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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새면 / 임화
게시물ID : readers_219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폐목아웅
추천 : 4
조회수 : 6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5 05:35:25


 자고 새면

-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자고 새면

이변(異變)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랐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 차례

주검에서 구해 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 진 장미넝쿨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키엔

더구나 마음이 앳되어

 

그만 인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워 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임화의 시 <자고 새면>에 대하여.


1. 저자인 임화는 미친듯이 잘생겼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아릿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이면지에 임화의 시를 옮겨적고 있자면,
괜히 나도 가난한 천재 미청년 시인이 된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나와 임화의 교집합은 가난하다는 점 뿐이지만.

1.JPG   2.JPG


2. <자고 새면>의 원제는 <실제(失題)>였다.

 <자고 새면>은 1939년 문학잡지《문장》의 창간호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발표 당시의 제목은 <실제(失題)>. 즉, "제목을 잃음"이란 뜻이다.
<무제(無題)>라 이름 붙여지는 많은 현대예술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자고 새면>의 해석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3. 2와 관련하여,

 임화의 대표작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 등과 함께, <자고 새면>도 "혁명의지"와 "소명의식" 등을 키워드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고 새면>은 특히 짙은 우울함이 배어있는 듯하다.
임화는 대표적인 프롤레타리아 문학가로 꼽히지만, 임화의 시는 "붉은 기를 높이 들고 죽은 전우를 넘어가세"같은 혁명의지를 고취시킨다기 보다는
동토고원에 버려진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세로 시크한 척 하는 금수저가 아닌,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도시 빈민. 차가운 불꽃같은 프롤레타리아.

 "나의 생활은 / 꽃 진 장미넝쿨이었다."라니.
장미넝쿨이 꽃이 져버리면, 그냥 가시밭길이잖아...
오오... 레알 차도남...ㅎㄷㄷ



출처 <글>
임화문학예술전집찬위원회. 2009. 『시』. 소명출판.

<그림>
위키백과. 「임화」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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