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기타를 타고
게시물ID : humorstory_441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유어른유
추천 : 1
조회수 : 4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5 13:04:04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쓸데없는....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이젠 일상으로 들리는 이 곳. 난 서포의 기타리스트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따라 내려온지 어언 한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곳 사람들은 내 일에 관심이 많고 걱정도 많이 해주는 듯 하다.
 
수 없이 곡을 쓰고 가사를 입혀 데모CD를 돌려봤지만 그들은 아쉽지만 적합하지 않다는 기계적인 말들만 들려줄 뿐. 나도 내 기타를 바라보며 내가 하는 것이 음악이기는 한가 싶어지기 시작했다.
 
한번은 어머니에게 푸념을 토해봤지만, 어머니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천번은 돌려봤니?'라고 말씀하셔 나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련하게도 요 넓적 바위에 앉아 '쓸데없는'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현에 손가락으로 스킨쉽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애무를 해대는데, 너도 나한테 영감을 좀 주렴...."
 
미친놈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았다. 차라리 미치는게 낫지 정신이 멀쩡하니 점점더 힘이 들어갔다. 뒷 목이 욱씬욱씬거려 벌러덩 뒤로 누워 하늘을 보니 뜬 구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뜬 구름...."
 
휘휘 저어 뜬 구름을 잡아 보려 했지만, 그야말로 뜬 구름 잡는 소리였다. 허공의 팔은 그새 지쳐 멍을 때리고 있었다.
 
"아저씬 누구야."
 
와, 지금 나한테 아저씨라고 한 사람은 누구지? 내가 아무리 못나가는 기타리스트라지만 억울했다. 아직 이 면상은 아저씨라고 불리기엔 한 없이 아까운 얼굴이기 때문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넌 누구야."
 
고등학교 교복..... 사람도 얼마 없지만 학생도 얼마 없는 서포에 고등학교가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동네에 고등학생이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난 누구지?"
 
미쳤구나.
 
"네가 알지 내가 아리?"
 
"그렇지?"
 
그 애는 뻔뻔스럽게 내 옆으로 스리슬쩍 마치 길고양이 생선가게 드나들듯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 기타쳐줘."
 
"으응?"
 
뻔뻔한 것 좀 보라... 그래도 내 인생에 콜치는 사람도 처음 더욱이 여자는 처음, 찬찬히 보아하니 예쁘장하니 나쁘지않았다. 생각의 찰나 뒤에서 경찰관 아자씨가 빵빵! 하고 인생 쿠락션을 넣으며 발찌라도 채우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
 
"흠흠, 잘 들어봐라."
 
뜸을 살짝 드리며 피크를 부드럽게 현에 가져다 대었다. 찰랑찰랑 마치 엘라...아니 바람에 몸을 맡긴 듯한 나무의 흔들림은 내 노래에 홀린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나는 기타와 융화되어....
 
"아, 재미없어.."
 
융화되어 갈 때 즈음, 마른 하늘의 벼락이 그 나무를 태우고 나의 기타를 타고 뇌리까지 바삭바삭하게 태워버렸다. 나는 벙찐 얼굴로 내 심오한 예술의 경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앙칼진 꼬맹이를 쳐다보았다.
 
"다른거 없어?"
 
오기가 났다. 내 비록 이런 내 인생의 지나가는 점과도 같은 아이에게 나의 쏘-울을 바치는 것은 아주 시간낭비이고 하찮은 행위에 불과 하지만 이 아이를 내 팬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윽고 나의 비장의 곡을 꺼내 들었다.
 
"꼬맹아 잘들어. 어마무시한 곡이야. 아무한테도 잘 안들려준다고."
 
"시끄러."
 
와, 이 아이는 나를 언제봤다고 이렇게 인생의 네가지, 사주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누구니라는 말이 목젖까지 쫓아와 쏟아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나의 엘리제 기타는 나를 아련히 쳐다보며 나의 베토벤...
 
"언제 시작해? 왜이리 뜸을 드리는거야!"
 
"예예"
 
진지하게 연주를 시작했지만, 아이는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부터 지루한 표정을 짓고 '기타기타, 이 기타리스트 이상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벼...별로니?"
 
"...."
 
 말이라고 하냐는 듯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사명대사가 나를 손에 쥐고 대사! 제가 이 놈을 자괴감에 빠트리려는 걸까요 아닐까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물론 대사는 손뼉을 치며 빠뜨리는 게지요! 라고 말하겠지만....
 
"그래...."
 
나는 단념한 듯 옛날에 묵혀 둔 곡을 들려줬다.
 
그 옛날 여자친구에게 헥토파스칼 킥을 맞은 것 처럼 장렬하게 차이고 소주를 마셔 그 오줌으로 한강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쳐 마시면서 한강변 공원 쪽에서 쓴 곡이었다.
 
" 이거 괜찮..."
 
그 아이는 콧물과 눈물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내 면상을 보니 못볼 것을 본듯 얼굴을 잔뜩 꾸깃꾸깃하게 구겼다.
 
"더러워, 빨랑 닦어."
 
민트색 손수건을 내밀자 나는 염치 없이 받아 열심히 닦았다. 너무 오랜만에 쳐서 그 기억까지 살아난 모양이었다. 더럽혀진 손수건을 내밀자 그 아이는 질색을하며 너나가지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 고이 싸서 넣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며 더욱더 꾸깃해지는 소녀의 미간을 목격했지만...
 
"나 내일 올테니깐, 또 들려줘."
 
하고 소녀는 무심히 뛰어가버렸다.
 
"써글ㄹ...."
 
그러나 내일은 오디션장에 가봐야하는 날이라 일찍 기차역으로 가야했다. 나는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 바위 위에서 어머니가 미친놈아, 여기서 뭐하고있냐는 말을 꺼낼 때 까지 앉아있었다.
 
'그래 기타를 타자.'
 
방금 난 내일 오디션을 펑크냈다.
 
출처 이 글은 소설이다.

작은 바람이 세상을 뒤흔드는 날까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