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인 나와 3살 터울인 둘째는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로서, 게임을 방해할 때가 아니면 말수도 적고 정말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아쉽게도 나 또한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다.
첫째랑 둘째가 내성적이어서 였을까 이 두명에게 없는 외향성을 한번에 모은 듯한 아이가 막내였다.
내가 집에서 만화와 애니로 덕질을 하고 둘째가 매일 게임을 하며 집에 틀어박혀 있을 때 막내는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우리 집안의 돌연변이와 같은 녀석이었다.
성격도 활발하고 얼굴도 잘생긴 편이어서 여자사람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막내는 인근 유명한 남고로 진학하라는 내 권유에 엿을 날리고는 결국 모 여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랬다. 막내는 남동생 같았지만 사실은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오빠 2명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형성된 인격은 우리 3명을 남매가 아닌 형제처럼 느껴지게 하였다.
이제는 대학교 졸업반인 여동생이 대학 신입생 때의 이야기다.
1.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보통 대학 입학전 새내기들을 모아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2박 3일 가량의 MT 비슷한 행사를 진행한다.
갓 성인이 되어 술을 많이 마셔본 적 없던 여동생은 만취한 상태로 어딘가로 가야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달렸다. 아무 것도 없는 벽을 향해서.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붙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향해 달려가려는 모습이 마치 9와 4분의 3 승강장에 가려고 하는 해리와 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동생에게는 처음부터 '호그와트'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2.
동생이 대학 새내기로서 첫학기를 개강한지 얼마안되서 여동생이 목이 매우 쉰 채로 집에 들어왔다. 당연히 만취한 상태였다 . 왜이렇게 목이 많이 쉬었냐 했더니 그 이유인즉 이러했다. 새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온갖 술자리와 노래방이 반복되어서 이미 목 상태가 안좋던 동생.....그날따라 특히나 술자리에서 너무 크게 웃고 환호성 지르고 크게 떠들다보니 목이 쉬었다고.....
다음날이 되니까 동생은 아예 말을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니까 "성대결절" 무슨 가수도 아니고..... 술마시면서 너무 크게 떠들다가 성대결절 걸리는 사람은 난생 처음봤다.
더불어 안그래도 남자같은 성격이던 동생은 목소리마저 약간 허스키해졌다.
3. 동생은 잠꼬대가 굉장히 심했다. 한 때 집안이 매우 어려워서 좁은방에 5인 가족이 흥부네 가족처럼 같이 자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온갖 만행을 볼 수가 있었다. 잠을 자면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이상한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몽유병처럼 돌아다녀서 몰컴 중이었다가 걸릴뻔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밖에서도 그럴줄은 몰랐다.
여느때와 같이 밖에서 열심히 놀던 동생. 하지만 새벽이 되자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들었고
파할때가 되자 차마 저대로 버리고 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동생의 선배 중 한명이 동생을 깨우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은 한번 잠들면 3개의 휴대폰이 2시간 동안 알람을 울려대도 깨지 않는 강적이었고
동생보다 6살 많았다던 그 남자선배라는 사람은 "xx야! 일어나!"를 외쳤고 그 말에 동생은 잠결에 "꺼져 못생긴게."라고....
동생은 그날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다음날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4. 여동생한테 어느날 "동생아, 친구 중에 괜찮은 애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라고 농담(사실은 농담반 진담반)을 했다.
"내 친구한테 오빠를 소개시켜주느니 차라리 평생동안 솔로로 살라고 하겠어."
그이후로 왠지 동생이 나를 보는 시선에 경멸이 담겨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는 한다.
----------------- 동생한테 이야기 들을 땐 정말 재밌었는데 역시 사람은 글솜씨가 중요한가봅니다 ㅠㅠ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