새끼들 군기 빠졌다고 집합걸릴수도 있거든요.

워낙에 이런 일이 한달에 한두번씩 있다보니까 되게 민감합니다. 자기들도 이얘기 듣고 근무서기 싫으니까요.

내려오는 동안 샅샅히 살펴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건 환청이 들렸던 그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네시에 같은 감시대에 또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죠.

휴. 다썼어요. 워낙 교도소 시스템이 일반적으로 알려져있지 않다보니까 쓸데없이 설명하는 것도 많고 해서

괜히 길어졌네요.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이딴 일이야 1년10개월 동안 쌓이고 쌓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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