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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다음날의 아스팔트 도로는 반짝거렸다.
게시물ID : humorstory_441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werr
추천 : 1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7 21:31:13
 
 
바야흐로 고2 시절, 나는 남들보다 3년 늦게 중2병이 도졌다.
 
나는 그때 첫사랑의 8번의 실패로 (이 이야기는 진지하므로 생략함) 몸과 마음에 굳은살이 생겼다.
 
그리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였고 나의 부랄친구인 이 녀석은 같이 자전거로 마을을 한바퀴 돌자고 했다.
 
나는 첫사랑의 아픔을 달래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망상으로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구겨놓은 화장지같은 얼굴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다부진 몸을 만들기 시작했던 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가보자!" 라고 시작한 우리의 기행은 비가 내린 다음날 아주 화창하고 예쁜 구름들만 모여있는 하늘아래 시작되었다.
 
더운 날씨에 가뜩이나 구긴 화장지같은 얼굴이 거무스름해지지 않을까 싶어 모자도 꾹 눌러썻다.
 
방학이라 차가 없는 평일을 이용한 우리의 여정은 시작부터 오르막 이었다.
 
급격한 경사는 없었지만 길고 긴 오르막 길이었다.
 
나는 그때 '언젠가 이 길 끝이 보인다면, 그곳은 절벽이거나 천국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신기하게도 맞은 편에서 빠르게
 
날아온 잠자리가 내 굳건히 핸들을 잡고있는 오른손에 부딪히며, 본인의 목을 부러뜨리고 장렬히 전사했다.
 
이때 나는 불길함을 느낄 세도 없이 놀라 오른쪽 손을 번쩍 들어 탈탈 털어냈다.
 
왼손으로 빠르게 브레이크를 잡았고, 내 입에선 "크아아아아앜 !!!!!!|" 하는 마치 갓태어난 드워프가 지르던 비명이 나왔다.
 
그 우르크 하이 뒤로 오던 친구 우르크 하이 역시 동조하는듯이 "뭔데뭔데뭔데?!!?!??!!?" 하고 소리질렀다.
 
오르막길 한복판에서 시덥잖은 잠자리의 공격으로 반지의 제왕을 찍던 우리는 다시 아무일 없다는 듯이 끝도 안보이는 오르막을 달렸다.
 
버스 정류장을 5곳 이상 넘기고 나서야 점점 가파르게 꺾이던 오르막의 끝이 보였다.
 
이후 보인것은 마치 청룡열차의 끌어 올리는 부분이 끝난 시점과 같이 무섭도록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왜 오르막길은 그렇게 완만하게 해놓고 내리막은 지옥 끝으로 내려가고 있는건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나이가 시작한 여정은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은 개뿔 땅이 젖어있어서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속도가 붙으면 붙을수록 내 귀에는 바람의 정령들이 라면을 쳐드시는지 후루룩하는 소리가 크게 커져만 갔고
 
그 정령중 하나가 사레들렸는지 내 모자를 날렸다.
 
그렇게 빠른 상황에서 모자가 날아가버리면 누구라도 뒤를 보고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는 손으로 모자를 잡게된다.
 
하지만 이곳은 내리막길이고, 나는 오른손을 써야하니까 왼손을 들어 올려야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 전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왼손은 앞브레이크를 잡는다.
 
다시말해, 나는 순간적으로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모자를 잡기위해 위로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내 머리속에 든 생각은
 
'관성 개X끼'
 
 
 
비온 다음날의 아스팔트 바닥은 반짝거렸다. 문제는 누가봐도 마찰력이 심해보였다.
 
모자는 잡지 못한 내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내 몸은 약하지만 공중부양을 하고있었다.
 
내가 더 크고 잘생겼으면 슈퍼맨 같았을거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돌부리에 걸려 날아가는 징징이 같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신기한 관경이 펼쳐졌다.
 
