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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
게시물ID : boast_15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팅이ㅋ
추천 : 0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13 14: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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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찌된 일인지 그녀가 나보다 한 수 빨랐다. 앗차 하고 생각이 들 때는 이미 그녀는 내 앞에 빙긋 웃으며 서있었고, 할아버지께서 옆 자리에 앉게 되었다.


옆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는 처음엔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그냥 다른 할아버지들처럼 어딘가를 지긋이 응시하거나 상념에 젖은 그런 모습이었다. 


문득,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거시더니 영어로 대화를 하시는거였다.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를 배울 때처럼 발음이 슬몃 투박하기도 하고 자막 없이 미드 못 보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명료한 대화였지만 (설사 외워서 말한 대화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배운 혹은 배우려고 노력하는 분이라는건 알 수 있었다. 


통화가 끝나고 얼마 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학생 혹은 총각 등 그 외 어떤 호칭도 없이 그야말로 let it be의 가사처럼 'Suddenly~'하고 시작된 것이었다.


6.25때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역시나 주인공은,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것은 할아버지였다. 그제서야 왼편 어깨에 달린 메달이 눈에 띄었다. 참전 용사로서 받으신 그 훈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일단은 주의깊게 듣고 있으니 더욱 탄력을 받으신 듯 그 이후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이 날로부터 일 년 가량 시간이 흘러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였다고 생각된다. 


적절한 맞장구와 추임새에 끝날 줄 모르던 이야기는 내릴 역을 하나 앞두고서야 서서히 마무리 짓게 되었다. 송구스럽게도 이야기를 끊고 다음에 내린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 듣던 내내 앞에 서있던 그녀에게 잘 해주라거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같은 뭐 그런 작별인사를 주고 받고나서 문이 열리기 직전 할아버지께 귓속말로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해드렸다.


"할아버지께서 고생하신덕분에 저희가 잘 살 수 있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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