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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사자의 꿈
게시물ID : readers_22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유어른유
추천 : 3
조회수 : 4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10 04: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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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바리 사자다.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타자를 치고 있는 사자.
 
부자연스러운 나의 손가락으로 타자를 눌르고 있는 사자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아가며 한창 일처리를 할때 즈음, 김대리가 한숨을 쉬며 앉았다.
 
- 망했다. -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나의 대꾸를 기다리는 듯 했다. 눈 꼬리를 하나를 올리며 쳐다보자. 김대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고과장새끼, 희선씨의 다리를 쓰다듬었지 뭐야, 그래서 한소리 했지.- 한심한, 이런 세계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그래서 사직서 입에다 찔러주고 왔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머리인걸까? 이말만 쌩하니 하곤 가야겠다며 돌아서는 김대리, 아니 김현수는 이세계에서 부적합해보이는 사람이었다.
 
투박한 손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에게 고과장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김현수의 책상을 노려보더니 나에게 고개를 휙 돌리고는 - 자네! 아직도 일처리를 못끝냈나! 한심하군!- 이러며 나에게 김현수가 구겨넣었다는 사직서의 봉투를 내던졌다.
 
-유유상종이라더니!- 이러며 씩씩 거리는 고과장의 뒷모습에 나는 고개까지 숙여가며 인사하고 있었다. 사원들은 속닥속닥 나의 귀를 간질였다.
 
나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신 차리잔 의미로 뺨다구를 톡톡치고 있을때, 스윽 무엇인가 나에게 다가왔다. 
 
뭔일인가 하고 보니 동기이자 잘나가는 서대리였다. 그는 능글맞은 얼굴로 나에게 잔뜩 파일을 밀어 넣더니 - 이것 좀 부탁해.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살인충동이 꼭대기를 두드리는 사자였지만, 그는 참았다. 나는 엘리트니까 라며 최면을 걸었다. 화장실에서 잠시 끄엉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말이다.
 
퇴근 후 샤워를 하며 갈기를 촉촉히 적시는 사자에게 이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세렝게티의 먹이를 잡고 돌아오는 그 느낌처럼 사자는 뿌듯했다.
 
그래 나는 오늘도 정글에서 살아남은거야... 수면용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안대까지 착용하고 갈기로 귓구멍을 막아 놓으면 그는 수면준비가 끝난다.
 
칼같은 동물의 본능으로 새벽에 깨어나는 사자. 그는 내일을 이겨내기 위한 각오와 다짐을 하고 잠자리에 눕는다.
 
초원, 나는 열심히 얼룩말을 쫓는다. 탐스런 엉덩이와 검고 흰 줄들, 나에게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 음식인가. 거친 발톱을 들어내며 쫓는 나의 몸놀림은
 
이제 곧 그 엉덩이에 닿을 것이다. 몸을 내던져 잡으려 하는 찰나 내 엉덩이에서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온다. 이게 무슨일인가?
 
그 고통의 주인공은 사자의 발톱이었다. 뭐지? 왜 내가 공격을 받는거야? 이봐! 내가 먹이를 잡는게 싫었나?! 숫사자도 몸이 근질거릴 때가 있다고!
 
나를 문 사자의 뺨을 갈기려는 찰나 나는 발견한다. 그것은 사자의 폭신한 발이 아닌 얼룩말의 말발굽이었다. 나는 놀랐다. 이게 무슨일이야!
 
마침내 사자는 날 눕히고 내 목을 물어버린다. 이럴 순 없어! 라고 외친들 사자의 이빨은 살을 파고드는 것을 멈추지 않은다.
 
붉은 선혈이 내 흰 줄무늬를 물들인다.
 
- 허억! -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안대고 뭐고 풀어 해치고 얼굴을 감싸쥔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황급히 손을 펼쳐보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말발굽이었다. 꿈은 다 꾼 것이 아니었나? 황급히 거울로 가서 얼굴을 확인했다.
 
맙소사, 이건 얼룩말, 얼룩말 그 자체였다. 말도 안돼! 사자가 얼룩말이 되어버리다니! 나는 패닉에 휩싸였다. 그 혼란의 시간 문득 시계를 보자...
 
포효를 했다.('울부짖었다.'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내 사전에 지각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목격하는 시침과 분침은 나의 궤도를 벗어나 있었다.
 
재빨리 양복을 입고 뛰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순간만은 사자임이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서자 상사는 내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흘깃 쳐다볼 뿐. 아무도 내 외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일은 심각했다. 안 그래도 느렸던 타자가 이젠 더 느려지게 생겼다.
 
쏟아질 상사의 폭풍우를 생각하자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발굽으로는 일의 진전이 없었다. 마침내 상사는 활화산의 뚜껑을 열어재꼈고, 나는 방에 끌려가는 초유에 사태에 직면했다.
 
마치 그 상사야 말로 사자 같았다. 그 포효, 날 선 말들로 내 마음을 할퀴고 이성을 찢기 시작했다. 아침의 패닉이 또다시 오는 걸까.
 
뭔가 뚝 케이블 선이 끊기는 소리처럼 무엇인가가 들렸다. 정신차려보니 내 두 손엔 선혈이 낭자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 두 손은 사자의 손이었다. 그래! 나는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백수의 왕처럼 포효했다!
 
쩌렁 쩌렁하게 사내에서 울리는 나의 포효소리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이 사태를 보자 비명들을 질렀다.
 
그래! 그렇게 지르라고! 나는 사자야 무법자란 말이다! 보잘 것 없는 너희들에게 억압되는 사자 따위가 아니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눈을 떴을 때는 쇠창살이 있었다. 이...이게 무슨일이지?
 
그리고 나는 포승줄에 묶인 두 손을 끌려가 재판장의 앞에 서있었다.
 
재판장은 뭐라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뜻 사형이라는 단어가  내 뇌리를 비틀어 꽂아 들렸다.
 
땅!땅!땅! 그렇다 내가 사형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이상했다.
 
법치국가에서 변호사도 어떠한 법률적 도움도 받지도 않았고, 나에게 일러주는 절차도 없이 나에게 사형이 내려진 것이었다.
 
나는 판사를 향해 울부짖었다. 그래. 내가 사자이기 때문일꺼야.
 
"이럴순없어! 나는 사자라고! 밀림의 제왕 사자가 너희 약한 먹잇감들에게 이렇게 당할 순 없어!"
 
나는 마지막까지 미친듯이 부르짖었다.
 
그러나 돌아서는 재판장의 입에서 들리는 소리는 단 하나였다.
 
"미쳤군."
 
나는 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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