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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처자에요. 서러웠던 오늘..
게시물ID : gomin_1100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뽐므봉봉
추천 : 6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5/26 05:00:14
저는 그냥 평범한 스물일곱살 여자에요.
 
취업떄문에 고향멀리 서울까지 올라와서 회사생활한지 3년정도 되었구요.
 
그냥 그림그리는 일 하는 평범한 여자에요.  일이 힘들긴 하지만 나름 그래도 어릴적부터 하고싶었던.
 
그림그리는 일로 먹고사는 . 어찌보면 그래도 나름 꿈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벌이가 아주 좋은것도, 환경이 아주 좋은건 아니지만요.
 
저는 한달전쯤 다리를 다쳐서 . 집에서 재택근무하고있어요.
 
혼자 있어서 그런지 챙겨줄 만한 사람도 없고.  처음 다쳤을때도 회사에서 야근하고 밤 12시에 겨우 막차타고 들어와서 앉아있다가
 
에휴 씻어야지 하고 일어나는 순간 핑 하고 어지러워서 쓰러지면서 발목을 크게 접질렀어요 .
 
부어오르는 발 보면서 월급전이라 병원갈 돈은 없고 어쩌지 어쩌지 하며 울다가
 
겨우 119불러서 응급실 가고.. 치료받고 다음날 계좌로 보내드리기로 하고 그렇게 뭐. .. ㅎㅎ 다리 다친 첫날은 일어 서는것 조차도 힘들어서
 
화장실 한번 가려고 일어설때마다 엉엉 울고 화장실가서 볼일보고 일어서서 또 울고 그랬어요. 내가 지금 이렇게 아파서 울고있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
 
난 그냥 평범한 스물일곱살 여자에요.  이 게시판에 글 남기는건 처음이네요.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싶어요.
 
오늘 중구구민회관에서 친한친구의 경기가 있어서 비오는날 다리가 불편하지만 힘겹게 동대문까지 가서 친구가 경기하는 모습도 보고, 
 
수상하는 모습까지 보고 기분좋게 집으로 향하려던 참이 였어요 . 역시 다리가 불편하니 계단보다는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그리하였지요 .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길이 너무 복잡하고 새로생긴 ddp라는곳도 처음이고 지하철 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는 상황인거에요.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 비에 젖은 붕대발은 불편하고.. 아프고..  더이상의 모험은 안될 것 같았어요. 지나가는 사람은 많으니
 
누구든 잡고 길을 물었죠. 처음엔 아기를 안은 한 부부였어요. 아기를 안은 젊은 여자에게 저기요. 하고 말을 걸었어요.
 
마치 제가 투명인간인양 쳐다보지도 않고 정면만 응시하며 가더라고요 . 못들었나 싶어서 저기.. 하며 어깨를 터치?하며 
 
"지하철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해요? " 하고 묻는데도 쳐다보지도 않고 가더군요. 아니 뭐..지..
 
뒤따라오던 여자의 남편이 자기 아내의 태도에 자신도 난처했는지 아내의 걸음에 맞춰 걸으면서 제게 대충 저쪽으로 가면 되실것같다고 알려주더군요.
 
우선 남자가 알려준대로 방향을 향했는데 걷는내내 기분이 이상한거에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나. 아니면 도인를 아십니까라던지
 
이런걸로 오해했나.. 싶고 기분도 나쁘고.. 남자가 알려준길로 갔지만 그곳은 ㅋㅋ 아니였어요 잘못알려준거죠;;
 
어쩔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이번엔 제 또래의 젊은 여자였어요 .
 
아니근데 이 여자도 제 말을 씹고 그냥. 갈길을 가더군요. 원래 이렇게 세상이 삭막한가? 발은 아프고. 괜히 눈물도핑돌고.
 
이 서울땅에 혼자 사는것도 서럽고 발도 아픈데 괜히 눈물 핑돌더라고요. 자기연민은 금지지만... 그냥 그 상황에서만큼은 괜히 서글펐어요..
 
평소보다 많은 걸음을 해서 발은 아려오고.. 빗물때문에 축축하고 덥고 .. 복잡하고 .. 또 다른 여자에게 용기내어
 
"저기 죄송하지만 지하철쪽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하나요?"길을 물었는데.. 역시나 정면만 응시하며 걷더라구요.
 
하도 화가나고 해서 "저 도인같은거 아니거든요?! 지하철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만 좀 알려달라구요. " 하고 말했어요.  
 
이사람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저쪽으로 나가면 된다고 그제서야 알려주더라고요. 
 
기분이야 어떻든 우선 고맙다고 말하고 알려준 대로 향했습니다. 지하철로 가는 길이 맞더군요. 걷는내내 많은 생각 들었어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27년을 살면서 그렇게 무심하게 살지 않았어요. 친구들은 나더러 오지랖그만 부리라고 할정도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호의?
 