세상이 느리게 보이면서 내뒤로 뒤집히고 있는 자전거와 야속한 모자 그리고 내 앞 코앞에있는 아스팔트 사이의 모래까지도 보였다.
 
나는 코앞에있는 아스팔트를 보며,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내얼굴!!! 여기서 더 이상해지면 난 끝이다!!!!!'
 
순식간에 내 두 팔은 땅을 짚었고, 순차적으로 어깨 등 허리 엉덩이 다리 순으로 굴렀다.
 
내 생의 첫 낙법이자, 마지막 낙법이었다.
 
어찌 굴렀는지 직선으로 날아 오던 자전거도 피했고 나는 도로에 大 형태로 뻗어있었다.
 
나는 내 모자에 너무 화가났다. 그래서 몸이 너무 아팠지만 모자를 주워서 땅에한번 다시 던졌다.
 
"개같은 모자새X!!" 라고 외쳤다.
 
그리고 다시 犬 (옆에 모자) 형태로 누워있었다. 그러자 위에서 오래된 모터소리와 함께 트럭 하나가 내려오더니
 
"이봐!!!학생!!!!!!!!! 사고라도 난거여 ?!!!! 뺑소니여 ?!!" 하면서 분노를 하시며 나를 걱정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혼자 넘어진것이 너무 쪽팔려서
 
"쉬고있습니다." 하면서 인도가 없는 차도라 내 자전거와 함께 배수로로 들어가서 다시 누웠다. 초라했다.
 
가파른 배수로라 축축하긴 했어도 오물이 없었다. 그것보다 나를 오물처럼 보더니 트럭은 다시 갈길을 갔다. 그게 더 찝찝했다.
 
분명 누가 봐도 쉬는게 아니었다. 내 오른쪽 어깨엔 옷이 찢어지고 그 사이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연히 아직도 그 상처는 있다.
 
이후 15분이 지나자 지옥같은 내리막길을 먼저 내려간 친구는 지옥을 다녀온 표정으로 오르막을 다시 올라와서 내 걱정을 했다.
 
"쉬고있나?"
 
다시 생각해보니 걱정은 아닌것 같았다. 다시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보려고 했는데 자전거가 말썽이라 걸어서 내려갔다.
 
친구돈으로 약과 파스를 사서 붙힌후 우리는 다시 그 지옥같은 오르막길을 걸어서 올라갔다.
 
손목이 이상해서 팔의 하박으로 운전을 하면 될것 같았는데, 자전거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오르막길 끝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쉬면서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아까 넘어지면서 핸들이 반바퀴를 돌아있던것. 즉, 내 자전거가 고장이 아니었다. 그냥 핸들만 다시 돌리면 되었다.
 
오는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별다른 핸들의 조종이 필요없이 내려왔다. 가는데 1시간 조금 넘게 걸리고, 치료하고 쉬는데 40분 그리고
 
돌아오는길은 30분도 안걸렸다. 이렇게 우리 동네 일주를 포기했다.
 
집으로 도착해서 약식 얼음찜질과 FM 어머니의 등짝스매쉬를 함께 당했고, 내 손목은 건강해! 라고 생각하다가
 
영 안되서 1주일 후에 병원을 찾아가봤는데, 오른쪽 손목은 골절이고 왼쪽 손목은 금이 간 상태였다.
 
양쪽 깁스를 하고 하루를 생활했는데,'골리앗2' '터미네이터2' '식판들것' 등의 별명으로 불렸고, 왼손이 오른손 깁스를 긁지 못하고
 
오른손이 왼손 깁스를 긁지 못해서 나는 깁스를 칼로 잘랐다.(그래서 인지 뼈가 잘못 성장해서 물건을 들때 힘을 주지 못하고 비오면 쓰라릴 때가 있다.)
 
나는 1주일만에 회복했고,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와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칼슘괴물이라며, 뇌 주름에도 뼈가 있을거라고 했다.
 
아마 그 뼈때문에 공부를 못했던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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