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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별을 쫓는자
게시물ID : readers_22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유어른유
추천 : 3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9 21: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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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서 빛나는 것은 모니터안의 그녀뿐이다. 나는 어둠에서 별을 찾고 있다.
 
내 나이 31, 3년 전 직장에서 짤린 이유는 하극상! 그러나 실상은 무고한 해직이었다.
 
같은 동료인 희선씨의 다리를 쓰다듬는 고과장에게 나는 소리쳤다. 그 소리는 결국 해일을 일으켜 나를 덮어버렸지만.
 
나는 짤린 이후 분노에 휩싸였다. 나는 담배의 불이었을까 담배의 재였을까? 어느 쪽이든 오래가지 못할 운명이었다.
 
입사할 때 아버지가 주신 넥타이. 어머니는 고등학교때 불치병으로, 아버지는 해고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넥타이를 어루만지며 나는 분노했고 슬퍼했으며 그 감정들 속에서 쾌락을 느꼈다. 쏟아내는 무수한 감정들 속에 나는 욕구를 느꼈다.
 
죽고싶다! 이 거친 차가운 고속도로에서 내려앉고 싶다! 유턴은 없는 이 도로에서 나는 생과 사의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생에는 미련이 남지 않았고, 사의 유혹은 매캐하고 달콤한 담배연기처럼 나의 목을 휘감았다.
 
바둥거리는 두 다리가 책상 위의 리모컨을 건들이자 나의 중고 티비에서는 어떤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순간 두 손은 생명줄을 붙잡듯 필사적으로 목을 죄어가는 넥타이를 붙잡았다. 컥컥대면서 그 갈림길의 사이에 티비 속의 그녀는 강렬한 아침의 태양처럼
 
나의 머릿속을 들어왔다. 빨려들듯 들어가려는 순간 넥타이를 고정시켜뒀던 벽이 무너지며 나는 주저앉았다.
 
먼지들이 자욱하게 이는, 소주병과 담뱃재들 사이에서 나는 티비에서 눈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나의 별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어버렸다. 티비에서만으로는 빛이 부족했고, 나는 빛을 갈구하는 식물이었다.
 
그녀의 콘서트, 그녀의 사인회를 빠짐없이 드나들었고, 편지에 선물까지 어느 것하나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 이런 것이 사랑일까, 마약의 향일지 오아시스의 물의 향일지 모를 어느 것을 향해 뒤도는 법없이 내달렸다.
 
석탄가루를 먹는 것 같았던 밥도, 고무를 씹는 것 같았던 반찬들도 어느새 맛과 생명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의 결혼식이라는 소식은 각종 매체에서도 떠들썩한 논란이었다.
 
나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내 인생의 뮤즈같은 생명줄, 오아시스, 태양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랑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허둥지둥 챙겨입고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매니져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 누구세요? - 그녀의 두 눈동자는 빠르게 흔들렸다.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의 감정들 속 그 틈새에서 끼어있던 불순물들이 더럽고 말랑말랑한 혓바닥을 넘어 그녀의 귓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녀는 파랗게 질려가며
 
소리를 질렀지만, 내가 한 말도 그녀의 말조차도 나는 들리지 않았다. 절규인지 울부짖음인지 겁에질린 두 마리의 짐승이 우는 것처럼.
 
매니져는 뒤늦게 달려와 나를 붙잡고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는 경찰들이 와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조서를 작성하는 동안 마치 모던타임즈의 사람들처럼 영혼없이 기억하지 못하는 말들을 주저리 주저리 내뱉었다.
 
경관은 아무말도 없이 적어들어갔고, 나는 풀려났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무수히 빛나는 도심을 걸었다.
 
빛의 파도처럼 휘몰아 치는 차도의 가생이를 걸어가며 지나가며 나를 욕하는 소리는 빛과 소리의 파도속에 입혀져 들리지 않았다.
 
무수히 걷고 또 걸었다. 큰 강을 향해 나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나의 잃어버린 별들은 어디있는가? 큰 강가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와르르 산사태마냥 쏟아지기 시작하고 나는 두 팔을 벌렸다. - 안돼! - 허우적대며 나는 별들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의 환한 차들과 도로들 시끄러운 소음들에 별이 파묻혔으리라 여겨지자 나는 그것들을 향해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개새끼들! 씨-팔새끼들! 내..내 별들을 돌려줘!- 지나가는 사람들은 미친놈 보듯이 지나가고 늙은이들은 혀를 찼다.
 
나는 별들을 찾기 위해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큰 강위의 다리에서 도달하자 마침내 별을 찾을 수 있었다.
 
일렁이는 물살 위들로 무수히 빛나는 보석같은 별들이 떠있었다. - 내 사랑! 나의 빛이여!- 마치 메시아를 영접하는 가난한 농부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나에게 돌아와줘!- 그 별은 그녀로도 보였고, 나의 잘나가던 시간들로도 보였고, 맛있게 필 수 있었던 담배처럼도 보였다.
 
나는 그 별을 안기 위해 다가갔고 다리가 다리턱에 걸림이 느껴지자 나는 주저없이 뛰었다. 거친 바람이 나를 휘감고 놀라운 속도로 낙하되었고
 
물이 나를 감싸자 검은 심연이 나를 뒤엎었다. -살려줘! 여긴 빛이 없어!- 거칠게 팔을 나는 휘두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어둠은 나의 발을 붙잡았다.
 
-나는 어둠이자 세상의 빛이다.- 필사적으로 허우적 거렸지만 나는 깊숙히 끌려 내려갈 뿐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물 너머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 별이다... -  저 하늘의 빛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숨이 고갈하고 죽음이 내 머리 끝까지 임박했다. 그리고 내 가슴팍에서 무언가 한줄기 빛이 떠나가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잡으려 하는 순간.
 
- 허억! -
 
 
- 김대리!, 현수오빠! - 희선은 나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 일까? 어리둥절했다. 나는 분명 죽었을텐데?
 
-희..희선아 나 살아있냐?- 희선은 뭘 잘못먹었냐며, 어디 아프냐며 나에게 반문했고, 나는 말 없이 가슴팍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빠, 사직서 써놨어?- 나는 당황하며 달력을 보았다. 그래.... 내 꿈의 시작이었다. 나는 별거 아니라며 어물쩡거리며 희선이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멍을 때리며 시간이 흘러들어갈때 쯤 놀랍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나는 고과장의 폭풍과도 같은 소리침에 사직서를 그의 입에 쑤셔넣었다. -짤리더라도 내가 나갈란다.-
 
이상하게 힘이 넘쳤다. 발걸음은 경쾌한 리듬을 내며 나는 회사를 빠져나갔다. 마치 벌거벗은 것처럼(치욕의 의미가 아니다.)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길을 가는 동안 어느 유명 여가수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나에겐 보이지 않았다.
 
희미했던 별은 어느샌가 나에게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발자욱에는 빛이 남겨져있었다.
 
이 길이 별을 찾는 길이 아닌들 어떠한가.. 난 선택된 길이 아닌 선택한 길 위로 걷고 있음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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