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3 때였습니다. 저의 첫 경험중 하나인데, 연합고사를 치르는지 몰랐습니다.
우리 집안에서는 이렇습니다. 부모님은 맛있는 게 있으면 본인들이 다 드셨습니다.
도시락도 안 싸주셨지요.
가끔 어머님이 도시락을 싸주실 때는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났을 때.
제가 결혼을 한 번 했어요. 일찍 갔다가 돌아왔는데,
저희 어머니 첫마디가 “언제”였어요. 보통은 “누구랑?”인데. 제가 이혼하고 3년 동안 저희 어머니는
제가 이혼한지 몰랐어요.
어떻게 알게 됐냐, 어느 날 저희 어머니가 이런 얘길 하셨어요. “걔는 왜 안 오냐?”
심지어는 제가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배낭여행 간 사이에 집이 이사를 간 적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옆집에 물어보고 집을 찾아갔어요.
그런 양반들이었기 때문에 제가 연합고사를 치르는 걸 모르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하여튼 집에 들어왔는데 밥상이 차려져 있었어요.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려는 순간 젓가락이 없는 거예요.
평상시에는 당연히 씻어서 먹었을 텐데. 그날 정신적으로 피곤했어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어요. 근데 밥솥을 열어보니까 아무도 밥을 푸지 않았어요.
마치 하얀 눈밭을 아무도 걷지 않을 것 같은 일 때 우리는 파괴 본능이 일어나지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밥솥에다 손을 푹 꽂았어요.
그런 짓은 그 이전에도 해본 적이 없고 그 이후에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움켜쥐었는데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었고 뭔가 행복했어요.
그렇게 밥을 쥐고 먹었어요. 반찬도 집어먹고 하다가 어느 순간 김치찌개를 먹어야 하는데...
‘아, 숟가락이 필요할까?’ 생각을 하다가 손을 보니까 이 손이 움푹 들어가 있어, 김치찌개에.
조심스럽게 떠먹으려고 하는데 손금을 타고 김치찌개가 흘렀습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짜증을 내면서 옷을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었겠지요.
근데 그날은 뭔가 제 속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양손으로 마구 먹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흥분을 하는 거지요.
냉장고를 열었어. 그 안에 있는 음식들을 마구 꺼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삼겹살을 생으로 먹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냉동실 문을 열었습니다.
삼겹살을 손으로 집었는데. 굉장히 차가웠습니다. 그 순간 정신이 돌아왔어요.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고서 뒤를 돌아보니 부엌이 완전히 난장판이 돼 있는 거예요.
갑자기 의문이 들었어요. ‘도대체 내가 왜 이랬을까.’
그래서 거기 주저앉아 가만히 생각을 해봤더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는 동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