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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못하는 매력적인 사나이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104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94
조회수 : 9185회
댓글수 : 2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06 13:14: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06 11: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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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피부에 군살 없는 몸매, 그리고 더러운 인상과 트래쉬 토크를 쏟아 낼 것 같은 뉴욕 할렘가 흑인 갱스터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입술을 가진 나는 
생긴 건 운동을 참~ 잘하게 생겼다. 

그러나 실상은 운동을 못.. 아니 몸뚱어리를 움직이는 자체를 싫어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외모만 보고 운동을 잘하겠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학 때 사람들의 오해가 절정이었는데, 
나를 처음 본 선배와 동기들은 나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 녀석 손에 굳은살 봐. 분명 야구 했어. 그것도 투수했을 거야." 
손에 굳은살은 3살 때부터 호미질하고 괭이질, 삽질 등, 밭일을 하면서, 그리고 밭에 돌을 골라낼 때 집어 던지면서 생긴 것이다. 

"저 자식의 토실토실한 치킨 같은 다리 좀 봐. 분명 육상 선수였을 거야."
트랙터나 농기구를 이용해서 밭을 갈 수 없는 곳을 쟁기를 허리에 끼고 밭을 갈아서 생긴 것이다. 내가 허리에 쟁기를 끌면 뒤에서 작은형이
잡고 끄는 형식으로 일하면 큰 형은 느긋하게 음악을 들으며 '소가 소를 끄네!' 하며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열심히 일하는 소에게 누가 일 잘하나 질문하며 농부하고 밀땅하던 황희 정승 같은 새끼..

1학년 때 수업을 마치고 집을 돌아가는 데 농구를 하고 있던 선배들이 나를 불렀다.

"야 성성아 너도 농구할래?" 

당연히 싫었다. 따뜻한 봄날 아리따운 여인과 휘날리는 벚꽃 싸대기를 맞으며 데이트를 해도 모자랄 판에, 냄새나는 형들과 몸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큰소리로 외쳤다.

"네. 형. 금방 갈게요."

형들은 나를 두고 태국 방콕에서 온 특급 용병이라며 서로 자기의 팀으로 데려가려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바보들.. 나는 태국에서 온 특급
용병이 아니고 특급 치어리더도 못 되는 데.. 
나를 데려간 팀의 선배들은 '우리 이제 농구 편하게 하겠어.' 하며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태업을 일삼았던 '빈스 카터' 같은 자세를 보였다.
형들은 내게 키가 크니까 '센터'를 보라고 했다. 전설의 센터 김유택 아저씨가 생각났다. 내 몸에 손가락만 대도 김유택 아저씨처럼 
양 허리에 손을 대고 팔짝팔짝 뛰어야지.. 그때까지 난 농구를 눈으로만 봤지. 직접 뛰어 본 경험은 없었다.  

수비할 때 상대 팀 선배가 저돌적으로 돌진해왔다. 순간 내가 농구를 하는 건지 투우를 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선배와 정면충돌 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고 하지만 맨날 엎어져서 쳐 우는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수줍게 바닥에 쓰러졌다.
캔디가 쓰러지면 항상 꽃잎이 날렸는데, 내가 쓰러졌을 때는 모래가 날리고 있었다. 퉤퉤퉤..
우리 팀 선배들은 공격자 반칙을 유도했다며 환호했다. 
그리고 수비할 때 슛을 하는 선배가 자꾸 땀 흘리는 얼굴을 내게 들이밀어서 손으로 얼굴을 밀며 수비했다. 실수로 선배의 얼굴을 밀어 버린다는
것이 공을 쳐 냈다. 우리 팀 선배들은 '와! 오지 마 블로킹!!" 채치수다!! 아니야 생긴 거로 보아 윤덕규다!! 하면서 나를 승리의 태국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공격할 때 내게 공이 오면 나는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듯 주변에 보이는 우리 편 아무에게나 던져 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선배들은 '역시 저 녀석. 운동감각만 있는 게 아니고 시야도 넓어.' 하면서 칭찬했다.
'어라.. 이게 아닌데..'

하지만 TV 농구시합에서 본 건 있어서, 슛하기 위해 공을 들고 과감히 달렸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다섯 걸음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세의 슛.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농구에서 
골 만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 상대 팀 선배들이 나를 가리키며 '워킹!!' "워킹!!" 이라고 외쳤다.
나는 억울해서 말했다.

