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10월에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된 상황에서
오유에 믿을만한 변호사를 찾는 글을 올렸었구요,
이후 1년이 지나 오랜만에 오유에 글을 씁니다.
당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했는데
많은 시간이 경과했지만 지금이라도 진행상황을 알려드리는것이 도리일듯하네요.
아래는 사건 발생후 제가 썼던 글 링크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는
경찰이 사건을 조작하여 일방적인 가해자로서 누명을 쓴 상황이라 워낙 경황이 없었고
평생 살아오면서 변호사를 선임해본적도 없었기에
정서적으로 큰 위안을 받았던 오유에 저의 사건을 알리고
변호사 선임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도움받기를 원했으나
많은 고민끝에 결국은 저의 지인을 통하여 경기 수원에 있는 모 볍률사무소의 변호사를 선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변호사와 경찰서에 방문하여 조서를 작성했는데
담당 형사말로는 지구대에서 작성한 서류상으로는 사건에 의문점이 너무나 많고
저의 진술과 목격자분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일치하는점을 들어 큰 걱정을 하지않아도 될것이라고 안심시켜주더군요.
당일 저의 가게에 있던 손님들중 3분이 경찰관에게 연락처를 주었고
그중 2분은 직접 경찰서에 출석하여 사실 그대로 목격한바를 진술해주었습니다.
목격자분들의 진술에도 당연히 저는 경찰관에게 어떠한 폭행이나 욕설도 하지않았고
오히려 출동한 경찰관중 나이 많은 경찰관 A가 저를 위협하고 바닥에 밀쳐 넘어뜨리며 폭행하다가
핸드폰 촬영을 시도하는 저를 다른 경찰관들과 합세하여 목을 조르고 폭행하여 결국 수갑을 채워 연행했으며
연행 과정에서 어떠한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않았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때가 작년 11월초였으며 그 이후 저는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찰과 검찰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없더군요.
다만 당시 매장안에서 술에취해 난동을 부리고 업주인 저를 폭행해서
경찰관들이 출동하게 만들었던 주취자 4명에 대한 사건이
용의자 검거에 어려움이 있어 미제사건으로 분류되었다는 서류를 우편으로 받은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중 올해 2015년 2월에 갑자기 검찰이 공무집행방해로 정식 기소하였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담당형사는 제 앞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더니 슬그머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더군요.
그러나 사건 일체를 조작했던 경찰보다 검사가 더 어이가 없었던 이유는
사건의 직접적인 관계자의 진술이 판이하게 다른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담당 검사가 보통 양측을 모두 불러서 진술을 다시 한번 청취한후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인데
검사는 저에게 어떠한 연락도 없이 저의 진술권을 무시한채 바로 정식 기소를 해버린것입니다.
어쨌든 기소될수도 있다는 상황도 예견하고 있었던지라 바로 법률사무소에 연락해보았는데
770만원을 주고 선임한 저의 변호사는 이미 법률사무소를 퇴사하였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변호사 선임계약을 파기할 생각으로 당장 수원의 법률사무소를 방문해보니
그들은 검사가 정식 기소를 한 사실도 모르고있고
기소전에 검찰 수사단계에서 저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않았다는걸 알았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믿고 저의 결백을 증명할 소송을 진행할것인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애초에 오유에 믿을만한 변호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던 상황도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게되었는데 그 지난한 과정은 각설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다시 선임한 변호사와 소송을 진행하고있습니다.
첫 공판은 지난 3월이었습니다.
저는 피의자의 신분으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출석하였고
피의자 신분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검사와 변호사측의 사건관련 요지를 확인한후
양측의 증인을 신청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마쳤습니다.
사실 말이 간단하다는 것이지 정식재판에 피고인으로 난생 처음 끌려가보니
그날 겪었던 긴장은 이루 말할수 없을만큼이었습니다.
2차공판은 양측의 증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검사가 신청한 당시 출동한 경찰관 3명과, 변호사가 요청한 목격자 진술을 해주었던 손님2명을 상대로
법정에서 심문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검사의 이해할수없는 상황이 생겼는데
최초에 경찰관들이 사건을 조작할때 제가 나이많은 경찰관 A의 목을 조르고 가슴과 얼굴을 밀쳤으며
함께 출동한 다른 경찰관 B의 가슴도 밀치고 폭행했다고 기소장에 나와있었는데
판사에게 요청하여 기소장 변경을 하더군요.
