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지난 3월 말에 남편의 이직때문에 멀리 이사를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전 백수입니다. 신나요.
이전에 살던 집은, 남편의 직장이 5년 계약이라 집은 회사에서 지정해주고 가구 및 가전제품을 대부분 제공해줬어요.
5년짜리 계약인 직장 때문에 살림살이를 모두 장만할 외국인은 별로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직장은 종신직이라 다른 일본인 직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집 구하기와 살림 마련을 자력으로 해결해야했습니다.
집 구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외국에 산다는 게 녹록치 않다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삿날 첫대면을 한(사진과 영상만 봄)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아늑해서 다행입니다.
우체국 택배로 이사를 마친 수준이라 이전 집에서 갖고 온 가구라곤 MDF 책장 몇개와 철제 선반 몇개였습니다.
빈 집을 완전히 새로 채워야 했어요.
수중에 큰 돈이 없는 저희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이 니토리, 중고품 가게, 100엔샵(다이소)입니다.
1. 니토리 - 실용성 제일주의
니토리는 일본의 이케아라고 불립니다. 이케아보다는 덜 세련되지만 동네에 하나쯤은 있어서 평상시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이케아가 코스트코라면 니토리는 롯데마트같은 느낌?
제품들은 실용적이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디자인과 내구성은 so so 한 수준이구요.
대부분이 니토리로 만들어진 침실입니다.
커튼은 2년 전에 니토리에서 샀던 제품이 길이가 좀 짧길래 동일 제품을 구입해서 재봉틀로 드르륵드르륵 박았습니다.
앞모습은 그냥저냥인데 뒷모습은 누더기입니다.
매트리스 깔기가 애매해서 원래 갖고있던 두께 2.5cm짜리 우레탄매트에 두께 4cm짜리를 추가로 사서
이불커버에 구겨넣어서 침대인 듯 침대 아닌 침대같은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베개커버 빼고는 다 니토리...
우레탄 매트는 더블사이즈, 두께 4cm짜리가 12000엔 정도였습니다.
이 공간은 일본 전통 집에서 족자같은 거 걸어두는 곳인데, 저희는 책장을 넣었습니다.
큰 책장 2개를 넣고 왼쪽은 남편꺼, 오른쪽은 제꺼로 구분하고 벽면도 반반씩 자기 좋아하는 걸로 꾸몄어요.
남편의 물건들이 일부 제 구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책장은 한개당 7800엔 정도입니다.
일본 집에는 '오시이레'라는 붙박이 장이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문 4짝 짜리 공간이 제 전용 오시이레입니다.
남편은 문 2짝짜리를 배정받았습니다. 제가 나이가 더 많으니 공경해야죠.
아래쪽의 플라스틱 수납장은 오시이레용으로 나온 거라 깊이가 꽤 있는 편입니다.
사이즈(높이)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개당 대략 1100엔 정도입니다.
공간이 너무 넓어서 한쪽은 제 작업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아직 정리가 안되어 있긴 하지만,
재봉질과 뜨개질용품을 넣고, 조금 높은 의자를 두면 재봉틀 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주방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MDF 책장 4개를 넣어 만든 식료품보관 스페이스입니다.
바깥쪽 2개는 몇 년 전에 니토리에서 구입한 것이고, 가운데 2개는 집근처에서 구입했더니 높이가 살짝 다릅니다.
윗면에는 MDF 널판을 구입해서 얹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보이는 형태라 좀 정신사납긴 한데, 이걸 굳이 가리려하면 더 허접해보일 것 같아서 그냥 냅두려구요.
이것도 니토리에서 구입한 그릇장입니다. MDF 조립식입니다. 가격은 5000엔 정도구요.
왼쪽에는 철제선반에 자주쓰는 그릇들을 넣어뒀는데, 지진이 잦은 곳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식기장을 하나 더 사야할 것 같아요.