"저 안 걸었어요. 뛰었어요." 

같은 팀 선배들이 "너 워킹 몰라?" 라고 물었다. 

"그걸 왜 몰라요. "걷다.' " 이 사람들이 내가 시골에서 영어 배웠다고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시골에서 성문 기초영문법을 마스터한 
나름 동네에서 몇 안 되는 영어 인재로 추앙받던 존재였는데..  

"아니 그 워킹 말고 농구에서 워킹 몰라?"

머릿속으로 '아 walk가 아니고 work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하다?' 요 라고 선배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농구코트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날 농구장에는 세 명의 킹이 강림하셨다. 걸음의 왕 walking, 일의 왕 working, 그리고
분노한 선배들의 나를 향한 fucking....

그 뒤로 학창시절 운동은 가끔 내가 하고 싶을 때만 가끔 껴서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마치 배트맨 신분을 숨기고 사는
브루스 웨인처럼 나는 내 운동감각을 숨기고 살아왔다. 가끔 회사 야유회나 체육대회 때 사람들이 '성성씨도 나와서 해봐. 잘하게 생겼는데.'
라고 하면 마치 은둔 고수가 하수들 노는 데 낄 수 없다는 도도한 병신미를 뽐내며 운동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작년 가을, 회사에서 야유회를 갔을 때 일이었다.
야유회를 갔으면 야유회답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야유를 퍼부으며 술이나 마실 것이지, 갑자기 사장님께서 남자 직원들을
부르시더니 족구를 하자고 하셨다. 나만큼이나 운동하길 싫어하는 부장님이 먼저 거부 하셨다.

"저희 족구할 인원도 안 되고, 그런다고 여직원들하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사장님은 우리 말고 야유회를 온 듯한 아저씨 무리를 가리키며, "저쪽 분들하고 맥주 한 박스 내기 시합하자고 하면 되지.."
라고 말씀하셨다. 사장님은 직접 그 아저씨들에게 족구 시합을 권하셨고, 그 아저씨들은 아무 고민 없이 "콜"을 외쳤다.
맥주 한 박스를 건 회사의 명예를 건 시합을 위한 선수 구성을 하는데, 나는 '저는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서 뛸 수가 없어요.' 라고 없는 병을 만들어 
일단 피했다. 부장님은 '제가 무좀이 있어서...' 라며 역시 빠져나오려 했지만, 사장님의 '무좀 있는 사람이 그럼 어떻게 출근을 해. 
죽는 병 아니니까 뛰어' 라면서 부장님을 강제로 시합에 출전시키셨다.

역시 부장님은 경기 초반 작은 싱크홀 같던 부장님은 시합이 계속될 수록 블랙홀로 진화하고 있었다. 부장님은 몸을 던져 공을 피했지만
마치 자석처럼 공은 부장님의 몸을 맞고 아웃되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결국 참지 못하시고, 

"야! 햇볕 알레르기 너 나와. 내가 병원비 내줄 테니까 나와."라며 블랙홀을 족구장에서 퇴출하고 정체불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셨다. 

내가 교체되자 상대방 아저씨들은 "이제 에이스가 나왔군.", "비겁하게 용병을 써!" 하는 표정이었다. 나의 족구 실력을 간 보기 위해 
내 쪽으로 서브가 왔다. 다행히 얼굴로 공을 막았다. 코가 얼얼했지만, '나이스'라고 외치는 사장님의 목소리에서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 공격 때 공이 또다시 내 쪽으로 왔다. 바닥에 강하게 튀긴 공은 나의 급소를 향해 오고 있었다. 
순간 경기의 승패를 떠나 여직원들 앞에서 심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두 손을 모아 손오공이 에네르기 파를 쏘듯 공을 쳐 냈다. 
'나의 소중한 알을 지켜냈다. 나의 수많은 정자가 "아빠 잘했어!!!""아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응원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보고 "저 자식. 족구하라니까. 지 '좃'구하고 있네." 라며 나도 블랙홀 부장님과 함께 경기장에서 퇴출했다. 
그날 우리는 맥주 한 박스를 상대방 아저씨들의 즐거운 술자리를 기원하며 증정했고, 야유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사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모든 야유를 부장님과 함께 나눠 들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야유도 함께 들으니까 들을 만 했다. 
출처 누가 내게 어떤 운동을 가장 잘하세요? 라고 물으면 숨쉬기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숨쉬기 운동도 버겁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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