경찰관 B가 법정에서 자신은 폭행당한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후에 검사는 기소장 변경을 2번 더 요청하였고
최초의 기소장에 나와있던 내용의 대부분이 변경되어
종국에는 제가 경찰관 A의 가슴을 밀쳤다는 피의 사실 하나만 남게되었습니다.
피해자인 경찰관들과 담당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하나도 없었고
그들의 진술에 부합하는 목격자도 아무도 없었으며
심지어 경찰관 3명이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경찰이 조작한 서류에는 미란다원칙을 2번이나 고지하였다고 나오는데
경찰관 3명이 서로 자신은 고지를 한적이 없고 누군가 고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진술을 하더군요.
반대로 변호사가 요청했던 목격자분들은 일관되게 저의 폭행은 전혀 없었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렇게 4월말경 2차 공판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저의 몸에 이상이 생기더군요.
평소에 병원 한번 다니지 않을만큼 건강하던 저에게 원인 모를 두통이 찾아와서
일을 할때나 잠을 잘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쉬고있을때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수없을만큼 계속 고통을 겪었으며
그 증상은 사건발생후 1년이 지나가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천의 두군데 종합병원 신경외과 에 가봤으나 의사도 통증의 원인을 찾지못해서
아직 적절한 치료도 받지못하고 그저 통증이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상태입니다.
그 이후 3차 공판에 출석하였습니다.
모든 증거와 정황이 저에게 유리하고
경찰관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담당 검사는 놀랍게도 저에게 징역8월을 구형하더군요.
저의 변호사는 최대 벌금 5백만원정도까지는 구형할수있을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이 담당검사는 제가 그 사건으로 교도소에 8개월을 수감될만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법률제도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것일까요?
저와 같은 소시민이 공권력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서 납세자로 살아가는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법치"라는것은 강력한 법률과 공권력으로 시민을 옭매는것이 아니라
강력한 유형력을 실제적으로 발휘할수있는 경찰과 검사를 포함한 공권력을
명문화된 법률의 테두리안에 가둠으로써
주권자인 대한민국의 국민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건에 관련된 서류를 한번씩만 읽어 보고
이 사회의 상식적인 기준에 맞는 사고로 사건을 판단해본다면
절대로 검사는 징역8월을 구형할수는 없을것입니다.
변호사의 말로는 최근 들어 공권력에 대항하는 범죄에 대하여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제가 실제로 경찰관을 폭행한적도 없고 심지어는 어떠한 욕설과 반말도 한적없고
다만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 수사를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않은것에 대해서 항의를 한 행위와
나이가 많은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어머니와 아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강력범 연행하듯이 바닥에 엎어진채로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당했는데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8월을 구형하다니요. 현실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검사가 구형을 한뒤로 변호사가 최종 변론요지를 발언하고
제가 억울한 심경을 담아 A4용지 3장분량으로 최후 진술을 했습니다.
그렇게 5월말에 선고 기일이 잡혔습니다.
계속된 재판 과정에서 날이 갈수록 저의 심신은 지쳐갔고
두통이 너무 심해져서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도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아이와 놀아주는걸 좋아하고, 부끄럽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아빠였던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지고
스트레스탓인지 별것 아닌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인간관계 뿐만아니라
가족들과의 감정까지 상하게 되더군요.
정말 너무나도 힘든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드디어 선고일이 다가왔고
사실 계속해서 몸과 마음은 망가져갔으나
그럼에도 저와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판사의 말을 종합해볼때
징역형은 당연히 걱정하지는 않고 최대 벌금형이나 무죄까지도 예상하고있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판사는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될만하고
저의 진술과 또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서의 내용이 일관되게 일치하며
피해 경찰관이 제사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으로 상황이 끝날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항소 가능기한인 정확히 일주일 되던날
검사가 항소를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검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검사의 승소율때문에 그저 자동적으로 항소를 한다고 합니다.
억울한 피고인이 겪게될 정신적,경제적인 부담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말이지요.
다시 피고인으로 재판에 끌려다녀야 한다는게,
그 중압감이란 저의 삶을 짓눌러 가루처럼 부숴버릴수 있을만큼의 무게였습니다.