내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때 모른척 한적은 없었어요. 그렇게 살아왔어요 난.
 
어릴적부터. 놀이터에서 놀다가 지갑을 주워도 경찰서에 가져다주고. 대학시절 책방에서 아르바이트할때 책 사이에서 나온 이십만원도
 
그대로 대여이력 조회해서 주인 꼭 찾아주었었고, 그런 나를 주위 사람들은 바보냐고, 넌 너무 세상물정모른다 라던지. 한심하단듯이 말했었죠.
 
지금도. 그냥 길 걷다가 혹은 출근길에 무거운끌차 들고 계단오르는 어르신 보면 같이 들어드리다가 노끈에 손이 베인적도 있었고,
 
막차 직전의 퇴근길에 차가 끊길라 총총걸음으로 걷다가도 길바닥에 술과 토사물에 떡이되서 쓰러져있는 여자를 타일러서 겨우 집에 보낸적도 정말!! 많았고,
 
오랫동안 커트머리로 살다가 저도 웨이브라는걸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2년간 기른 머리도 소아암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를 알게되서 ㅋㅋ 주저없이 다시 커트로 자르기도 했고요.
 
누군가가 나를 필요할때 아니면 내가 봐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때 주저 한 적이 결코 없어요.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정작. 내가 정말 도움이 필요할때 아무도 쉬이 도와주질 않네요. 세상 정말. 삭막하다고 느꼈습니다. 아픈데도.. 혼자고..
 
거동이 불편한데도 혼자있으니 잘 챙겨먹지도 못하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 괜히 아파서 더 서러운것 같아요 ㅋㅋ
 
괜히 이 빌어먹을 도인새끼들ㅃㅃㄲㅃ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말 길을 헤매는 사람들이 난처 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고,
 
그냥. 많은 생각 드네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오는동안에도 제 발에 깁스가 뻔히 보여도 아무도 . 양보해 줄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내가 무조건 옳다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난 아마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 앞에 그렇게 깁스한 사람이 있었다면 무조건 양보 해 주었을 거고요.
 
그렇게 간만의 힘겨운 외출을 끝내고 혼자 생각을 정리했네요.
 
정말 이 세상 더럽게 삭막하다. 자기 중심적이고 서로간의 이해도 , 도움도, 정도 없는 더러운 세상이구나 .
 
근데. 그렇다고 나까지 더러울 필욘 없지. 나 하나로 쉽게 변하리라 생각 안해요.
 
그리고 물론, 이세상엔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요. 오유 글만 봐도. 정말 좋은 사람들 많잖아요. 
 
나 하나론 안될거란거 알아요... 그치만 그런 적도 있었어요. 1년전쯤,  주말의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였어요. 자신의 사연을 용지에 복사해서
 
돌리시는분들 있잖아요. 등이 곱추가 된 어느 어머니께서 느릿느릿 지하철의 승객들에게 종이를 돌리더군요. 지갑을 여는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 어머니께서 느릿느릿 용지를 돌리고 느릿느릿 다시 회수 할 때 까지요. 근데 저는 그 내용을 보는데 너무 딱하기도 하고 괜히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서 수중에 있던 오천원을 종이와 함께 드렸었는데 그런 저를 보고 갑자기 한두명씩 지갑을 열었었어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옆칸으로 이동할때 제 손 잡으며 고맙다고 말 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제 행동 하나에 몇명은 반응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오늘 더러운꼴 보고 기분이 상했더라도 . 앞으로도 난 남들 많이 도우면서 살거에요. 한두명이 바뀌면.. 가능 하겠죠.
 
가뜩이나 세상이 흉흉해서 더 삭막해진것 같아요..
 
한두명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리 덧정 없는 세상 하.... ㅋㅋㅋ... 에라이 서러워 ㅋㅋㅋ.. 제 발이 평생 못 쓰는것 도 아니고 단지..
 
혼자 있다보니 못 챙겨먹고. 재택근무로 일하고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잠도 못자고 하다보니 일반 환자보다도 회복이 좀 더딘것 뿐이에요.
 
나는 그래도.. 행복해요. 빨리. 다리 나아서 되려 보란듯이 더 돕고 더 베풀면서 살거에요. 삭막함 속에서 나를 잃지 않을거에요.
 
그냥. 이런 이야기가 하고싶었어요 . 괜히 나 오늘 서러웠어. 하고 털어놓고도 싶었고요. 이런거 써도 되나 했지만.
 
그래도 제가 서울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위안받았던 곳이니까. 털어놓고 싶었어요. 두서도 없고 뭐라  횡설수설 했는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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