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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망상주의] 개발자의 슬리퍼(톨비쉬)
게시물ID : mabinogi_1331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야시마
추천 : 14
조회수 : 132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0/13 2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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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게 눈팅하다가 톨비쉬때문에 가입했어요 ㅠㅠ 엉엉 ㅠㅠ
톨비쉬는 모두에게 친절해서 속상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연성한 망글...
넋놓고 써서 개연성이 하나도 없음 주의. 망글 주의. 의식의 흐름 주의. 스압주의.
 
★스압주의 스압 장난 아니에요!!
 
 
 
 
 
개발자의 슬리퍼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을 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에게만’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고는 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러한 상황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래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관계가 바뀌었으니 그런 것도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은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오전 훈련을 모두 마친 그녀가 조원들과 함께 식사라도 할 겸 길을 가던 중이었다. 가는 내내 양쪽 귀에는 디이의 고함과 카오르의 짜증이 고막에 꽂혔다. 애를 쓰고 화해를 시켰는데도 여전히 투닥대는 디이와 카오르를 진정시키는 건 로간의 몫이었다. 다른 때 같았다면 그녀가 한발 먼저 두 놈들을 말렸겠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조장님?”
 
겨우 디이와 카오르를 떼어놓은 로간이 물어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반응이 없다.
 
“뭐야?”
 
커다란 기둥 같은 로간을 사이에 두고 카오르를 향해 허공에 주먹을 날리던 디이가 멈추었다. 이상하다는 걸 느낀 것도 그때였다. 평소 같았다면 그만 좀 싸우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어야 할 조장이 유난히 조용하다. 카오르도 같은 걸 느낀 모양이었다.
 
“뭐야. 조장. 무슨 일인데?”
 
그 누구보다 월등한 반응 속도를 가진 그녀였지만 굳게 닫힌 입은 도무지 열릴 줄을 몰랐다. 급한 성질 탓에 금세 답답함과 조급증이 몰려와 대답하라며 발을 쿵쿵 구르던 디이가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 할 게 아니냐는 불퉁거림도 그때 비로소 멈추었다.
 
“톨비쉬 님?”
 
저 앞에서 톨비쉬가 누군가의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었다.
 
 
그녀가 톨비쉬와 무슨 관계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니. 수틀릴 정도로 잘 알고 있지만 이런 눈빛은 처음 보았다. 마치 사도를 죽일 때와 같은 섬뜩한 눈으로 그녀는 톨비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둘이 싸우기라도 했나. 하지만 아마도 그건 아닐 거라 디이는 짐작했다. 그의 조장은 아닌 듯해도 은근히 말이 많았다. 특히 톨비쉬에 대해서라면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질러야 입을 다물고는 했다. 헌데 이런 눈빛이라. 잠자고 있던 호기심이 슬슬 발동을 거는 기분이었다.
 
“저 사람이 누군데?”
 
막 끈을 다 묶어주고 일어서는 톨비쉬를 보며 눈을 빛내는 까만 머리의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간과 카오르도 처음 보는 얼굴에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아! 답답하네, 진짜!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야! 조장!”
 
성난 소처럼 발을 구르며 내지르는 목소리가 지축을 뒤흔들 것처럼 쩌렁쩌렁 울렸다. 무식한 빨간 성게가 시끄럽다며 카오르가 중얼거렸다. 로간은 아예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였다.
 
“어. 어?”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그녀가 디이를 바라보았다. 톨비쉬를 잡아 죽일 것처럼 노려볼 때는 언제고. 그녀의 눈은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아. 무슨 일이냐니까? 몇 번을 물어야 알아듣느냐고!”
“일? 무슨 일?”
 
얼빠진 대답에 울화가 치밀었다. 주먹을 말아 제 가슴을 쿵쿵 쳐대는 디이를 그녀는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디이 왜 이래?”
 
조장이 정신이 나갔느니 어쩌니 하는 영문 모를 말을 중얼대며 가슴을 쿵쿵 치는데, 그녀는 한순간 디이야말로 정신이 어떻게 된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로간과 카오르를 번갈아 바라보아도 그녀는 답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서 뭐하고 있어요?”
 

로간과 카오르의 등 뒤로 톨비쉬가 다가왔다. 디이의 목소리가 하도 큰 바람에 톨비쉬의 귀에도 꽂힌 모양이었다. 디이의 발광도 톨비쉬가 다가온 순간 뚝 끊겨버렸다.
 
“식사는 했어요?”
 
로간과 카오르가 옆으로 비켜서자 톨비쉬가 한걸음 더 다가왔다. 얕게 미간을 좁힌 그녀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대답 없는 그녀의 모습에 톨비쉬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보나마나 표정을 살피는 것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위로 올라가려는 손을 주먹을 말아 진정시키고 있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참나. 왜 그러냐 한다. 무슨 일 있느냐 한다. 꾹 말아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떨리는 주먹을 바라보던 그녀의 조원 세 명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오로지 눈으로만 대화를 나누었다. 이쯤 오니 왜 자신들의 조장이 그런 기색을 보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디 아파요? 얼굴이 빨간 것 같은데.”
 
톨비쉬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이마 위로 올라왔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왜 얼굴이 빨갛지. 중얼대는 목소리에 벨테인 조 조원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왜 눈치를 채지 못하는가. 연애가 뭔지도 모르는 카오르가 알아챌 정도인데, 왜 이 남자는 모르는 건가. 지금 그들의 조장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무슨......”
“아까. 누구예요?”
 
