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친정이 없습니다.
친정이 없다는거 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결혼한 여자들에게는 말로 설명할수 없는 그런.. 큰... 뭐 그런거더군요
저와 다투기라도 하는날은 세상에서 혼자 소외된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것 같기도 하고요
명절에 남자 형제 친척들이 오후가 되면 하나둘 와이프들의 친정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말도 못하고 부러워 하고 또 슬퍼하는것 같은 모습도 보이더군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와이프가 임신을 하였고 저희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놀랬던지 태명도 깜놀이로 지었답니다
마냥 애와 같이 철없던 저는 엄청난 책임감도 막 들고 암튼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와이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모아서 우리 깜놀이 더 좋은거 사주고 더 잘키운다고..
그러면서 출산 전날까지 일을했어요
만삭인배를 이끌고 마지막 출근과 퇴근을 하고는 우린 병원으로 갔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가진게 없어서..
와이프 몸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저라도 잘 돌봤어야 되는데
저도 참 철이 덜든 어른인가 봅니다..
여기저기 친정엄마와 가족들을 대동한 출산직전 산모들이 많기도 하데요
우리둘은 좀 외롭게 느껴졌어요 뭐 저보다 와이프는 더했겠지요
그렇게 와이프는 홀로 이쁜 저희 딸을 건강하게 출산했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엄마가 악쓰는 소리와 함께
애기 소리가 병실 안에서 들려올때 그 기분 다들 아시죠....
우리 이쁜 따님의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사랑하는 와이프는 그렇게 엄마가 되었답니다
병원에서 3일을 지내고 조리원에서 일주일을 지내기로 했어요
저는 우리가족 먹고 살자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3일을 다 채우고 조리원 들어가서 이틀정도 있으니
이제 이것 저것 생각할수있는 여유가 생기더군요
와이프가 저에게 집에좀 다녀오라고 했어요
제가 집에서 가져와야할 것들의 종류며 위치들을 적어줬어요
한 5일만에 집에 가니깐 낮설게도 느껴지데요
와이프가 말한것들을 챙길려고 베란다로 나갔는데
전..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그자리에 서서 베란다만 쳐다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뭔지도 모를 아기자기한 아기의 빨래들이 베란다를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니 새옷들과 누군가에게 받아온 옷들... 천 기저귀 손수건 등등
엄청난 양의 빨래들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각으로 널려 있더군요
그 광경이 너무나 경이로웠습니다 평생 제 기억속에 남을것처럼...
정신차리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제가 평소 신경도 안쓰고 있었던
육아관련 물품들이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되 있었어요
여기저기 온 집안을 다 돌아보니 온통 우리 아가를 데리고 올
준비를 다 해놨더라구요....
누구하나 몸조리 해줄 사람도 없었을건데 심지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하면서....
혼자 이렇게 외롭게 준비하고 있었구나....
참을수 없는 감정에 막 울었습니다
울다가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주저 앉아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너무 어릴때 친정엄마를 보내드리고 어떻게 할지몰라 바닷가에 엄마 유골 뿌려 드리는 바람에
엄마 보고 싶으면 찾아가야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너무나 후회된다며 울던 우리 와이프
이렇게 엄마될 준비를 외롭게 하고 있었구나...
너무나 미안하고 존경합니다.
사실 오늘 와이프와 다퉜습니다.
떨어져서 각방에서 잠을 자는데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너무 미안해지네요.. 얼마나 지낫다고..
내일 퇴근하고 와서 사과하고 더 잘해줘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