2. 중고품 가게 - 득템을 찾아 헤메는 하이에나
차로 20분 거리 안에 중고품 가게가 세 곳 있습니다.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득템을 몇번 경험하고 나니,
이제 딱히 살 게 없어도 종종 들르게 됩니다.
중고품 가게에서 처음에 구입한 건 거실용 테이블입니다. 색이 바래긴 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습니다.
표면을 사포질 하고 수성우레탄 도료로 윗면을 발라줬더니 행색이 더 그럴싸해졌죠.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테이블 3000엔, 수성우레탄 도료 1000엔입니다.
첫번째 테이블의 성공에 힘입어 구입한 것이 접이식 아일랜드 식탁입니다. 접어쓸 일은 없지만...
보시다시피 상판이 많이 벗겨졌길래, 마찬가지로 사포질 후 도료를 칠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상판 도료를 벗겨냈더니 다시 빤질빤질한 시트가 나옵니다.
유성도료를 칠해야하나 생각하다가, 살짝 높이도 높일 겸, 나무 널판을 사와서 윗면에 붙이고 도료를 칠했습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다른 사람(=남편) 눈엔 좀 허접해 보이겠지만, 전 완전 마음에 들어요.
왼쪽의 접이식 의자와 아일랜드 식탁 세트로 3800엔이었고, 나무 널판이 1500엔(커팅비 포함), 도료가 1000엔입니다.
가구점에 갔더니 비슷한 형태의 아일랜드식탁이 만엔 정도짜리가 있더라구요.
제가 산 중고품이 가격적으로 엄청 저렴한 건 아니지만, 만엔짜리보다 훨씬 튼튼한 구조라 부엌일 할 때 더 편합니다.
시선을 가로채는 파란 의자도 같은 중고가게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매주 빵을 굽는데, 반죽기 둘 장소가 마땅치 않더라구요.
반죽기가 생각보다 흔들림이 많아서 목재가구 위에서 사용하기가 겁이 나구요.
마침 철제 의자가 있길래 사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죽기를 안쓸 때는 아일랜드식탁 아래 넣어둡니다.
서랍도 있어서 베이킹 도구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의자는 아일랜드식탁+접이식의자와 같은 가격인 3800엔입니다.
디자인이 예뻐서 이렇게만 쓰기 아깝지만, 딱히 다른 데 쓸데가 있는 것도 아니라...
중고품 가게 최고의 득템은 이 의자입니다.
거실로 쓰는 큰 방이 4면 모두 문이라 소파를 두기 애매한 구조입니다.
어차피 당분간은 둘만 쓰는 집이라 1인용 소파를 2개 살까 했는데, 중고품 가게에 이 의자가 후광을 비추며 놓여있었습니다.
사용감이 거의 없는, 새 것 같은 의자인데 가격이 무려 3800엔!!!
저 위의 철제 의자와 같은 가격!!!
좌우 회전도 되고 뒤로 젖혀지기도 합니다!!!
보자마자 이거다!!!! 하고 갖고 왔지만, 이거랑 같이 두어도 어색하지 않을 의자를 구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같은 중고품 매장에 갔더니 이번엔 얘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막 들어왔다는, 아직 가격표도 못붙였다는 직원의 말에 머릿속에 " You are my destiny~~"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 의자도 초록의자처럼 좌우회전과 리클라이닝이 가능하고 육안으로는 새제품입니다.
디자인이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고, 회색의자쪽이 디테일이 더 손이 많이 간 형태입니다..
다리 얹는 스툴 포함해서 9900엔!!!! 초록의자에 비해 좀 비싸지만 그래도 이 가격은 믿기지가 않습니다!!!
다다미 방에 올려놓으니 어색한 듯 어울리는 듯 그러네요.
어느게 누구거라고 말도 안했는데, 남편은 비싼 의자가 지 몫이 아니란 걸 알았는지, "나도 스툴 사줘"라고 합니다.
본능이란 무서운 것이죠. 결혼은 전쟁터고, 넌 살아남아야 하니까.
