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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걸까요?
게시물ID : gomin_1104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Ω
추천 : 11
조회수 : 777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1/01/14 21:28:05
저는 16살 여중생입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갑니다.
베오베에서 '우문현답'이라는 게시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셔서 3살때부터 초등학교 이학년까지 외할머니 손에 길러지다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엄마아빠와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할머니와 살때도 엄마의 공부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방학때 며칠 부모님 집으로 오면 책상에 앉혀놓고 공부만 시키셨었습니다.
보통 가족이 떨어져 있다 만나면 여행을 가거나 하지 않나요....?
그런데 사실 이때까진 문제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는 제가 부모님이 공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문제집을 십 여권씩 쌓아놓고 한권씩 풀어서 옆에 치워놓고...
그렇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집으로 이사오고 이쪽 초등학교로 전학와서 첫해에는 계속 전교 1등이었었고,
부모님은 그런 저를 자랑스러워하셨던 것 같습니다.
애들이 게임할때 책읽고 글써서 상장을 타오고, 
애들보다 몇배 많은 독서록을 써서 제출할때면 내심 뿌듯하고 자만심에 찼던 걸로 기억합니다.
3학년, 4학년때도 공부를 안하고 게임을 하다 걸리거나 문제집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풀다 계산실수를 하면 손바닥을 맞았었지만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4학년때는, 엄마가 이웃집 아주머니들과 '잘 안 부러지는 매'에 대해서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고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엄마와 저 사이의 골이 깊어진 것은 5학년 여름 방학때부터였습니다.
5학년때 선생님께서 굉장히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셨는데,
5학년 1학기때 저를 아껴주셔서 사이가 좋았었습니다. 
저한테 '그렇게 순진해서 인생 어떻게 살려 그러냐, 드라마 좀 봐라'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며 순수하고 착한 아이로 여겨 주셨고, 저도 그런 선생님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셨던 선생님께서 5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자 '너 변했다' 하시면서
저를 경멸하셨고, 5학년이 끝나고 선생님이 덕담 한마디씩 해주시는 자리에서는 
반 아이들이 다 보는 앞에서 "어른을 가지고 놀려 하지 마라"라는 말을 남겨주셨습니다.
그만큼, 5학년 여름방학은 제게 큰 변화를 가져준 시기였습니다.

5학년 여름방학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 기억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생각은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지?"였고,
아침먹기 전에 공부하고 아침먹은 후에 공부하고, 공부하고...
정작 힘든 건 공부가 아니였습니다. 경시 문제집을 펴놓고 엄마와 같이 공부하는데,
제가 설명을 이해못하거나 문제를 이해못하면 도둑 잡는 용으로 사둔 목검으로 다리에
멍이 시꺼멓게 들어서 옷을 못임을 정도로 맞아야 했고, 
공부안하고 몰래 게임이라도 하다 걸리면 진짜 죽음이었습니다.
그냥 손에 닿는 데가 맞는 데였습니다.
공부하다 졸기라도 하면 찬물세례가 머리 위로 쏟아졌고,
울면서 먹은 저녁밥도 셀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때, 엄마가 저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여러번 해보았습니다.
엄마와 아빠 사이를 이간질 했다고 때릴때나, 좋아하는 옷을 며칠씩 계속 입는다고
찢어버리셨을때, 깜빡 잊고 내의(런닝)를 챙겨입지 않았다고 옷 벗기면서
'남자한테 몸팔고 싶어서 이러냐' '니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을때...
엄마는 저를 걱정하고 저를 가르치려고 체벌하기보다는 그 분 스스로의 분을 못 참으셔서
화를 풀려고 때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저희 아빠는 제가 맞는 걸 모르고 계셨고, 맞다가도 아빠가 퇴근하시면 화장실로
빨리 들어가 안 맞은 척, 안 울고 있던 척 세수하고 흔적을 숨기고 나와야 했습니다.

