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이사온 이듬해에 심은 작약 두뿌리가
해마다 오월이 되면 꽃을 피워냅니다.
색깔고운 빨간색은 모란버젼으로 피우고,
흰 버젼은 내가 생각하는 작약의 버젼으로 피우지요.
향기는 또 어찌나 좋으신지..
제가 사는 이곳
미국의 학교들은 대체로 오월 첫째 주를
선생님주간으로 삼아서 여러 행사들을 가지는데,
그중에는 선생님한테 꽃 한두송이씩 가져오기가 있답니다.
각자 사기도 하고, 정원에서 꺽어 오기도 하는데,
그리 모아진 꽃을 꽃병에 가득담아 두고, 온 반 아이들과 함께 즐깁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였는데도
이 작약꽃은
그 피어나는 타이밍이 절묘하여
매년 아이들 손에 들려 선생님에게로 향한답니다.
첫해에는 두세송이 피어나더니
해마다 무성하게 피어나는 우리집 작약
한 십여년을 그리 아이들 손에 들려 배달셔틀이 끝나면,
아이들이 자라고 떠난 이 집에서 계속 살면서,
나는 이 꽃이 피어나면..
꽃을 들고.. 질질 끌며, 쑥쓰러워하며..
스쿨버스를 타던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워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