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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구설수, 옥주현 그리고 임재범
게시물ID : star_11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_^
추천 : 8/4
조회수 : 16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6/01 15:12:28
*출처: 딴지일보 http://www.ddanzi.com/news/66252.html -----------------------------------------------------------------------------------------------------

[방송&연예] 구설수, 옥주현 그리고 임재범


2011. 5. 31. 화요일

논설우원 파토

 

구설수, 당연하다

 

 

지난 주 또다시 인터넷과 언론을 달군 화제의 프로그램 나가수.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이 프로는 왜 일케 구설수가 많은 거야.

 

첨에는 프로 가수들이 서바이벌 한다는 것부터 찬반양론으로 시끌시끌했다가(이건 이제 기억도 잘 안나는) 김건모 재 대결 사태로 촉발된 공정사회논쟁과 김영희 피디 경질 및 1개월 방송중단이라는 대사건이 있었다. 이후 임재범 토사구팽 설과 옥주현 영입 특혜설과 편애설 등(코스프레건은 덤), 이어 대기실 소란설과 그 확장 버전으로 임재범 난동설. 그리고 이제는 옥주현 1위에 따른 방청객 화면 조작 건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관련 현상을 봐 왔지만 단일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고 빠르게 화제와 구설수를 양산하는 경우는 정말이지 첨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왜 이럴까.

 

결론은, 이게 당연하다는 거다.

 

, 여기에 일곱 명의 가수가 있다. 각자 10여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나름대로 자기 영역에서 실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들이다. 그런 이들이 기대감을 잔뜩 품고 있는 관중들 앞에서 매주 1위부터 7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살벌한 경연을 벌인다.

 

등수는 상관없다고도 하고, 서로 북돋워도 주고 친근하게 행동도 한다. 그게 가식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인간적인 면이 작동하는 부분이고,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경쟁자로서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선후배 등등 인간 관계는 그 다음이다. 이 경쟁심이 바로 이들로 하여금 그토록 준비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이건 단지 남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겠다는 호승심 차원은 아니다. 경연이자 합동 공연을 벌이는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자존심이 걸려 있는 거다. 내 노래가 남들보다 못하고, 내 무대가 남들보다 초라하고, 내 해석이 남들보다 시시하고, 이런 느낌이 싫은 거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에게서 최대의 능력을 뽑아내고 있고, 우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첨예한 긴장이 흐르는 속에서 이런저런 상황들이 안 생기고 뒷말이 안 나온다면 그게 이상하고, 그렇게 보면 사실 지금 분위기는 놀랄 만큼 화기애애한 거다. 다른 종목에서 비슷한 서바이벌을 한다고 상상해 바라. 프로축구 골키퍼 7명이나 프로야구 투수 7명을 모아 놓고 이렇게 진지한 경쟁 프로를 한다면 결국엔 어떤 분위기가 될까. 그나마 나가수는 실제로는 점수를 매기면서도 예술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란 슬로건을 통해 그 첨예함이 중화되고 있기 땜에 이 정도에 머물고 있는 거다.

 

대기실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하는데 그런 일은 나가수 아닌 일반 대기실에서도 일어난다. 잘 알지 못하는 후배가 인사 안 했다고 선배가 붙잡고 혼내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다. 그런 게 머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좀 있었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거나 특별히 심각한 문제로 비쳐지는 일은 없다.

 

나가수의 경우는 첨예한 경쟁 분위기 속에서 나이 차이가 스무 살 가까이 나는 선후배들이 모여 있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넉살 좋은 연예인들이 아니다. 자기 음악성과 실력에 존재 의미를 두는 진지한 가수들이고 그닥 사교성 좋은 타입도 아니고, 선배 누나 형 하지만 실제 서로 친한 경우는 거의 없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게 당연하다.

