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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메스 8화
게시물ID : readers_11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1
조회수 : 18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18 17:41:17
8화 업로드하고도 뒤늦게 공지를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원래 8화 제일 앞부분에 공지 붙이려고 했는데.. ㅠㅠ
다름이 아니라 7화에서 '좌파,' '우파'의 개념이 소설에 등장한 바 있는데 이것에 대한 독자님의 이의제기가 있었습니다.
읽어보니 맞는 말인지라 그것을 수용하고 앞으로 이념적 성향을 나타내는 용어로 그것들의 사용을 지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념적 성향은 모두 '진보,' '보수'으로만 설명될 것입니다. 7화도 이에 맞춰 수정하였습니다.
현실 대한민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진보, 보수가 아닌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진보, 보수의 개념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 국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정책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측은 진보로 소개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민당은 급진 진보세력으로 소개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지금 여기서 정하지.. 외과장 자리를 지금 바로 내게 약속해준다면 난 기꺼이 진성그룹의 제안을 받아줄 생각이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 다른 병원도 얼마든지 널렸다네!”



은주는 초조해서 손톱으로 테이블을 계속 두드려댔다. 그녀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었고 결국엔 두뇌가 과열하여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제.. 젠장. 지금 이 자리에서 내 권한 만으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박사의 의견은 너무 파격적이고 파괴력 있는 것이다.. 어쩐다..’


그때 잠자코 은주를 기다려주고 있던 박사가 다시 입을 떼려 했다. 


“은주씨 그렇게 안 봤는데 한 의사의 평생에 걸친 노력의 성과를 너무 날로 먹으려 하는 군..”


박사의 실망스럽다는 어투의 말에 은주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박사가 판을 깨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아뇨! 박사님 그것이 아니라..”


박사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이라 할 수 있을만한 기술을.. 돈 좀 가졌다고 한낱 외과장 자리로 무마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고민? 우습군.. 훗. 
내가 외과장 자리 따위에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나? 천만에!
임상실험 통과 후엔 반드시 병원장 자리를 보장해주게나. 또 향후 이 병원에서 개발될 모든 기술들에 대한 수익을 40대 60으로 나눠 갖도록 하지. 단, 나의 프로젝트 인공 해마로 인해 벌어들이게 될 수익은 50 대 50으로 나눠 갖길 바라네. 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박사는 은주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말투로 제안을 하고는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태연하게 쳐다보았다. 은주를 재촉하는 것이었다. 은주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는 듯 자신의 오른손을 테이블에 꽝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박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 좋습니다. 박사님의 모든 제안을 받아 들이겠습니다. 다만! 그 제안 이외의 사항들에 대해선 저희 쪽에 결정권한을 주십시오.”


예상했던 은주의 항복선언에 박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자에 안락하게 몸을 젖히고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은주는 박사와의 만남이 모두 끝나고 넋이 나간 듯 그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차에 타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머리 속은 마치 6중 추돌 사고가 난 고속도로 한복판처럼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녀를 발견한 만복은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은주는 차에 타자마자 만복에게 급히 지시를 내렸다.


“치매와 관련된 의료기술이 얼마나 진척된 상황인지 그것 좀 알아봐줘. 또 인간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직접 이식해 활용한 사례가 있는지도..”


“네..”


“마지막으로 왕립대 의대 교수 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 좀 해줘야겠어.”


“알겠습니다.. 어? 이.. 이현이요?”


“그래 이현.. 어째 이름이 똑같네.”


“그러게요..”


사실, 사무실을 나가기 전 박사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를 더 했다.


“은주 씨.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아… 네? 부탁이요.. 그럼요. 들어 들어야죠. 무엇인가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버렸기 때문에 박사가 무슨 부탁을 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주는 지레 겁까지 먹게 되었다. 꼴깍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를 숨길 여유조차 없었다.


‘젠장.. 그래, 어차피 진 판이다.. 뭐라 말하는지 들어보기나 하자.’


박사는 그런 은주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급수 차이 많이 나는 사자와 토끼의 싸움에서 사자가 한바탕 토끼를 가지고 놀다가 여유롭게 웃어대는 것 같았다. 물론 토끼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 나쁠 만한 웃음소리였다.


