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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9일간의 외출
게시물ID : readers_220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未生
추천 : 3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7 23: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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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흘만에 더러운 투명 입가리개, 앞치마와 작별인사를 했다.
쉴 새없이 얼굴근육만 씰룩댄, 가식으로 점철된 여자광대의 열흘이었다.
여사님들, 저 먼저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그동안 수고했어. 다음에 필요하면 또 부를게.”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대형마트를 향해 혓바닥을 내밀었다.
임마, 넌 직장동료, 근무환경, 복리후생면에서 전부 다 F.
일급 더 올려준대도 다시는 안 가. 이 진상마트야.
 

모래주머니를 단 듯한 걸음으로 꾸무적거린 귀갓길은 피로할 뿐이었다.
달칵-, 도착이다. 작고 안락한 내 사랑스런 보금자리! 체구가 작은 나에게 딱이다.
거울 속에 비친 짜리몽땅 광대에게 응원의 한 마디.
서진아, 오늘도 고생했다.”
길거리 노숙자가 판치는 세상에서 내 몸 하나 누일 곳 있으니 만족하자.
이불을 덮고 내 몸의 모든 스위치를 끄려는 찰나,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무시하기로 했다. 몇십 초 뒤, 또 울렸다.
느린 알림음 텀으로 예상되는 한 인물이 떠올라 예정대로 무시하고 잤다.
 

. . .
 

- 진아 뭐하심?
- 자니?
 

반나절이 지나 이쯤 되면 전화할 것 예감에 대충 답장을 보냈다.
 

- 나 이제 수업 다 끝나고 자취방 가고 있어.
- 아빠는 저녁해서 먹는 중.
- . 맛있게 먹어~난 과제가 있어서 이만
 

앙증맞은 웃음 이모티콘과 첨부사진 속엔 물기없는 고등어찌개, 물김치 몇 쪼가리와 설익어보이는 양파와 된장이 있었다. 중국에 간지 벌써 5년은 넘었던가, 이제는 혼자하는 요리가 꽤 능숙해보였다.
 

- 아빠 이번 주 추석에 한국가...은영, 비행기표 예약 좀...
- , 26일에 예약해둘게.
- 삼일 후면 모두 보겠다...영이 먼저 아빠한테 기별
큰딸! 백마넌 가져갈게 영이 알아서해....
이번에는 장장 구일~~울 가족 만나러 넘 설렌다 18시간 정도 걸릴 것....
낼 봐. 모두
 

연민의 감정이 들려는 찰나 신세대로 보이고 싶어하는 말투, 어긋난 맞춤법보다 더 거슬린 것은 9일동안이나 한국에 머무른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엄마와 우리들을 괴롭게 만들까. 어쨌거나 나는 당장 교양 영상으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평론과제를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아빠가 삼일 후에 한국에 온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하기 전에 다급히 단체채팅방의 알림설정을 껐다. 평소보다 더 강하게 관자놀음을 누르며 헤라에게 9일간 집안의 평화를 축복해달라고 마음을 다해 간절히 빌었다.
약속한 날짜가 되자 뜸하던 채팅방에 아빠가 예의 그 채팅하는 말투로 언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지, 짐을 얼마나 빨리 찾을 수 있는지를 자랑스럽게 논하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나에게 허락된 진정한 자유는 퍽 적어 1년만의 부녀상봉을 연기시켰다. 나는 아빠보다 하루 늦은 저녁에 기차표를 예매해두었다. 예비취준생에게 주어진 5일간의 자유 중 모든 날을 고향집에 쓴다는 건 사회적인 자살행위라고 생각하니까.
 
 
짧게 서두를 써보았습니다. 처음 쓰는 자작글인데, 어떤가요??
카톡부분이 좀 어색해보이지는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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