더구나 법률사무소에서는 항소심에 해당하는 수임료를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판결내용에 대하여 불만이 있는 사유로 제가 항소심 진행을 요청할때만
수임료가 추가로 발생하는지만 알고있었고
변호사 수임계약서상에도 항소심 비용에 관한 내용이 없었는데 정말 날벼락 같더군요.
특별히 사실관계를 밝혀야하는 사건도 아니고 아주 명확한 사실이 입증된 소송건인데도
직접 볍률사무소에 방문해서 사정 후에 비용을 조금 깎아서 또 다시 변호사 비용 33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항소심 진행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법정에 한번 나가서 또 다시 저의 무죄를 주장하고
1심때보다 조금 더 격렬한 내용으로 피고인 최후진술을 했으며
선고일은 판사의 여름휴가때문에 2주가 늦춰져서
인천지방법원에서 8월말에 이뤄졌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한번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사도 더이상은 항소를 하지않았습니다.
오유인 여러분,
8월말쯤에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고 오유내에서도 이슈화됐었던 사건 기억하시나요?
저의 상황이 이분들의 억울하고 딱한 사정에 비교할바는 아니나
저는 사건속 부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저는 고작 1년도 안되는 시간이었고 1심,2심후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분들은 그렇게 긴 세월동안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 나날들을 보냈을까요.
또 한편으로는 이분들이 소송비용의 경제적인 부담때문에 생활이 파탄난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개의 형사 재판은 죄는 있으나 처벌의 경중을 다투는 사안이고
서로의 주장이 맞서는 민사재판인 경우에는 사람의 심신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리지는 않을것입니다.
너무나도 명백한 진실앞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법률과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은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삶을 어렵지 않게 파탄낼수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의 병이 시작되어 서서히 육체를 갉아먹을때까지
그 고통은 말로써는 표현할수 없을 지경입니다.
지금도 극심한 두통을 참아내며 몇번이나 글쓰기를 멈추다가 다시 작성하고 있고
이 고통의 끝이 언제쯤 끝날수 있을지도 알수가 없습니다.
저는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몸과 마음의 고통이 끝날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이후 저에게 찾아온 감정은 의외로 또 다른 형태의 억울함과 허탈함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비교적 진실은 밝혀졌으나
지금 이 순간의 내 처지가 원망스럽기도하고
제 나름으로는 당연히 불필요한 재판으로 생각하였으니 억울한 마음은 더 커졌으며
무죄판결로는 사건이 발생했던 처음의 상태로 절대 돌아갈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저는 이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고 피고는 "대한민국과 김OO,이OO,김OO" 입니다.
당연히 위 3명은 사건당일에 출동했던 경찰관 3명이구요,
저를 직접적으로 폭행했던 경찰관 A는 올해 12월에 정년퇴임입니다.
변호사에게 그 경찰관이 퇴임하기전에 즉시 소송을 진행해달라고 했고
추석 연휴 직전에 해당 지구대의 다른 경찰관을 통해서
경찰관 B를 포함한 2명은 저에게 구두상으로만이라도 사과하기만 한다면
그들을 상대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지않겠다고 전했으나 지금껏 연락은 없었구요.
그래서 그들 모두를 포함한 3명과 대한민국이 피고가 된것입니다.
변호사는 비슷한 판례로 볼때 만약 승소한다고해도 최대 3백만원선의 배상금을 예상한다고 합니다.
경찰관들은 사건을 조작해도, 법정에서 위증을 해도 어떠한 처벌을 하지않는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가 민사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은 희박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변호사에게 국가배상소송 진행을 요청하면서 절대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고.
금액과 상관없이 제가 일부라도 승소를 하여
그 경찰관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하는것이 저의 변치않는 목표입니다.
제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저의 극심한 두통도 잦아들까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아이의 기억에는 아빠의 무기력한 모습이 지워질수있을까요.
오유인 여러분,
앞으로 진행할 저의 민사 소송을 응원해주세요.
이 사건은 시국사건도 아니고 사회적인 공분을 살만큼 큰 사안도 아닌 단지 개인적인 일이지만
하나의 판례로 남게되어 언제든지 비슷한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지난밤의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밝아오네요.
지난 1년간은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저의 삶에도 여명이 비추었으면 좋겠습니다.
긴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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