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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메스 7화
게시물ID : readers_11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0
조회수 : 2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17 18:38:18
"자 지금 우리들의 수장, 최진우 자민당 대표님께서 연단에 오르고 계십니다. 모두들 우뢰와 같은 박수로 대표님을 맞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당 대표는 의외로 젊은 사람이었다. 4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인상으로 대한민국 정당 대표들 중 가장 젊은 인물이 아닐까 짐작될 정도였다. 훤칠한 키에 수트를 입어도 감춰지지 않는 근육질의 몸을 소유한 그는 강철과 같은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연단 위에 올라섰다.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요청대로 아낌없는 박수로 그의 등장에 보답했다. 혼신을 다한 환호에 그들의 손이 불처럼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자민당 대표 최진우입니다. 워싱턴에서 정치학 박사 따고 나서 제가 정치에 입문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2002년 의원총선거에서 처음 당선이 되었으니까요. 제가 3선 의원으로서 거들먹거린지도 어느새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다시 다음 해, 그러니까 2014년에 다시 한 번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날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이거 정말 떨리네요.. 하하!”


말의 의미와는 달리 최 대표의 표정은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참석자들도 그에 따르듯 큰 소리로 함께 웃었다. 겉과 속의 모순이었다.


“원래 국회의원 선거라는 것이 매번 이렇게 어려운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이 자민당에서 12년을 국회의원으로 생활했는데 그동안 이 나라는 어째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세계가 무한경쟁시대, 아니지.. 무한 ‘자본’ 경쟁시대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1945년 광복 이후로 독립공신세력들이 정권을 잡아온 이래 대한민국은 꾸준히 ‘국민행복’만 부르짖고 있어요. 국민행복.. 말은 참 좋습니다. 저는요, 지금까지 나의 조국이 지나치게 문화, 복지에 투자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주의적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지 않으십니까?”


그의 연설 스타일은 가히 폭풍과 같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것이었다. 흠 잡을 데 없는 발음,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박자, 단어 한 개 조차 전혀 밀리지 않는 속도 등의 빼어난 연설 능력들이 그의 공격적 논리를 빈틈없이 에워싸고는 천천히 그러나 굳건하게 적진을 향해 전진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그의 연설 스타일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의 연설 능력을 세밀히 분석한 서적들이 인기였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연설 동영상은 널리 퍼져나갔다. 지금 이곳에서도, 좌중은 완전히 홀려버린 듯 무서울 정도로 그의 연설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중국, 일본이 우리를 사이에 두고 힘 겨루기를 하고 있죠. 현재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그 둘 사이에서 굳건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지금 저들이 우리를 고려나 하고 있습니까?”


이제 이 룸에는 마이크로 증폭된 그의 목소리만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마치 모두 잠든 새벽에 속에서부터 소리를 한껏 끌어올려 마음껏 내질러버리는 한 마리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그 무엇보다도 크게 울려 퍼지는 듯 했다. 대단한 기세였다.


“우리는 지금 너무 약합니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너무 안일합니다. 힘을 최대한으로 키워서 한 곳으로 모아도 시원찮은 시기에 우리는 지금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설을 한껏 고조시키며 끌어 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단 양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매서운 눈으로 참석자들 한 명 한 명을 훑어보았다. 먹이감을 발견한 맹수를 연상케 했다.


“저희 자민당은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미국과 같이, 중국과 같이, 일본과 같이 일위 국가가 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여러분들도 충분히 떵떵거리면서 ‘나 대한민국 사람이요’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의 각료들도 충분히 만 천하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그것을 관철해나갈 수 있는 그런 나라란 말입니다!! 나의 대한민국은!!”


“와아아!!!”


참석자들은 그의 말에 압도당했거나 감동받은 듯이 포효했다. 룸 안의 사람들 모두가 그의 광신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저희 당이 급진 진보세력이라고 하더군요. 급진세력이요? 저희는 그저 한 진보세력일 뿐입니다. 저희는 그저 대한민국의 한 정당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력을 키우고 국민의 격을 높이고 국가를 안전하게 수호하려는 저희들의 이런 의지가 ‘급진적인 것,’ 한마디로 ‘지나친 것’으로 폄훼 당한다면 도대체 이 땅에 애국자란 누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여러분!”


