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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메스 9화
게시물ID : readers_11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0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19 19:55:58
“그리고 이현이라는 사람 있잖아요..”


“응!”


이제 은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만복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그녀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읽고 있던 서류를 내팽개치고는 만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왕족입니다."


※ 소설 속의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의원내각제와 왕실이 공존하는 형태로써 총리를 수장으로한 의회를 왕실이 견제(?)하는 체제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왕실의 정치적 역할은 도의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충실한 견제의 역할은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맞습니다. 대부분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왕실은 그저 상징적 존재에 불과합니다.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나라의 자긍심이죠.
따라서 현실의 대한민국과는 달리 이 소설 속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없습니다.


은주는 만복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내가 찾아달라고 했던 건 왕립대 의대 이현 교수인데?"


만복은 이러한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왕 이무의 둘째 아들로서 무려 왕가 서열 3위더라구요."


'왕의 아들 이현? 내가 아는 그 이현이 아닌가..'


"아무튼, 이 사람은 왕립대 의대 교수이자 줄기세포연구소에 재직 중인 연구원이기도 합니다."


'줄기세포..?'


"인간의 몸이 모두 세포로 이루어져 있죠. 줄기세포는 그 세포들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설명해서.. 검사, 군인, 청소부 등 특정한 직업이 이미 있는 어른들이 있다면 무엇하나 특이점을 발견하기 힘든 아기들도 있죠. 줄기세포는 바로 그 아기와 같은 존재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시기의 인간. 
그래서 학계에서는 줄기세포가 원시세포 내지는 만능세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만능세포!'


"최 박사와 이현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여기서 최 박사가 이현을 지목한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둘 모두 '치매'라는 증후군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치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뇌기능 손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보이는 것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증후군입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 병이 곧 치매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지만, 사실 알츠하이머 병은 치매라는 증후군을 유발하는 하나의 주요 질병에 불과하죠.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 치매라는 증후군으로 대표될 수 있는 일종의 증상을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에는 파킨슨 병, 헌팅턴 병 등 여러가지가 있죠.

어쨌든 치매는 뇌가 손상되어 발생하는 증후군인데, 최 박사는 컴퓨터 칩을 사용한 두뇌기능 대체의 치료법을 선도하고 있고 이현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두뇌의 복원으로 치매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치매라는 증후군에 있어서 아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 치매환자의 뇌세포를 줄기세포에 복사해서 이를 관찰하는 등 치료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죠. 다른 경우 줄기세포는 필요한 형태로 조작된 후 환자의 뇌에 직접 투입되어 손상된 뇌를 다시 복원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구요."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없어?"


"음..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좀비가 나타났을 때 좀비를 퇴치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우선, 우리 편 중 하나를 일부러 좀비로 만들어서 생포한 후 이를 관찰.. 어떻게 퇴치하면 좋을지 연구하는 방법이 있죠. 이 경우 좀비는 몇 일 동안 밥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빛에 약하다 등등 수 많은 정보를 얻기에 상당히 용이할 겁니다. 이것이 줄기세포가 치료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상황의 우회적 설명이 될 수 있겠고..

다른 경우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정상인간을 발견.. 그를 복제 또는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이것이 줄기세포가 치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상황의 우회적 설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닌지라 정확한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대충 어떤 것인지는 알아 들었으니 됐어. 어쨌든 줄기세포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


"그렇죠." 


"분명 큰 돈이 될 수 있다는거고."


"그렇습니다. 전국 치매 환자만 약 108만명입니다. 2024년엔 2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구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증후군인 치매도 덩달아 급증 추세입니다. 게다가 치매로 인한 살인 등 치매가 사회적 범죄의 원인이 되는 일도 잦아지면서 전세계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 수치적인 부분은 단순하게 2배 하였습니다(소설 상의 수치 = 실제의 수치X2). 왜냐면 소설 상의 대한민국은 분단된 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 박사가 이현을 지목한 이유는 향후 자신의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될지도 모를 이현을 미리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겠다는 목적이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현의 연구가 성공하면 자신의 금전적 이익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줄어들 것을 예방하는 아주 계산적이고 정치적인 술수입니다."


'계산적이고 정치적인 의사라..'


은주는 갑작스레 몸을 편히 눕히고 눈을 감았다. 만복은 이런 은주의 행동이 순간 궁금해졌다.


"안심.. 하시는 겁니까?"


"계산적이고 정치적인 의사라면 결국 일반 사기업을 다루는 일과 최 박사를 다루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되잖아. 그런 것이라면 아주 쉬워지겠어. 안심되기도 또 만족되기도 하네."


은주는 어느새 이현이 그때 그 아이일 줄 모른다는 의심은 이미 접어놓은 듯 했다. 만복도 은주의 마음이 편하다면 굳이 쓸데없이 이 사안을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에 내심 안심하고 만족했다. 이날 은주는 서울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다.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고급호텔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삼청동에 위치한 왕립대로 향했다. 이현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대한민국 왕실이 위치한 곳이었다. 청와대 옆에 독립대가 있듯, 대한민국 왕실 옆엔 왕립대가 있다. 독립대와 왕립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립대학들이기도 하다. 