열릴 기미 없던 그녀의 입이 드디어 말이라는 걸 뱉어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물음에 잠시 멍해졌던 톨비쉬가 다시 얼굴 위로 웃음을 드리웠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헤루인 조에......”
“헤루인 조면 카즈윈이 챙길 일이지 왜 톨비쉬가 그런 것까지 해줘요?”
 
부드럽게 이어지는 톨비쉬의 말을 그녀가 날카롭게 잘라냈다. 언제나보다 한 톤 높아진 목소리에는 대놓고 짜증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이제야 터져 나온 정답에 디이는 로간과 카오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역시 그거였어. 흡사 그리 말하는 눈빛이었다.
 
“카즈윈이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만한 사람은 결코 아니고, 넘어질 것 같아서요.”
 
뭐가 문제일까. 톨비쉬의 벽안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오히려 본인이 디이처럼 가슴을 쾅쾅 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눈동자며, 얼굴이 더 화를 돋우고 있었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아무에게나 친절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타고난 천성이 그런 건지, 뭔지. 그 순간 헤루인 조라는 그 여자가 본인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톨비쉬 본인은 전혀 모르는 게 뻔하다. 알반 엘베드인 오늘, 엘베드 조의 조장을 반쯤 죽이면 어떨까나. 그녀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아이라의 서점에서 빌린 책에서 보았다. '질투'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그 책에 나온 것과 같은 것이니 이건 필시 '질투'라는 것이었다. 이 질투라는 걸 한 번만 더 했다가는 눈앞의 이 남자를 잡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파란 눈 안에 들어온 건 밀레시안들에게 뿌려진 키트에서 나온 슬리퍼였다. 곰도, 병아리도 아닌 개발자의 슬리퍼. 귀엽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고 편했기에 염색까지 해서 신고 다니는 중이었다.
 

 - 편하게 하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걸 신고 전투라도 했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언젠가 톨비쉬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신발 하나를 사주겠다는 걸 부득불 말렸었다. 신발이라면 많으니까 괜찮다고. 정 불편하다 생각되면 다른 걸로 바꿔 신겠다고 했었는데. 그녀는 톨비쉬가 본인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보았다. 편하다고 좋아했던 개발자의 슬리퍼가 초라해진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음에 들게 염색까지 한 건데 이 슬리퍼가 세상에서 가장 못나게 느껴졌다. 한참 슬리퍼를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가자.”
“아!”
 

톨비쉬를 놔둔 채 그녀가 돌아섰다. 아직 식사도 하지 못했는데 그들의 조장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어라 한마디 토를 달아야 할 디이도 이번에는 순순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곁을 지나며 슬쩍 본 톨비쉬는 미간을 좁힌 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톨비쉬가 그녀를 찾은 건 아발론 게이트 밖, 스카하 해변의 구석진 곳이었다. 낮에 그녀를 그렇게 보낸 뒤에 한참 생각했다. 알반 기사단 최고의 기사라는 평을 듣는 그였지만 쉬이 답이 나오질 않아 아벨린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었다. 톨비쉬의 말을 들은 아벨린은 가장 먼저,
 

- 이런 쪽에서는 의외로 바보 같네요.
 

라고 말했다.
 

아벨린에게 그런 말을 듣는 건 억울했지만 그 후에 이어진 말에 톨비쉬는 바보 같다는 말을 납득했다. 정말 바보 같았네요. 그리 말하는 그에게 아벨린은 그저 고개만 끄덕여줄 뿐이었다.
 

 

그녀는 수정골렘이 팔을 휘두르는 걸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인식은 당했지만 장애물이 있어 골렘들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멋쩍어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톨비쉬가 그녀의 곁에 앉았다.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톨비쉬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파란 눈동자가 마주쳐오는 것에 톨비쉬는 조금 안심했다. 눈을 마주하기 싫을 정도는 아니구나 싶었다.
 

“제가 너무 무심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다시는 당신이 마음 상할 정도로 모두에게 친절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고 또 골랐는데 막상 말하니 어딘가 어색했다. 민망한 기분이 톨비쉬가 어색하게 웃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못 찾으면 아홉 살 포션이라도 마시고 숨어버리려고 했어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던 그녀가 꺼낸 건 뚜껑에 숫자 9가 달린 자그마한 포션병이었다. 언젠가 밀레시안들에게 단돈 백 골드에 뿌려졌다는 그것이었다.
 

“못 찾을 리가 있나요.”
 

톨비쉬의 커다란 손이 그녀에게서 아홉 살 포션을 거두어들였다.
 

“이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마실 일 없을 겁니다.”
 

톨비쉬의 주머니로 모습을 감추는 포션병을 그녀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까운 건가요? 그렇다면 백골드 드리면 되겠습니까?”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톨비쉬의 모습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대는 그녀를 톨비쉬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왜, 왜 그게 필요 없는지. 마, 말해줘요.”
 

한참 뜸들이다 더듬거리며 나온 말에 톨비쉬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어디에 있어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걸 마시고 숨어버려도 찾을 수 있으니까, 애초에 필요 없는 게 당연합니다.”
 

직접적으로 듣고 싶어 부탁했는데 막상 이렇게 들으니 상상 이상으로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걸 보던 톨비쉬가 손을 내밀었다.
 

“돌아갈까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말없이 톨비쉬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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