“하하! 너무 긴장할 것까진 없고.. 요즘 기초의학 교수진을 모으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사.. 사실입니다. 하하..”


“단순 병원만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의료단지를 설계하려는 모양이군.”


“네.. 맞습니다..”


“내가 다른 병원들을 모두 제치고 진성그룹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지. 의료단지.. 그것보다 내게 더 좋은 환경은 없으니까..”


이제 누가 보더라도 완전히 갑과 을이 뒤바뀌어버린 형세였다.


“다.. 다행이네요.. 하하..”


“그래서 말인데.. 왕립대 의대에 교수하는 이현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어.”


은주는 익숙한 이름에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박사에게 되물었다.


“이.. 이현이요?”


“그래, 이현.. 왜 아는 사람인가?”


‘설마..’


그녀가 어렸을 적 개성시 정문동에서 만났던 하얀 가운의 소년도 이름이 이현이었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 아닙니다.. 하하..”


그녀는 멋쩍은 듯이 웃었고 박사는 싱겁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 친구를 좀 섭외해줬으면 좋겠어. 내 계획엔 그 친구가 반드시 필요해. 이게 내 마지막 요청이 될 거야.”


“뭐… 알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네요.. 하하.. 그럼.. 박사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쓸데없는 잡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그 녀석일리가 없어. 괜히 김치국 마셔서 실망하지 말고 일단은 기다려보자.’


그러고는 황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아버지. 병원 설립건과 관련해서 긴히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요.. 오늘.. 시간 되세요?”


“무슨 일이길래 그리 바쁜지 모르겠구나.. 콜록콜록.. 아무튼 알았다. 지금 바로 회사로 오거라. 나중엔 시간 안 된다.”


“알겠어요. 길이 막혀서 1시간 30분 정도는 걸릴 거에요..”


회장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 아무 대답 없이 그냥 전화를 끊었다.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이 노인의 방식이었다. 그녀를 태운 차는 무례할 정도로 차선변경도 자주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진성그룹 본사로 향했지만 그곳에 도착했을 즈음엔 이미 1시간 50분 여가 흘러있었다. 비서가 회장실 문을 열어줬고 은주는 드디어 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다. 은주는 그를 보자마자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했다.


“늦었어요. 죄송해요.”


회장은 접견실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엔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앉아라.”


그녀는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며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밥상은 지극히 한국적으로 차려져 있었다. 황금색 놋쇠그릇에 담겨있는 오색의 음식들은 마주한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군침을 돌게 할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하얀 김치가 동동 떠있는 동치미 국물을 마시며 한 숨 돌리고자 했는데 톡 쏘는 시원한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회장은 입 안에 있던 음식을 모두 씹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은주는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 아차 하고는 물을 마셔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을 모두 삼켜버렸다. 


“최 박사가.. 외과장 자리를 요구했습니다..”


“뭐? 외과장? 그 자식 생각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그래서 뭐라고 했냐!”


회장은 은주의 말에 노발대발하며 성을 냈다. 그녀에게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는지 은주는 놀라는 눈치조차 보이지 않았다.


“약속.. 했습니다.”


“뭐! 네가 그런 일을 승인할 정도의 위치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회장이 위협적으로 숟가락을 들며 핏발이 선 눈으로 은주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손이 거머쥔 그 도구들을 행사할 태세처럼 보였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은주는 가방에서 박사가 건네주었던 그 서류를 회장에게 건네주었고 회장은 채 화가 다 가시지 않은 상태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회장은 테이블 한 모퉁이에 놓여져 있던 돋보기 안경을 꺼내 쓰고서야 그 서류에 쓰여져 있던 글자들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게 뭐냐? 인공 해마?”


“그게.. 완성단계랍니다..”


“∙∙∙ 두뇌에 컴퓨터 칩을 삽입해? 양놈들도 못한 것을 그 놈이 지금 했다는 거냐? 넌 지금 그걸 믿은거야!”


“저도 확신은 없습니다만.. 박사가 저희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그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지 않겠어요.. 게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 하길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은주는 눈을 질끈 감고 회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은주의 말에 회장도 조금은 진정된 기색이었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버지 그거 신 박사님께 자문을 구해봐야 할 거에요. 그 후 그것이 사실이면 빠른 시일 내에 비상회의를 소집해주세요.”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냐?” 


