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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시
게시물ID : freeboard_1085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나윙
추천 : 2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4 04:12:36
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다 
어둠과 어둠 속으로만 떠돌던 나를 
그래도 절뚝거리며 따라와주어서 고맙다 

나 대신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친 일과 
나 대신 군홧발에 짓이겨진 일은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가정법원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너 혼자 울면서 재판 받게 한 일 또한 미안하지만 
이제 등에 진 짐은 다 버리고 
신발도 지갑마저도 다 던져버리고
가볍게 길을 떠나라 

그동안 너는 밥값도 내지 않고 내 밥을 먹었으나 
이제 와서 내가 밥값을 받아서 무엇하겠니 
굳이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뒤돌아서서 손 흔들지 말고 
가라 

인간이 사는 곳보다 
새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어린 나뭇가지에서 어린 나뭇가지로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의 그림자가 돼라 

 - 내 그림자에게,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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