 

임재범이 난동을 부렸다고 하는데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해도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친 정도일 게 뻔하다. 50에 가까운 음악계 대선배로서 사안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 분위기를 보면 적어도 상황이 현장에서 수습 되었다는 것, 그다지 험악한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근데 이게 임재범이기 때문에, 그간 퍼진 짐승남 분위기와 반항아 성향 때문에 언론에 의해 난동으로 묘사된다. 만약 이미지도 밝고 인맥도 넓고 인지도도 높은 다른 선배 가수였다면 비슷한 상황에서라도, 예컨대 김건모 난동같은 기사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임재범이 일부 연예인들처럼 살면서 수시로 거친 행동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지하철 시비 이야기도 젊은 사람에게 오히려 존대말 쓰고 참을 만큼 참았던 걸로 알려져 있다. 결국 난동이라는 표현 속에는 사람의 진짜 내면이 아닌 외적인 이미지를 이용해서 조회수나 올리려는 언론의 꼼수가 녹아 있는 거다.

 

, 구설수가 당연하다는 말 뜻은 요런 과장된 이야기들을 다 받아들이거나 확대 재생산하자는 게 아니다. 나가수라는 프로의 본질상 문제가 생기고 구설수가 돌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건수에 목마른 연예기자들과 일부 네티즌들이 이 새로운 먹이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을 지적하는 거다. 그러니 우리 멀쩡한 대다수는 그런 소리들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희일비하거나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자는 거다. 그 중 일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가수들의 노래와 음악적 실험을 즐기고 선의의 경쟁을 바라보며 같이 느끼면 그만이다. 말과 상황 하나하나에 너무 예민해져서 지난번 김건모 사태 같은 일이 또 생기면 그거야말로 비극이고, 또다시 초가삼간 태워먹는 짓이다.


 

 

옥주현 이야기

 

 

일단 전제하자. 이번에 옥주현 노래 잘했다. 1위까지 할만 한지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아이돌 출신 치고라는 꼬리표를 안 붙여도 잘한 노래였다. 우원은 이번 무대로 옥주현이 나가수에 나올 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증명했다고 본다. 사실 옥주현은 지난 5월 중순 엔니오 모리코네의 내한 공연에서 <넬라판타지아> 를 부르기도 했다. 모리코네가 직접 라이브로 실력을 확인하고 오케이 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연 전에는 물론, 1등한 후에도 옥주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나이나 경력이 더 일천한 태연이나 아이유가 나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지 싶다. 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옥주현을 싫어할까? 노래 실력에 대한 의심은 물론이고 재수없다, 밥맛이다같은 옥주현의 비호감 이미지는 왜 생긴 걸까?

 

오래 전 모습으로 돌아가봤다. 핑클에서 노래를 맡은, 그만큼 외모나 분위기는 떨어지는 게 옥주현의 초기 이미지였다. 이랬던 그녀가 나중에 살도 빼고 얼굴도 고치고 예뻐지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첨엔 못생겼다고 욕 먹고, 나중에는 못 생긴 게 이뻐질려고 설친다고 욕 먹은 거다. 근데 알다시피 연예인 중에 얼굴 안 고친 사람 없고 옛날 사진이나 동영상도 많이 퍼져 있다. 개중에는 옥주현보다 차이가 더 나는 경우도 있다. 근데 왜 옥주현만 일케 당하는 걸까.

 

이유는, 그들과 달리 옥주현은 못생겼을 때부터 우리가 알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유명해진 담에 과거 모습이 공개되는 경우하고는 다른 심리가 작동한다. 예컨대 내가 지금 어떤 예쁜 여자를 만난다면 그 여자는 그냥 예쁜 여자일 뿐이다. 알고 보니 중학교 때는 무진장 뚱뚱했고 공부도 못했고그런 건 내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허나 그 시절을 알던 중학교 동창들에게 그녀는 영원히뚱뚱하고 공부도 몬하던 X이 돈 처발라 예뻐진 것 뿐이다. 그런 그녀를 회상하는 친구들의 표정에는 항상 썩소가 맴돈다.

BEFORE

 

AFTER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람에게는 처음 만들어진 관계나 이미지를 중시하고 거기 안착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나 학번 등으로 서열을 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울나라에서는 더 심하다. 친구로 지냈던 재수생 동기가 알고 보니 다른 친구에게는 형이었다는 미묘한 관계의 경험 다들 있을 거다. 요럴 때 교통정리가 힘들어서 아예 셋이 같이는 잘 만나지도 않는다.