“성공만 하면, 박사의 말대로만 된다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될 거에요.”


“… 알았다. 신 박사한텐 너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지시하마.”


회사에서 나오는 은주의 표정은 아침에 박사를 만나고 나왔을 때처럼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버린 듯 멍했다. 차에 탄 그녀는 다짜고짜 자기자신을 나무랐다.


“아우! 이 멍청아..”


“왜.. 왜 그러세요 의원님?”


만복은 그런 그녀가 걱정스러워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주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은 채로 말했다.


“내가 미쳤지.. 그걸 그 자리에서 다 들어줬으니..”


“아.. 근데.. 그거 그 자리에서 다 안 들어줬으면 더 후회하셨을 것 같은데요..”


“뭐?”


은주는 눈이 휘둥그래진 채로 만복을 쳐다보았다. 만복의 말은 무언가 기대감이 들게 해주는 것이었다.


“알아봤는데요. 치매랑 관련된 컴퓨터 칩 기술뿐만 아니라, 두뇌에 직접 이식되는 칩 기술 자체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미국 국방부 고등기술연구원에서 사람의 뇌에 칩을 심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자극을 주어 각종 정신병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 겨우 이 정도에요.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이미 실현되어 시술된 바 있기도 합니다.”


“기본.. 적인 것?”


은주가 알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네. 간질이나 파킨슨병 환자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전기적 자극을 주어 멈추게 하기 위해 두뇌에 전극을 심는 기술은 이미 8만 명이 시술 받은 바 있더라구요.”


“흠..”


“박사의 프로젝트와 가장 유사한 것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테드 버거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롭 햄슨 교수 연구진들의 계획이었습니다. 2년 안에 지원자들을 모집해 메모리 장치를 그들의 두뇌에 이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네요.. 역시 해마에 초점을 맞춘 연구구요.”


“서둘러야겠네?”


은주는 실질적 경쟁자가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한편으로는 왠지 자신이 현대 기술에 벌써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렇죠.. 하지만 박사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해도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렇지?”


“박사가 인공 해마를 통해 일차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것은 치매 환자의 치료잖아요? 그 말인 즉슨 컴퓨터 칩을 통해 인간의 두뇌가 지니고 있는 기억 기능을 대체해내고 싶다는 것이구요. 
근데 인공 해마를 통한 기억기능 보완은 해마에 손상이 생겨 치매가 발생되었을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기억이라는 것이 모든 두뇌가 총동원되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두뇌에서 기억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것을 명확히 또 완벽하게 밝혀내지 않고서는 두뇌의 기억기능을 완벽하게 모방해낼 순 없으니까요. 
즉, 해마라는 하나의 두뇌기관만 흉내낸다고 해서 완성해낼 수 있는 계획이 아닌 거죠.” 


“그렇군..”


만복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무언가 맥 빠진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바로 목전에 황금 밭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 박사의 이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했습니다. 이 사람.. 의료 기술에만 정통한 게 아니더라구요. 어렸을 땐 미국 MIT 공과대학에서 직접 스카우터를 보내 초청했을 정도로 컴퓨터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은주는 만복이 들고 있던 박사의 이력에 관한 서류를 뺏더니 흥미로운 듯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만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대 의대에 진학했구요.”


“왜 의사가 되고 싶었을까.. 스티브 잡스처럼 무언가 개발했으면 돈을 왕창 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돈에 관심 없는 사람 같지는 않던데..”


은주는 알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사람이 그 동안 사서 읽었던 책, 다운 받아 본 영상들을 쭉 살펴보니 Trans-humanism에 아주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트랜스.. 휴머니즘?”


“5쪽에 보면 그 리스트가 나와 있는데요. 기술로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 뭐 이런 일종의 믿음입니다. 즉 과학 기술에 의한 신 인류의 탄생. 인류가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하나의 계획입니다.”


“뭔가 좀 섬뜻한데..”


리스트를 읽어 내려가는 은주의 미간이 무언가 불쾌하다는 듯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리고 이현이라는 사람 있잖아요..”


“응!”


이제 은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만복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읽고 있던 서류를 내팽개치고는 만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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