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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의 이야기 -상편-
게시물ID : humorbest_1100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꼬꼬아빠
추천 : 61
조회수 : 2409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28 01:34: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27 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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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먹던 밥은 마저 먹고 가거라'
그는 태연하게 국대접에 수저를 담그며 말했다.
막내 외삼촌이 던져 놓고간
그 망할놈의 카메라가 원흉이란듯
그는 애써 자식탓은 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노름 빚에 사업 밑천이던 청바지색의
트럭을 잃고 집으로 온날도 태연했다.
마치 그는 이렇게 될것을 다 알고있었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담배를 태우며
방안 끝에서 방의 반대쪽 끝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항상 그는 흰색운동화를 신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흰색운동화를 신은채
막노동을 했고 농사를 지엇고 운전을 했다.
이상하리 만큼 어울리지 않았던 흰색운동화.
단정하게 나비모양으로 묶은 두개의 끈은
늘 크기가 같았다.
둘째딸이 사주고 간 흰색운동화는 
그에게 그토록 어울리지 않았다.

작은 누이가 별이되고 그이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병이 왔었다.
뜨끈하고 끈적한 마음의 열병이 왔었다.
쇠말뚝에 묶여진 도사견처럼 
다가오는 이에게 모두 상처를 주겠다는듯 
으르렁 거렸으며 사납게 짖었고 
달려들기위해 앞발을 번쩍 들기도 했다.

나를 늘 뻑뻑이라 부르던 막내 외삼촌은
필름 대여섯통이 담긴 검은 가방하나를 선물로
주고는 잘'가지고'있으라는 말을 하며
사우디로 일을하러 갔다.
정말 그의 말대로 잘 '가지고' 있어야했다.
잘 가지고 있으라던 그 검은 가방을 열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을 감춘 가방의 
버클은 두개로 나뉜다.은색의 쇳덩이 하나와 
김밥같이 생김 검은 렌즈 몇개가 들어있던 
막내 삼촌의 가방.
그는 내게 가지고 있으라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볕이 좋은날엔 들녘으로 나갔고
바람이 부는날엔 버스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한통에 천사백원인 필름값을 위해 
전단지를 돌렸고.유행하던 피자집에서 반죽을
밀었다.똥냄새나는 약품을
하나둘 사모았고 커텐을 샀고 붉은등도 샀다.
내 검은 방이 좋았다. 검은방은 늘 아늑했다.
어느날 아버지가 들어와 나를 정신병자 보듯
이게 다 무어냐고 하며 커튼을 뜯어낼때도 
난 마치 그럴줄 알고있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다른 커텐을 사서 달았다.

'나 사진으로 먹고 살고 싶어요'
라고 말을 했을때.그는 밥상을 엎었다. 
그의 서슬에 놀란 무짠지와 오이지는 냉장고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양반다리를 한 내 종아리엔 
김치와 밥그릇이 얹어 있었다. 
이럴줄 알고 있었다는 듯 나는 태연하게 
마당에 있는 펌프로 가서 몸을 씻었다.
끄윽거리는 펌프소리덕에 한숨은 쉬지 않았다.

'나 학원다닐래요 서울 보내주세요'
그는 숨을 들이키고는 남은 밥을 마저먹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돌아왔다.
나는 그와의 저녁상을 기다렸다.
아마 그도 내가 그와의 식사를 기다리는 것을
알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는 그날따라 평소 안먹는
고기반찬을 먹고싶다고 엄마에게 말을했다.

'저 서울갈래요 준비 다 해놨어요'
낮고 작은 침묵,눈치를 보는 어머니와 큰누이
그사이 달그락거리는 수저소리.
조용한 식탁에서 나는 수저와 그릇이 부딫히는
소리만이 처마끝 풍경처럼 울렸다.
'한섭이는 뭐하러 아한테 그딴건 줘서..'
그가 밥위에 나물을 얹으며 말했다.
돌아가고 싶었다 검은 방으로.. 검으면서 환한
그방으로.

'먹던 밥은 마저 먹고 가거라'
그말을 남기고 그는 파란 담배갑에서
한개피를 꺼내
마당으로 나가 앉았다.
그리고 그는 펌프소리같은
끄윽하는 한숨을 뱉었다.

