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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사고 낸 고참의 오해...
게시물ID : military_59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지사항]
추천 : 3
조회수 : 97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12 15:14:12
94년 2월 군번으로 서해의 해안 경계부대에서 군복무를 했습니다.

우리 중대는 중화기중대였고 대대와 떨어진 독립 중대막사에서 생활하였고,

3개월마다 소대별로 교대로 해안 경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중대 관할 해안 소초는 대대막사 안에 있었습니다.


하루는 해안 소초에서 새벽에 전원근무를 나가기 위해 기상을 했는데

선임하사가 굳은 표정으로 우리 중대에서 오발사고가 났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대 막사에 있는 타 소대 바로 윗 고참이 위병근무를 서다가 오발사고를 냈다는 것입니다.

중대막사는 위병과 해안 경계를 겸하여 근무를 섰고, 사고가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실탄,수류탄을 갖고 근무를 섰다고 합니다.

근무를 설 때 K2소총은 경계총 자세로 근무를 서지만, K1소총은 어깨에 맨 채로 근무를 서므로 총구가 전방을 향합니다.

위병 근무라서 사수와 부사수가 마주 보면서 근무를 섰고 사수가 실탄이 들어있는 탄창을 총에 꽂고 장난을 치다가 오발사고가 났는데

정확히 부사수 일병의 심장에 맞아 즉사를 했다고 합니다.

사고를 낸 후 군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교도소인지 영창인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고를 낸 고참은 소대는 다르지만 후임들에게도 잘 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죽은 후임도 불쌍하지만 오발사고 낸 고참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몇 달 뒤에 그 고참은 중대로 복귀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대 안에 있는 소초 내무반 문을 열고 그 고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습니다.

고참은 문 앞에 서서 뭔가 미안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데

난 중대에서 대대나 소초에 무슨 일이 있어서 왔나보다 생각하고 반가운 마음에 "단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고 평상시 처럼 물었는데

고참은 갑자기 표정이 굳으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알았다." 하면서 뒤돌아서서 가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그 고참은 "오발사고로 사람까지 죽여 놓고 여기에 왜 왔냐?"라는 뜻으로 받아 들인 것 같았습니다.

난 그 사고에 대해 전혀 생각치 않고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무슨 일로 온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본건데...

뒤늦게 고참에게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명하려고 쫓아 나갔는데 이미 어디론지 가고 없더라구요.

얼마 후 그 고참은 타부대로 전출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했던 말 한마디를 평생 오해하고 마음상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립니다.

만나면 위로의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는데 괜한 오해로 인해 상처로 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출처 95년도 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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