※ 진보, 보수는 기존의 정책에 대해 취하는 태도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자민당은 소설 속의 대한민국의 정책에 반대하며 '개혁'을 시도하는 입장이므로 진보에 속합니다. 


“옳소!”
“최진우! 최진우! 최진우!”
“자민당! 자민당! 자민당!”


사람들은 그의 물음에 통일된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자기네들의 마음 속에서 들끓는 야성의 외침을 재단없이 질렀을 뿐이다. 모두들 그와 같은 날개 펼친 호랑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우리 당의 목소리에 전폭적으로 공감을 해주고 있습니다. 당수로서 또 한 명의 당원으로서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정중히 감사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자민당은 결코 이 분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이 분들의 대표로서 정치권력을 반드시 잡아 우리의 이 뜨거운 뜻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펼쳐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저 날개 펼친 호랑이처럼 말이죠!”


최 대표는 홀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자민당 마스코트인 날개 펼친 호랑이를 조각한 얼음 상을 가리키며 연설을 끝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함성과 박수로 그에게 화답했다. 


“와아아아아아!”


최 대표는 2014년 신년 당원 총 대회에서 같은 연설을 했고 지지자들의 가히 천지가 개벽할 수준의 함성과 박수를 답례로서 받아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자민당을 지지하는 당원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모두 모였던 이 행사는 이 해 역사상 최초로 8000석 규모의 장충체육관에서 대규모로 치러졌다. 애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언론 쪽에서도 이쯤 되니 이것을 보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모든 뉴스, 신문에서 이 행사는 빠짐없이 첫번째를 차지하게 되었다. 


‘2014 신년 자민당 당원 총 대회, 제주도민도 상경해서 참석!’
‘2014년 선택의 해, 자민당 일 내나?’
‘최진우 자민당 대표 신의 연설! 좌중 압도해∙∙∙.’


하지만 이번 행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언론들은 기사에 충분히 실을만한 내용이 없었다. 이번 기사를 완벽하게 준비한 언론사는 ‘노튼통신’ 뿐이었다. 노튼통신의 ‘전 Aiden(에이든)’ 기자는 역사부터 최근 지지율이 폭등한 이유까지 자민당의 모든 것을 이 기사에 담아냈고 미국계 언론사인 노튼통신은 이로 인해 연초부터 한국에서 유례없는 대박을 칠 수 있었다. 


“포털 사이트 랭킹뉴스 1위에, 페… 페이지뷰 역대 최고? 야 임마! 네가 나 살렸다! 자식!”


노튼통신 편집국장은 아침부터 다짜고짜 정치부실로 내려와서는 에이든을 안아버렸다. 최근 나쁜 실적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그였기에 에이든은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처럼 어여삐 보였다. 


“하하, calm down. 선배님 진정하세요. 그래봤자 한 건 터뜨린 건데요 뭘.”


편집국장은 자신의 아이콘 격인 산발된 머리와 삐뚤어진 안경을 한 채로 에이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에이든, 이제 담배 펴! 마음껏 펴! 회사에서도 그냥 막 펴!”


“에..”


하루아침에 너무나도 달라진 편집국장의 태도에 에이든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의 촉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고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됐으므로 기분 나쁠 리 없었다. 그 시각 은주는 계약 마무리 건으로 최 박사를 만나러 다시 독립대 의대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녀 역시 만복이 프린트한 에이든의 기사를 보는 중이었다.


“∙∙∙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에 자본주의 대공황 위기까지 젊은이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진보적 성향이 짙어졌고 이는 자민당의 지지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같은 진보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민족자유당 보다 적극적인 이념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2040 세대들에게 유례없이 강력한 어필을 해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 자민당은 1970년 창당되어 2014년까지 줄곧 자유주의 경제체제와 군비강화를 주장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
뭐야 이 기자 나보다 우리 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잖아. 이거 좀 무서운데..”


“의원님이 너무 모르셨던 거죠..”


“뭐? 다시 한 번 말해봐 만복아. 요즘 내가 좀 편하게 대해줬지?”


“아.. 아닙니다 의원님.”


“우리 만복이 다시는 까불지 마~ 알았지? 
그나저나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야? 젠장 오늘 따라 왜이리 길이 막혀.”


“눈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려버려서 차들이 다 서행하고 있어요. 오늘은 좀 걸릴 겁니다.”