전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고
나는 서울에 사는 셋째 외삼촌집의 옥탑에
짐을 풀었다. 챙겨온 책들과 세간살이는
사과박스 세개만큼의 무게였다.
전학을 하고 담임을 처음 봤을때 
나는 그에게 내 진학계획을 이야기했고.
그는 가만히 볼펜꽁다리를 메토로놈 처럼
엄지와 검지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해보자'라며 그는 그의 수첩에 
더럽게 못쓰는 글씨로 몇글자를 써넣었다.
'사진학과 진학 희망 상담'

선생들은 항상 가까운 조력자인듯 
손을 내밀다가도
이쪽에서 손을 잡으려고 하면
내민손을 등뒤로 숨기는 재주가 있기에
나는 그를 크게 믿지않았다.
그는 늘 단소로 만든 체벌용구를 들고 다녔으며
한쪽 끝은 얼마나 그것을 사용하는지 
짐작할수 있을만큼 다른곳보다 조금 더 
짙은 색이었다.
몇일이 지나 그는 나를 교무실 그의 자리로
불렀다.

그의책상위엔 바바라런던의 책한권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의자를 권하며 
자신이 읽고있던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이게 무슨말이냐?'
그부분은 배경과 피사체에 대한 부분이었고
나는 알고있는대로 그에게 설명을 했다.그는
끄덕이며 포스트잇에 더럽게 못쓰는
필체로 적어가며 내 설명을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물었다.
'사진이 취미세요?'
그러자 그는 나른 가만히 보며 이렇게 답을했다
'사진과 가겠다는 놈이 처음이라서'
그는 종종 나를 불러내 학원에서는 요즘
어떤걸 배우는지,힘든일은 없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는 때로는 집에 있던 필름이라면서 
몇통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와 건냈다.
그의 집에 있던 필름은 늘 유통기한이 한참 
남아있었고.늘 한우리유통이라는 글씨가 써있었다.
그의 집앞에 있거나 그의 출퇴근길로 중간에
있을 그 슈퍼는 골드200 필름만 파는것 같았다.

그는 유난히 나를 가까이 하려했다.
자습시간에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거나. 
고전문학에 밑줄을 그으며 메모를 하고 있다보면
옆에 다가와선 물끄러미 보다가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불러 옆에 앉혀주기도 했다.
수능과 실기를 보고 합격자 발표가 있던날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준 그는 
소리를 질렀다.
잘되었다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검은방은 그날 환했다. 검은방은 내 울음으로 
밝았다.

몇일뒤 피자집으로 나를 불러낸 그는
촌스러운 고동색 포장지로 포장이 되어있고
한쪽 귀퉁이에는 밤톨만한 은색꽃이 달린 
상자를 내밀었다.
'고마운 첫경험'의 선물이라며 내민 
그의 앞에서 내 청바지 위로 방울이져 내린 
눈물은 점을 찍고 있었다. 
고마움에 뜯어볼수 없던 그 상자의 포장지를
그는 직접 벗겨내었고 그 안에는
아르바이트를 세달쯤 해야 사야할수 있는
검은색 카메라,학원에서 원생들이 모두 가지고
있던 그것이 들어있었다.

받을수 없다는 염치의 말조차 하지못하고 
그 선물을 받아들고오며
부끄러움이 가득한 내 마음과는 반대로
내 두손은 그것을 눈길에 놓칠까 꼭 붙잡고 
있었다.

후에 그에게 들은 말로는 
합격자 발표를 본날 기분이 좋아 술을 과히
마셨는데 마침 카메라 가게가 눈에 보여 
샀다고 했다.나에게 전화를 걸기 전까지
그는 영수증을 보고 이걸 물릴까 말까를 
숙취로 아픈머리를 붙잡고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물론 세달간 속이 쓰렸다고 한다.

카메라를 받아들고 온날
전화로 대학 합격을 그에게 알렸다.
그는 '알겠다'라는 말을 하고는 
몇일뒤 그의 가장 소중한
오토바이와 전축을 팔았다.
먹던 밥을 마저먹고 가라던,밥상을 뒤엎고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는 
등록금을 내게 부치고서는 
우리집에서 예술하는 놈이 나왔다고 
그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자식놈의 예술가적 기질,예를 들자면
어렸을때 달력에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으로 만든 공룡이 살아있는줄 알았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자랑을 했다고 한다.

다음 명절날 돌아간 동네에서 
어른들은 작가가 되었냐며 두손을 꼭 잡고
쓰다듬으며 장하다고 칭찬을 하셨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작가라는 호칭과 
어리둥절함에 나는 어머니에게 
동네 어른들이 왜 이러시냐고 물었고 
어머니의 턱은 그를 가르켰다. 
그는 이미 동네사람들에게 내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인것처럼
허풍을 잔뜩 떨고나서는 모르는척
티비앞에 옆으로 누워 나에겐 시선한번 안주고
티비에 나오는 노래에 박자를 발로 맞추며 
누워 있었다. 









출처 짬짬히 핸드폰 메모장으로 쓰는 글이라..
본의 아니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긴글이 아니라 나누어 쓴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늘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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