엄마와 사이가 악화되는 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바로 나타났습니다.
엄마가 학교가기 전에 "너 학교 갖다와서 각오해"라고 하시면
그날 하루종일 우울한 상태로 있었고,
친구들은 "쟤는 매일 기분이 안 좋아요" 하면서 저를 피햇습니다.
엄마에 대한 분노는 친구들에게 풀었고, 저는 점점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면서
어느곳에도 발 붙일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는 약물 자살을 몇번 시도했었고, 미수로 끝날때마다 복용량을 늘려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약통의 약을 죄다 먹었는데 부작용만 일어나고 죽질 않아서,
그 다음부터는 약국에서 사다 먹었었습니다...

네, 저도 제가 한심한 거 압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더 힘든 사람 생각은 못하고.
근데 저는 너무 멍청하고 한심한 년이라서, 고작 그거 힘든 거 가지고 죽을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와서 성적이 수직하향하면서, 전교등수는 한자리수에서 두자리 수가 되었고,
엄마와 사이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제 육탄전이었죠.
뺨때리기로 시작해서 주먹으로 가슴, 배를 때리고 발로 차고 눕혀서 목을 조르고,
머리채를 잡고 머리를 흔들어 바닥에 박고,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치고...

대화로 풀려는 시도 안했냐구요?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엄마는 맞고 싶지 않으면 공부해라. 라는 답변만 하셨습니다.
그럼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겠죠.
저희 엄마의 '공부'는 말그대로 고3들의 공부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2시 넘어서 자기 전까지 공부만 하고, 쉬는 시간에도 영어책을 읽고,
잡담도 하지말고, 취미 생활? 웃기는 소리입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오면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방학때도 5시에 못일어나면 맞고, 벌받고
하루종일 혼나고.... 말그대로 하루종일입니다. 공부도 때려치고 아침부터 자기 직전까지 계속 벌받는 
겁니다. 학교에 가면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더 심해진 왕따에 괴롭힘을 당해야 햇지만
그래도 차라리 학교가 나았습니다. 
애들은 적어도 두들겨 패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에 오기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소위 노는애들이 '맨날 공부 잘하는 척 문제집만 푸는 재수 없는 년'이라고 말하고, 저 빼고 나머지 애들이, 저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애까지 가세해서 괴롭히는데, 정말 병신같은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닥달을 합니다.
정말 모든 엄마는 자식을 사랑하나요? 엄마가 흥분하실때마다 제가 친구가 없다는 걸 가지고 비꼬고, 
그걸 평소에도 농담의 소재로 사용하고. 이러시는 것도 사랑의 일부분인가요.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받을때마다 자해를 하거나 자살시도를 하면서, 우울증은 점점 깊어지고,
한번은 진짜 죽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
약물 자살을 시도했다가 밤새 토하고 난리를 쳤는데, 
엄마는 저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날 마침 회식이 있으셨던 아빠가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는데,
저를 병원에 데려가면 아빠가 제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걸 알게 되실거고, 
그러면 엄마와 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다 드러날테니까요...
그리고 약물자살 시도로 죽을 뻔했던 그 다음날, 저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 공부를 해야 됬고,
그리고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금은 제 성적이 다시 올라가면서 이런 건 많이 줄었습니다. 기상시간도 6시면 충분하고,
깨어있을땐 공부만 해야하긴 하지만, 쉬는 시간정도는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도 하고 싶은 걸 하진 못합니다.
제가 엄마 몰래 오유에 들어오는 걸 알게되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합니다.
또 하루종일 맞고 잘못했다고 빌고, 지겨운 일의 반복이겠죠.

어쩌다 보니 신세한탄을 하게됬는데,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이건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너무 답답했습니다.
저는 엄마를 진심으로 증오합니다.
위의 제 신세한탄은 진짜 일부분이고, 엄마와 저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은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무슨 이유로든 매일매일 맞았던 걸 떠올리면, 지금도 울적해집니다.
제가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건가요.
커서 어른이 되면 저도 '아, 그때 그게 다 날 사랑해서 하신거구나.' 하고 느끼게 될까요.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오신 오유인들. 제게 답변을 좀 해주세요.
저의 우문에 현답을 던져주세요.
제가 아직 너무 어려서 모르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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