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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어요
게시물ID : gomin_11049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Npa
추천 : 0
조회수 : 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5/30 22:44:26
아버지는 예전부터 도박에 빠져계셨어요.
평소에는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셨는데 단 한 가지 문제가 도박...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몇 년이나 숨기다가 제가 어른이 돼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때는 이미 늦어서 집도 담보로 잡혀있는 상황이더라고요.
집은 결국 넘어가고 저희 가족은 뿔뿔히 흩어져서 살게 됐어요.
전 갑자기 넘어간 집 때문에 성적은 되는데 대학도 가지 못했어요.
엄마는 급하게 식당에 취직하시고 밤마다 몸살때문에 끙끙대셨어요

그래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전 아버지가 너무 미워서 아버지를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어요.
연락이 오면 대충 바쁘다고 말하기 바빴고 절대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어요.

몇 년이고 우리를 속였다는 것도 미웠고
우리 가족 인생을 다 망친 것 같아서 미웠고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아빠가 너무 미웠어요.

그러다 얼마 전에서야 아빠한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하고,
밥은 드셨어요?, 출근하셨어요? 그런 별 의미없는 안부문자를 먼저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몇 주 전에 아빠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은행 대출이며, 지인들에게 빌리기도 하시고 급기야 사채까지 끌어쓰시다 빚을 못 견디신 것 같더라고요.

뿔뿔히 흩어져 산 지 몇 년이 됐더라...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막연히 그런 희망을 품었었어요.
언젠가는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엄마랑 아빠랑 저랑 작은 집에서라도 다 같이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아빠는 사라지고 세상에 아빠 흔적이라고는 빚만 남았네요.

아빠가 스스로 그런 선택을 했던 게 제 잘못인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관심을 가지지 못한 죄인 것 같고,
애초에 아빠가 도박에 손을 댔을 때 알아채지 못한 죄인 것 같고,
아빠를 말리지 못했던 제 잘못같아요.
죄책감을 씻어내기가 어려워요.

조금만 더 참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다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주 소소한 행복을 바랐던건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넋두리라도 하고 싶은데 어디 말도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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