 

핑클에서 옥주현의 현실적 입지는 이효리 성유리 이진이라는 이쁜 소녀들을 빛내주기 위해 고용된, 좀 심하게 말하자면 노래하는 하녀나 다름없었다(비하하려는 의도 아니니 오해 없도록). 연예인은 고사하고 일반인보다도 못해 보이는, 불쌍하고 안쓰럽고 밉살스럽기도 한 존재. 그러던 그녀가 조금씩 변해서 이제 실력과 외모 양면에서 일반인은 물론 핑클의 공주님들조차 능가하는 위치에 도달한 거다. 이건 솔직히 대단한 성취지만 대중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까짓 게 감히하는 맘 때문이다.

 

이거 우리들의 무시무시한 편견이다.

 

근데 와중에 옥주현의 어떤 모습들이 반감을 부채질하는 부분도 없진 않다. 지난 경연을 보면서 그녀에게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노래 부르고 눈물 닦는 모습이나 발표 기다리는 얼굴 표정에 연출된 느낌이 없잖았던 거다. 어쩌면 위에서 이야기한 배경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예뻐져야 한다는 것, 그래야 인정받고 사랑 받는다는 것을 핑클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부자연스러움으로 감지된다면 감점 요인이다. 그게 이렇게 욕먹을 일이란 건 아니고.

 

여기에 특혜 시비가 또 반감을 부른다. 다른 가수가 노래 부를 때의 관중 모습을 옥주현이 부르는 장면에 집어넣은 건 사실이었다. 우원도 방송편집 경험을 가진 입장에서 이런 걸 단순 착각의 소산으로 보긴 좀 어려운데, 실수가 아니라면 의도가 순수한 것인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새 가수들이 뒤에 노래하는 신설된 룰도, 뒤에 부르는 게 유리하다는 걸 전국민이 아는 만큼 의혹이 생길만하다.

 

허나이런 것들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자면 끝이 없다. 신피디나 누가 어쩌던 말던, 일단 우리는 임재범에서 옥주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와 음악, 감성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옳다. 다른 기준들을 끌어들이고 습관적으로 의심한다면 그건 되려 우리가 시청자로서의 룰을 깨는 거다.

 

만약 정말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건 조만간 스스로 실체를 드러낼 거다



임재범의 귀환

 

이렇게 떠난 건 아쉽고, 돌아오면 좋겠다. 하지만 나가수에 돌아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 공연을 필두로 광주 대구 등 전국 투어, 즉 이미 잡힌 공연을 통해 돌아오는 거다. 그가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나가수로 유명해져서 나가수에만 의존하는 가수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것, 이건 임재범 본인과 그의 노래에서 감동받은 팬들을 위해 열라 중요한 앞으로의 과제다. 물론 그에게는 그럴만한 음악적 능력이 있다. 다만 거기 어울리는 기회를 얻지 못해 왔을 뿐.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만약 그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애정, 감동이 공짜로 안방까지 배달될 때만 발휘되는 거라면 우리는 임재범 같은 아티스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 그러니 이제 나가수 안 나온다고 섭섭해만 말고 진짜 아티스트로의 그를 경험하기 위해 지갑을 열어보는 건 어떤가.

 

이 공연과 본 우원은 아무런 이해 관계 없다는 설명, 안 해도 될 걸로 믿는다. 마지막 인사하던 임재범 본인은 물론 제작진, 나아가 평론가와 네티즌조차 한 달도 남지 않은 공연 이야기에 너무 인색한 것 같아서 굳이 한 마디 남기는 거다.

 

.

 

 

추신:

 

본 우원, 다음 경연에서는 현장의 청중평가단처럼 트위터 투표를 해볼까 한다. 방식은 실제와 동일하게 3명을 뽑는 형태로, 경연이 끝나고 방송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트위터의 선택과 현장 관객의 선택, 과연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를지, 독자 제현의 개떼 같은 참여를 권하는 바이다.

 


 

페이스북 : www.facebook.com/jongwo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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