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부산에서 개최됐던 IT전시회(SEK). 수수한 잠바차림의 중년신사가 안철수연구소의 전 시부스로 불쑥 들어왔다. 그 중년신사가 '5공 청문회' 스타 노무현이라는 걸 알아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다가 연거푸 고배 를 마신 뒤 그가 야인 생활을 할 시기였다. 그는 전시부스에서 안철수연구소가 만든 V3 신제품 을 구매했다. 그를 알아본 부스 관계자들이 "그냥 써보시라"는 말 에 "그래서야 우리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밥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라며 굳이 지갑을 꺼내 돈을 주고 갔 다.
'인터넷 대통령' '디지털 대통령'으로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보기술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 으로 IT업계 관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IT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인 'u-IT 839' 정책의 밑거름이 됐다.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내 IT산 업은 전체 GDP의 17%, 수출의 35%를 차지하며 대 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IT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IT산업에 대 한 정부의 냉대가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전 대통령의 부재가 이렇게 깊을 줄 몰랐다"며 아 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