두 의자를 산 가게에서 좋은 기운을 느낀 이후, 오가는 길에 들르다 발견한 스탠드 램프입니다.
낮에 보면 그냥 그런가부다 하지만
밤에 보니 괜찮지 않나요? 각도 계산해서 약간 뒷쪽에 놓았습니다. 여자는 자고로 역광이죠.
스탠드는 1900엔입니다.
3. 100엔샵(다이소) - 뜻하지 않은 용도로의 전환
이사할 집이 정해진 후 바로 가장 가까운 백엔샵을 검색했을 정도로, 제 생활에서 백엔샵은 절대 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천엔짜리 한 장으로 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백엔샵의 생활용품은,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과 다른 용도를 생각해 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금통이나 잡화를 넣는 쓰레기통 모양의 인테리어 소품입니다. 저금통 코너에서 찾았습니다.
남편이 마당에서 담배 피우고나서 꽁초를 버릴 재털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왔습니다.
재털이로 판매되는 제품도 있는데, 뚜껑이 없거나, 열고닫기 불편하더라구요.
집 근처에 바람에 아주 세게 불어서, 날아가지 말라고 아래에 무거운 사기그릇과 본드로 붙이고,
뚜껑 열리지 말라고 돌도 하나 얹었습니다.
오른쪽 제품은, 컵을 꽂으라고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그런데 철사가 얇아서인지 플라스틱 컵 아니면 못쓸 듯 합니다.
제가 이걸 사온 것도 컵꽂으려고 사온 게 아닙니다.
도마를 꽂으려고 사왔습니다.
제가 큰 도마를 좋아하는데, 일반적인 도마 보관대에 꽂으면 넘어집니다.
컵홀더를 쓰니 굉장히 안정적이고, 고기/생선용 플라스틱 도마도 따로 보관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원예용품코너에서 가져온 양철통입니다.
서랍에 넣기 불편하고, 매일 쓰는 조리기구는 건조 후 여기에 넣어서 사용하니 편리합니다.
그냥 쓰면 넘어지기 때문에, 바닥에 강력 자석을 붙여서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강력자석도 물론 백엔샵에서 구입했구요. 백엔샵 만세.
세면대 사진입니다. 정리 좀 하고 찍을 걸...
왼쪽이 화장실 가는 문인데, 원래 미닫이문이었던 걸 여닫이 문으로 바꿨는지, 세면대 옆에 묘하게 공간이 있습니다.
세면대 수납공간이 부족한터라,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까 하다가, 이렇게 해봤습니다.
좁은 공간에 설치하는 선반을 옆으로 눕혀서 달아주고, 백엔샵의 철망에 꽂아 쓰는 수납 바구니들을 달았습니다.
편리합니다.
새 집 꾸미기 위해 구입한 제품들을 모아봤지만, 사기만 사 놓고 아직 제대로 정리가 된 건 아니라 갈 길이 멉니다.
이놈의 집안일은 왜 이리 해도해도 끝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이제 집꼴이 좀 봐줄만 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또 정리해야 할 게 산더미고...
이 와중에, 남편은 집안 곳곳에 눈알을 붙이러 다니며 혼자 좋아하고 있습니다.
안녕, 난 말하는 스피커... 아... 스피커는 모두 말을 하는거지... Speaker니까...
루시, 쌍꺼풀 했니...?
이런 눈알들보다, 우리집 인테리어 완성에 필요한 건 고양이입니다.
남편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사하면 고양이를 키울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는지,
남편의 송별선물로 캣타워가 두개나 들어왔습니다.
(제가 받은 송별 선물이 모두 술이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캣타워도 조립하고 고양이를 위한 푹신한 대형 방석도 사고...
저처럼 부끄럼쟁이 똥꼬를 가진 고양이일까봐 뚜껑 달린 화장실도 사놨는데, 아직 우리 식구 될 고양이를 못만나고 있네요.
이름도 벌써 다 지어놨는데...
인테리어 완성되면 동게에 글써야지~~ 얼릉 와라!!! 우리집 인테리어의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