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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외노의 일상 (일본워킹홀리데이왔어용)
게시물ID : deca_6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inholic
추천 : 2
조회수 : 14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7/29 00:23:24
<벨라
 내가 왜 예뻐야 하나요? 1, 2 
 2010年作> 
무단 복제, 수정은 하지마시구 쓰실 일 있으시면 말씀 해주세요 :-) 이힛.


부제 : 외노의 일상
 

일본에서 내 또래 나이의 일본국적을 가진 여자아이가 잘 안할 것 같은 일을 구했다.

자본주의는 글로벌하게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나같은 외노를 만들어내고, 나를 자본의 굴레에 묶어둔다. 예를들면 요즘같이 취업전쟁인 시기에 취업 시험에서 해외의 경험을 플러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돈 있는 이들은 해외 연수를 가겠지만 없는 이들은 없는데로 워킹비자같은걸 받아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기분으로 해외로 발을 디뎌본다. 

하지만 21C 냉정한 글로벌 자본주의 현실은, 가난한 대한민국(세계11위의 부국ㅋ)  대학생이 먹을거나 집은 부모한테 얻어살고 4000원 최저임금으로 월 200시간을 일해서 용돈을 아껴 모은 몇백만원을, 워킹비자 발급국 현지의 비싼 생활비로 탈탈 "존내개"털어버리고, 말과 글이 어버버한 이들일 수록 현지의 3D에 가까운 일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해, 당장의 현실을 꾸려나가게 압박한다. 그렇게 뭐랄까, 빈부격차도 늘리고, 당장의 노동력도 계속 값싸게 유지시킬 수 있게 한다. 

 

나는 요즘 40대 이상, 일본은 고령화 사회니까 80대이상도 가끔 오는 아주 아주 저렴한 여성복가게에서 일을 한다.

아마 최저임금에 이런 가게에 변태같은 사장이랑 둘이서 하루종일을 보내는 일을 내 또래 일본 국적 여자애가 할까 싶다. :-) 화장과 힐을 요구하고, 옷은 최대한 가슴이 파인 원피스일 수록 복장이 단정하다고 말하는 곳을. 게다가 옷가게 인데도 자신이 입을 옷은 하나도 없고 하루 종일 자신의 또래는 구경도 못하는 이 곳을 좋아할만한 여자아이가 있을까? 

여기에 있는 옷은 엉성한 바느질, 엉성한 마감, 에므에르, 혹은 후리 사이즈라고 불리는 M~L 사이즈 옷이 대부분인데, 같은 디자인인데도 크기가 다를 정도로 엉성한 옷들이다. 

 

당연히 하루종일 아줌마들을 만난다. 그런데 뭐랄까, 아줌마들은 역시나 대부분 난 귀여운 것 같다. 울 엄마도 많이 생각나고.. 뭐랄까, 여러모로 '여성의 삶'을 공유한다는 자체로 어느정도 인간적으로 보인달까, 그건 색안경일수도 , 아니면 도수를 잘 맞춘 안경일 수도 있겠다.

참 귀엽다. 1000엔 남짓한 옷들을 보면서 "참 예쁘네" "참 귀엽네"의 말들을 나누고 괜찮아 보이는 옷을 거울 앞까지 가져가서 자신을 비춰보고, 신중하게 고른다. 1000엔짜리 빨강자켓과 파랑자켓 중에 뭐가 예쁘냐면서 한참을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는 중에 그들의 얼굴을 보면 대부분 웃는 얼굴이라서 -아마도 의외로 오랜만의 쇼핑인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고 - 나도 같이 웃는 얼굴이 된다.   

분명 그네들의 아들 딸, 남편은 좀 더 좋은 옷을 입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뭐랄까, 가게에 들어와서 사이즈나 다른 색깔의 옷이 있느냐고 묻는 간단한 질문들이 몇개 오가다가 요즘 유행이 길이가 긴 원피스 치마라서 어울릴만한 것으로 고심해서 권하다보면, 가끔 "아가씨는 참 예쁘네, 이런건 아가씨나 입는거지 나같은 아줌마는 지미(재미없는, 간단한?)한 옷을 입는거라우" 라고 말한다. 혹은, "나도 젊을 땐 그런 옷을 입었다우..:-) 예쁘구먼.." 이라고. 

언제부터 그네들의 몸이 S사이즈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었고, 언제부터 그들의 생각은 핑크나 레이스가 달린 옷은 부끄러워하게 되었을까. 그건 정말 그네들의 선택이었을까? 