기사는 은주의 말에 대답하며 금을 씌운 어금니를 자신있게 드러내어 환히 웃었다. 


“한 숨 주무세요. 제가 깨워드릴께요.”


만복이 은주에게 말했고 은주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히 눈을 감았다. 


“아 근데요 의원님 최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요?”


“음.. 글쎄.. 그건 왜 궁금한데?”


은주는 눈을 감은 채로 만복에게 대답했다.


“그 사람, 항상 보면 눈에 핏발이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보통 사람 같지는 않아서요.”


“… 그 사람 보면 되게 강해보이지?”


“물론이죠! 딱 자민당 마스코트 해도 되겠다 싶더라니까요!”


“근데 의외로 되게 여리다?”


은주는 대화에 흥미가 생겼는지 눈을 반짝 뜨고는 지금까지 최 대표와 만났던 일들을 떠듬떠듬 기억하려 부단히 노력하며 말했다.


“여… 리… 여리다구요? 에이.. 설마요!”


만복은 은주의 말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진짜야~ 못믿겠지만.. 나도 처음엔 되게 의외다 싶었다니까?”


“음.. 어떤 식으로.. 여리다는 거죠? 당췌 상상이 안가서요. 헤헤..”


“그니까 그 사람은.. 아! 그 사람 아버지가 자민당 초대 대표였잖아. 그.. 뭐야.. James 최. 한국식으로 하면 최 James지.” 


“아! James 최! 자유주의 신봉자였던 그 사람?”


“그래. 자유주의 경제학파의 산실이라고 알려져 있는 시카고 대학 출신인데 그 중에서도 그 양반이 많이 좀 유명하고 그랬단 말야.”


“맞다 맞다..”


“근데 그 사람이 한국땅이 그리워졌는지 별안간에 여기로 돌아와서 당도 만들고, 아무튼 신자유주의를 뿌리내리려 무진장 애를 썼단 말이지.”


“근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죠. 본인은 모든 걸 접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고..”


“그래. 그니까 이 인간이, 최 대표가 아버지를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짠했던 거지.. 그 당시엔 자유주의가 지배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에서 결국 버텨내질 못했으니까. 우리 아버지가 원래 이겨야 할 사람이었는데 졌다 이런 식으로 피해의식도 좀 생기고.. 
내가 볼 땐 말이야. 이 인간 정치 하는 거 아버지 때문이야. 어떻게 보면 복수고, 어떻게 보면 자기 신념인 거지. 지 아버지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일 수도 있고..”


“음.. 그렇구나.. 어쩐지.. 보면 정권교체 말고는 다른 생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마치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일지도 모르는 일말의 고민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글쎄.. 난 사상, 이론 이런 거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왠지 그 인간 좀 위험해 보여. 그 사람한테도, 이 사회에게도 조금 위험해 보인단 말이지..”


“역사적으로도 그런 인간들이 많이 사고 치고 그랬잖아요. 이를테면 히틀러 같은? 자기가 믿는 바가 너무나도 확고하고, 또 그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전혀 가리지 않는 유형?”


“뭐.. 아직 히틀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능성까지 없다고는 못하겠네. 에고.. 갑자기 이게 무슨 얘기야. 나 졸려. 이제 말 시키지 마.”


“네..”


은주는 그제서야 대낮의 짧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차는 30분을 더 가 독립대에 도착했고 은주는 차에서 내려 최 박사의 사무실로 곧장 향했다. 사무실엔 전에도 한 번 찾아가 본 적이 있어 보다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아~ 이 똑똑한 두뇌! 은주야, 넌 어떻게 한 번 간 길을 다시는 까먹지 않니. 여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얘. 그나저나 오늘 내 상태는..”


은주는 최 박사 사무실 문을 열기 전 거울을 보며 마지막 자가 외모체크를 했다. 


“역시 완벽해. 음음! 들어가자..”


은주가 문을 두 번 두드렸고 방에서 최 박사가 들어오라고 했다. 최 박사는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연구실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매우 작은 칩을 제작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이것만 끝내고 바로 나가지.”


‘저 인간은 맨날 기다리래..’


5분 여가 지나고 은주가 한창 모바일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때 최 박사가 연구실에서 나와 은주가 앉아있는 접견실로 향했다. 