왕립대는 벽돌 등 전근대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독립대의 건물들과는 달리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사실에 걸맞게 유리 등을 적극 활용한 현대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 모든 장소에서 한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디자인에 한국적 요소들을 적극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도 한눈에 보고 능히 알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현대적 건축양식과 한국적 디자인의 만남이라는 사실로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고 대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왕립대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왕실의 문장들도 눈에 띄었다. 문장들은 때로는 금박으로 때로는 형형색색의 색깔들로 치장되어 왕립대를 빛내고 있었다. 왕실 문장은 왕실을 대표하는 꽃인 오얏꽃과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를 뜻하는 소나무로 디자인되었는데 간단하면서도 대한민국 사람들로 하여금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절로 느끼게 할만큼 품격이 남다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왕립대 곳곳엔 세종대왕, 광개토태왕, 대조영 등 나라를 빛낸 인물들과 이순신, 안중근, 윤봉길 등 나라를 위해 충성스러운 절개를 지킨 인물들의 상들도 대리석으로 조각되어 자랑스럽게 서있었다. 


은주는 왕립대 의대 부속건물 줄기세포연구소 5층 치매연구센터에서 교수 이현의 사무실을 찾아 갈 수 있었다. 문에는 금박이 입혀진 왕실 문장과 '교수 이현'이라 써있는 이름판이 붙여져 있었다. 글씨는 모두 한자로 써있었다. 


"실례합니다."


은주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고 곧이어 남성 특유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서 은주를 맞았다. 어두운 색 계통의 단정한 수트차림을 한 그는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졌다. 방은 생각보다 널직했다. 커다란 책장들이 벽 양 옆에 서 있었고 은주의 맞은 편 먼쪽 벽은 전면 유리로 되어 있었다. 또 그 앞에 사무를 볼 수 있는 원목 책상이 하나 있었고 그보다 은주와 더 가까운 쪽엔 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더 있었다. 


'이 남자.. 진짜 27살 맞아?'


"무슨.. 일이시죠?"


현은 학생이 질문을 하러 온 것인지 의심했다. 은주 역시 알아주는 동안이었기에 현도 오해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회의원 송은주라고 합니다."


은주는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의 명함을 현에게 건넸다. 그러나 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은주가 건넨 명함을 선뜻 받으려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절 왜 찾아오신거죠? 국가적 대소사는 저희 아버지와 함께 의논하시면 될텐데요."


"오늘은 왕자 이현을 뵈러 온 것이 아니라 교수 이현을 보러 온 것입니다. 괜찮다면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한번 들어나보죠. 들어오시죠."


은주는 어렵사리 현의 승낙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의 낯빛은 여전히 똥이라도 씹은 듯 어두웠다.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고 악의적으로 접근한 여러 사람에게 시달렸던 모양이다. 현은 테이블 한켠에 놓여있던 전기포트로 물을 데운 후 그 물을 티팩이 들어있는 종이컵 위에 따랐다. 티팩은 시중에서 묶음으로 살 수 있는 인스턴트 녹차였다. 자신이 예상했던 화려한 왕족의 모습과는 달리 평범하고 검소한 것 같아 은주는 약간 놀랐다.


"오늘 교수 이현을 뵈러 왔듯 저도 국회의원 타이틀이 아닌 다른 신분으로 교수님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성그룹 송재현 회장님의 차녀 송은주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나저나 은주씨께서는 왜 저를 찾아오신 것인지.."


현은 은주와 멋쩍게 악수하며 은주를 이곳에서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은주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용건만 간단히, 딱 그런 스타일이군. 좋아 정공법으로 간다.'


"이번에 진성그룹에서 의료분야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박사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은주는 현에게 부탁하며 고개를 숙였다. 거의 테이블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절박함이 더욱 느껴졌다.


"영리.. 의료법인을 세운다는 말씀이신가요? 음.. 
죄송합니다만 전 교수 생활한지 이제 겨우 2년차에 불과합니다. 별다른 연구실적도 없구요."


"상관없습니다. 저희가 박사님을 모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무슨 연유에서 그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는 박사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그해에 고등학교 입학·졸업 검정고시 합격하시고 왕립대 의대에 입학까지 하셨죠. 박사님께서 13살의 나이에 이루어내신 일들입니다. 19살에 의대 졸업 후 생리학 박사과정까지 모두 밟아내시면서 '대한민국 기초과학계의 희망이다'라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셨던 장본인이기도 하셨구요. 또 이번 차태식 박사님 연구팀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현은 자신을 칭송하는 은주의 말을 손으로 제지했고 은주는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잠깐만요. 낯 뜨거워서 도저히 못 듣겠네요. 아무튼 전 관심 없습니다."


"최고의 대우를 해드릴 겁니다. 전세계 통틀어서 최고수준일거에요."


현의 표정엔 미동조차 없었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이군.'


"대우라고 해서 너무 세속적인 것으로 오해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박사님의 연구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고 대우를 해드리려는 겁니다. 진성그룹의 모든 힘을 집중해서 박사님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아직은 이곳에서도 배울 것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번엔 현도 조금은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은주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좋아 조금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오오마야 료우타 박사님께서 저희 연구소에 오실 겁니다. 그 외에도 최고 수준의 기초의학 전문가들을 모셔올 생각이구요."


"오오마야 선생님께서 오신다구요?"


이제서야 현의 얼굴에서 조금은 다른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움'이었다.


'70%'


"그렇습니다. 떠올리시고 계신 그 분 맞습니다. 줄기세포의 시간을 되돌려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하신 그분입니다."


...


현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에게 이것이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은주는 그런 현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미동없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분명 많은 것을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자자, 슬슬 사인할 준비를 해볼까. 그나저나 무엇이 이 사람을 이토록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거지? 연구욕심이 엄청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런 연구욕심과 비견되는 어떤 가치가 있다는 소리인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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