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일종의 복수이고, 복수는 복수를 낳고, 이것은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고, 그래서 사형에 반대한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복수의 사전적인 뜻부터 살펴보면 그것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받았던 상처나 고통, 원한 따위를 되돌려 갚음이다.
자신의 상처를 되돌려 갚는다는 복수는 일반적으로 나쁜 것인 반면,
그 상처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한다는 의미인 관용은 일반적으로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타인의 잘못에 고의가 없거나 고의가 있더라고 진실한 사과를 빌었을때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타인이 자신에게 고의로 피해를 입히고, 심지어 반성도 사과도 없는데 자신은 무슨 대인배인양 그 사람을 용서한다고 하는 것은 의롭기는 커녕 오히려 비겁하고 멍청한 위선으로 보인다.
그것은 선이나 관용 아니라 악의 방관이고 회피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복수는 정당하고 심지어 필요하다.
물론 방법에 문제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예컨데 집을 불질러 버린다거나 하는 것은 여러모로 틀린 행위다.
그러나 복수의 사전적인 뜻만 보면,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람을 법앞에 세우는 것도 복수다.
그 사람을 법앞에서 자신의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하는 것도 복수인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처벌에 사형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사형시키는 것이 복수라면, 그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징역시키는 것도 복수다.
그러니까 사형을 천부인권이나 기타 자체적인 문제 때문에 찬성하고 반대한다면 이해가 가는데
사형은 복수이기 때문에 안되는데, 무기징역은 복수가 아니기 때문에 된다는 주장은 사실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것때문이라면 사형은 정당하다.
그것때문에 사형이 부당하다면 징역도 부당한 것이다.
심지어 때로는 법앞에 공적인 복수가 아닌 사사로운 복수도 정당할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적인 처벌을 공권력이 불순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막거나 방해하는 경우, 사사로운 처벌은 정당하다고 본다.
그것은 최악의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자신이 가진것을 희생하고 벌이는 최후의 처절한 발악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역겹고 쓰레기같은 악적인 존재가 있다면, 시필귀정 정당한 처벌을 함부로 자기이로운데로 방해하여(심지어 시민들로 부터 부여받은 힘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저런 상황으로 내모는 부당한 공권력자와, 그리고 거기에 빌붙어 자신에게의 마땅한 처벌을 거부하고 심지어 떳떳하게 면해보려고 까지 하는 파렴치한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