 

오늘은 친구관계로 보이는 아줌마 셋이서 오더니 525엔짜리 반팔 티셔츠를 고르면서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 통통이아줌마 : 난 살쪘으니까 M는 안된당께"

" 흰머리아줌마 : 왜 그래도 이거 노랑색 티셔스 완전 너무 귀여운데 그치?" 

"그냥아줌마 : 응응 맞아맞아" 

"통통이아줌마: 아 난 살쪄서 회색같은 거 입어야한당께?" 

얘기가 재밌고 귀여워서 급기야 나도 거들었다.

" 나:여름은 귀엽고 화려한 계졀이니까 노랑색도 어울리겠어요" 

"흰머리아줌마 : 그렇죠? 여름은 그런거라니까" 

"통통이아줌마: 아 그래도 난 살쪄서 안된다니껭 가을 되면 더 살찐다니까" 

"나 : 가을에 살찌는 건 말이지요" 

" 다같이 : 하하 호호 " 

"통통이아줌마 : 나 말(馬 :우마)이에요 ㅎㅎ" 

쓰고보니 시시하지만 진짜 너무 귀여워서 ㅋㅋ 결국에 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줌마 말고 다른 친구들이 티셔츠를 사갔다. 가면서 손을 어찌나 흔들던지 귀여워서 많이 웃었다. 

 

그러고 돌아와서 옷들을 보면 , 다시 만감이 교차한다.

메이드인 차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 

'한 장에 원가가 몇 백원이나 할까? 누구의 손 발 누구의 시간을 빼앗은 산물들일까, 이걸로 또 어느 가족이 입에 풀칠을 했을까? 그들의 꿈은 뭘까..' 

'차이나는 또 얼마나 안좋은 환경일까. 거기엔 10대의 손과 발이 움직이고 있을까. 그는 왜 이걸 만들고 있었을까'

 

'그들은 몇시간이나 쉬었을까'

 
난 30분을 쉴 때 좁디 좁은 공간에 박스를 깔고 앉아 삼각김밥이나 빵을 먹는다. 더워서 별로 밥생각이 없다. '사장이 여기서 방금전에 담배만 안 피웠다면, 좋았을걸' 싶다. 자꾸 감정이 멈추고, 내가 사라지니까 그 시간에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서 만들 잡지를 생각하거나, 지금 당장 만나면 즐거운 모든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기운이 나면 피천득 '인연'을 읽는데 이유는, 흐뭇해지는 문구가 많고 가져온 책 중에 한 두장 안에 얘기가 끝나는 단편모음집이라 읽기 편하니까, 라고 해두자. 크크크 내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자꾸 상상해서라도, 그 순간이 찰나일지라도 느껴야 할 것 같아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화장따위 안하고 살던 내가, 일본에서 처음 구한 알바 땜시 , 사장의 요구로 인해 화장을 두껍게 해봤다. 삼일만에 땀띠가 나서 ㅋ 안한다 지금은. 대신 조금 머리를 손질해서 묶는다. 원피스를 매일 입고, 샌들을 신는다. 힐도 자꾸 쩔뚝거리니까 낮은 걸로 신는걸로 쇼부봤다 ㅋㅋ 진짜 이효리와 나르샤와 보아와 ,소녀시대들이 대단하다, 어떻게 힐을 신고 계속 춤을 추냐! 신기한 인간들. 여자는 왜 외모를 요구받는지, 오랜만에 직접적으로 깨달았다. 

넘쳐나는 화장품 광고, 여성 연예인의 '숨막히는 뒷태'를 전하는 사진 기자, 그걸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내려받는 한국 젊은이들. 화장품 광고 CF가 억대의 계약료를 오가는 세상. 난 조금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큭, 예쁜 거 좋아하다가 된통 당한 느낌. 오늘도 예쁜 인간들은 텔레비전에서 하늘하늘 움직인다. 현실의 거울 속의 나는 발치에도 따라갈 수가 없다. 아주 많이 슬프고, 무기력해지고, 부럽다.

 

그래도 , 난 화장을 안해도 날 정말 좋아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예쁜 신인이 등장해도 옮겨가지 않을 골수 팬. 잘해야지 ㅋ

 

역시 일기는 두서없어. 근데 이거 진짜 최대한 노력해서 오랜만에 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노 : 외국인노동자의 줄임말로 들을때마다 희노애락의 만감이 교체함.
출처 : http://www.cyworld.com/seonmi1908/427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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