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민족 북방기원설은 한국인이 예부터 외래문화에 절대 의존했다는 일제 식민사학의 ‘타율성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학자가 내놓은 기마민족설 역시 만주를 경영하던 제국주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흉노족이 내려와 신라 지배층을 형성했다는 일부 학설은 역사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방기원설 등이 일본 식민사학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로 ‘한반도 자생설’을 주장하는 것 역시 극단에 치우쳤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북방 초원문화의 영향을 부정하는 것은 더러워진 목욕물을 버리겠다고 욕조 안의 아기까지 내버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라 적석목관분에서 계림로 보검을 비롯해 금동 신발, 봉수형 유리병 등 수많은 초원계 유물이 계속 발굴되고 있는 사실을 자생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