“우와.. 사무실에 접견실, 연구실 다 있네요?”


은주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는 박사를 반갑게 맞았다.


“그럼. 이래봬도 여기선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이니까.. 하하!
그나저나 은주 씨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것 같구만.. 하하!”


“에이.. 박사님도 참.. 그나저나 저번에 드렸던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리셨는지 참 궁금하네요. 헤헤..” 


“벌써 일 얘기인가.. 은주 씨는 내가 별로 반갑지 않았나 보군.”


“에이! 박사님 그럴 리가요..”


“하하! 뭐 아무렴 어떻나. 오늘 그 얘기하려고 자네를 부른 것을. 
좋네. 사실 이런 조건을 거부할 수 있는 직장인이 몇 되겠나.”


최 박사는 은주가 건네주었던 계약서를 다시 꺼내 테이블에 올려놨다. 하지만 웬걸, 아직 사인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에.. 근데 박사님.. 이거 사인이 안되어 있네요?”


“헌데 내 나이가 벌써 48살이야. 이제 승부수를 던질 때가 됐지. 
그래서 말인데.. 외과장 자리를 나에게 줄 수 있겠나?”


박사의 갑작스런 제안에 은주는 조금 당황했지만 표정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 자신의 패를 들키지 않는 것은 협상의 정석이니까.


‘욕심 없는 홀애비라고 생각은 안했다만.. 이건 좀 당황스러운데.. 아실 만한 양반이 왜 이러실까..’


“외.. 외과장이요? 음.. 아버지와 상의를 해봐야겠는데.. 근데요..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이 병원에 저희 회사 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요.. 게다가 간판도 미국 Tomson general hospital 것을 달고 운영하는 거고..”


“물론 알고 있네. Tomson 쪽 의사들로 과장 이상의 고위급 자리들을 채워 넣을 생각이겠지. 그러니까 자네에게 부탁하는 것 아니겠나.. 물론 나도 양심은 있는지라 맨입으로 제안하진 않을 생각이네.”


박사는 정체 불명의 서류를 하나 꺼내 들어 은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향후 치매 환자 치료는 물론 인류의 역사를 크게 뒤흔들 연구 프로젝트가 여기 있네. 벌써 거의 완성 단계이지. 내부적으로는 이미 실험쥐를 통해 성능을 확인했네. 임상실험 단계만 남은 셈인데, 언제 어디서 터뜨릴지.. 그걸 조율 중이야.”


은주는 박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박사가 건네 준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인공 해마’..?”


“그래, 인공 해마! 해마는 사람의 두뇌에 위치해 있는 기억장소이지.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이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야. 난 간단하게 사람의 면역체계에 적응할 수 있는 컴퓨터 칩을 개발해서 그곳에 기억기능을 집어넣었을 뿐이네. 이 칩과 사람의 두뇌는 상호작용할 것이고, 칩이 치매환자의 상실된 기억기능을 대신 해주겠지.”


“한마디로 USB를 두뇌용으로 개발했다.. 이건가요?”


“그렇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간단한 개념이야. 그러나 진정 폭발력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이 기술이 단순히 인류의 기억기능 대체에서 끝날 것 같나?”


은주는 박사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실로 박사의 기술은 엄청난 것이었다.


“아니! 우리가 상상하던 인류의 재창조! 사이보그! 그것이 실현될 날이 머지 않았네.”


박사는 대화의 주도권을 이로써 완전히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그는 이때다 싶어 계속해서 몰아쳤다.


“개발된 기술의 권한인 특허권은 내가 속하게 될 그 병원이 소유하게 되겠지.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 특허권을 손에 거머쥐게 될 쪽이 겨우 돈 몇 푼 벌고 끝날 것 같나?”


“아..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정하지.. 외과장 자리를 지금 바로 내게 약속해준다면 난 기꺼이 진성그룹의 제안을 받아줄 생각이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 다른 병원도 얼마든지 널렸네!”


은주는 초조해서 손톱으로 테이블을 계속 두드려댔다. 그녀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었고 결국엔 두뇌가 과열하여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제.. 젠장. 지금 이 자리에서 내 권한 만으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박사의 의견은 너무 파격적이고 파괴력 있는 것이다.. 어쩐다..’


그때 잠자코 은주를 기다려주고 있던 박사가 다시 입을 떼려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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