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5162144255&code=100203
서울대 학생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제5공화국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서울대 영상동아리 ‘생각을 담는 틀’ 회장 우금희씨(21·국어국문학과) 등 4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에 걸쳐 7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5공 아세요?>를 만들었다. 문헌 조사부터 시작해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등 관련자 20여명을 찾아 직접 인터뷰했다.
처음 이를 제안한 최영권씨(22·기계항공공학부)는 “5·18을 비롯해 5공화국 때 벌어졌던 일들을 옹호하고 왜곡하는 세력들이 점점 힘을 얻어가는 것 같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학생들 스스로도 공부가 되는 작업이었다. 학생들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징집해 “빨갱이물을 빼겠다”며 이른바 ‘녹화사업’을 벌인 일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한용희씨(22·재료공학부)는 “녹화사업 같은 건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고 찾아볼 만한 자료도 많지 않다”며 “요즘 뉴스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역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우금희씨는 “우리 또래나 대학사회에서조차 이런 현대사들이 잊혀지는 추세인데 우리가 동아리 차원이지만 잊혀져 가는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5·18 유가족들 등 피해자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공감해줄 수 있단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5공화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영권씨는 “5공 당시 국가폭력으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은 신체적 아픔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여전히 힘든 상태”라며 “특별법 제정 등으로 5·18은 민주화운동이라고 국가가 인정한 것인데 이를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애국보수’의 탈을 쓴 ‘빨갱이’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영찬씨(21·독일어교육과)는 “ ‘미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지 왜 과거 일을 자꾸 들추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알베르 카뮈가 ‘과거의 죄를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라고 했듯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젊은층들이 “5·18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폭동”이라는 등 잘못된 역사인식을 표현하는 점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역사교육”이 지적됐다. 한용희씨는 “역사를 배울 때 과정과 결과만 배우지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하나도 없다”며 “학교에서도 너무 단편적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최영권씨는 “민주당이 5·18 등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라며 “5·18 등은 진보·보수를 떠나 옳고 그름의 문제인데 자꾸 정치적으로 ‘진보여서 5·18을 챙긴다’ 이러니까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5공 아세요?> 상영회를 오는 20일 서울대 교내에서 열 예정이다. 최씨는 “5·18 발포 책임자를 비롯해 의문사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며 “ ‘하나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국회의장이 되거나 지자체장이 되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