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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로 오해 받은 썰.
게시물ID : humorstory_441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카린S2
추천 : 4
조회수 : 7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13 13:04:18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군대를 다녀온 후였으니 2005~6년 쯤 될 겁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를 데리고 경주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차운전 때문에 술을 안먹었는데 당시의 아내는 술을 많이 먹은 상태였습니다.
 
당시의 아내는 통금시간이 있어서 집에 가야했기에 뻗어버린 여자친구를 조수석에 억지로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20분쯤 지났을까요.
 
아내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조수석에 누운 채, 토악질을 시작했습니다.
 
생애 첫 차였습니다. 2003년식 산타페였죠.
 
중고인데다가 선루프가 고장났지만 소중했습니다.
 
운전 중이라 바로 설수가 없어서 조금 더 가서 논길 옆에 차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늦었습니다.
 
차는 이미... 범벅이 되어버렸고. 가죽시트가 아닌 관계로 시트는 토사물을 머금었죠.
 
그렇게 차를 세워 10분을 고민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약 100 미터 거리에 덩그러니 있는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멀지않은 거리였기에 일단은 아내를 놔두고 편의점에서
 
생수, 물티슈, 각티슈 등 청소에 쓸만한 물건들을 쓸어담아 차로 돌아왔습니다.
 
일단은 트렁크에서 돗자리를 꺼내어 차도 옆의 넓은 논에 깔았습니다.
 
인도가 없는 차도였기에 어쩔 수 없었지요.
 
그리고 집사람을 끙차끙차 짊어지고 돗자리에 뉘였습니다.
 
범벅이 된 차를 생수와 물티슈를 이용해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웩웩...
 
집사람은 돗자리에 누워서도 열심히 토악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차를 청소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 청소는 포기하고 집사람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아 주고 있을 때였습니다.
 
"위잉위잉"
 
약 10m 떨어진 거리에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멈춰!! 손 들어!!"
 
어두워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한명의 경찰이 내게 무언가를 겨누고 있더군요.
 
그리도 또 한명의 경찰은 천천히 내게 다가오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지 않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논에 눕혀진 여자와 돗자리에 범벅이된 얼룩들.
 
생수통과 물티슈로 열심히 무언가를 닦는 모습.
 
저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아니었나봅니다.
 
"움직이면 쏜다. 당장 손 들어!"
 
그때 타이밍 좋게 집사람이 끄응거리면서 옆으로 돌아눕더군요.
 
"살아있다! 살아있어!"
 
네네... 집사람은 살아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압도적인 상황에 저는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가오려던 경찰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구급차를 요청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
 
"손들어!"
 
저는 손을 들고 천천히 뒤로 물어났습니다. 그제서야 경찰은 집사람에게 다가가더군요.
 
그리고 내게 무언가를 겨누고 있던 경찰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토했어요."
 
그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차에 토했다고요!"
 
가까이 다가온 경찰의 뻥진 모습.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생애 첫차의 순결.
 
범죄자 취급당하는 지금 이 상황.
 
모든 감정을 담아 소리쳤습니다.
 
"아씨! 짜증나!!!"
 
 
오해는 풀렸습니다. 누군가가 신고를 했다하더군요.
 
왠 남자가 쓰러진 여자를 데리고 논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신고정신 투철한 그 시민에게 아주 고마웠습니다.
 
 
순결을 잃은 산타페는 싼값에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차였던 카렌스가 제게 왔죠.
 
주변 형님들에게 한번씩 술먹고 이 이야기를 꺼내면 형님들은 이야기합니다.
 
자기라면 차를 안바꾸고 여자친구를 바꿨다고.
 
 
지금 생각하면 나름 재미있었던 기억입니다.
출처 나. 약간의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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