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 카페 토론방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좋은 글이라 퍼왔습니다.
주말에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지며 겨울이 문턱까지 다가왔음을 알리던 지난 월요일,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발표하였습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해 온 현 여당은 검정제 하의 많은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현 야당은 국정교과서는 과거 독재 정권 시절 이루어지던 것이었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독재 시절로의 회귀라고 말하면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가 정국의 핵심이 되면서 많은 네티즌들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될 경우, 친일과 독재가 정당화되고 독립운동을 비롯한 부분들이 축소될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우려는 네티즌만의 우려는 아니며, 실제 야당을 비롯하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오는 구호는 ‘친일 교과서 반대!’, ‘역사 왜곡 교과서 반대!’와 같은 구호입니다. 물론 이러한 구호들은 지난 보수 정권 이후 역사에 관련된 정책들과 내용들, 그리고 과거 독재 정권 하의 국정 교과서의 내용들, 그리고 특히 2013년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를 돌아봤을 때, 충분히 공감할만한 구호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구호들을 통해 국정화를 반대하게 될 경우, 정부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서술할 것이며, 5.16을 쿠데타라고 서술하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를 독재 정권이라는 내용을 넣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게 되면 국정화를 반대할 이유가 사라지고 맙니다. 실제 2008년에 발행된, 이른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로 알려져 있는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에는 4.19를 민주혁명으로, 5.16을 쿠데타라고 서술하였고, 도표를 통해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졌다고 나와 있습니다. 결국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친일 교과서’, ‘역사 왜곡 교과서’라는 구호로 비판하는 것으로는 국정화 찬성의 논리를 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구호를 탈피하여, 국정화를 반대하는 논리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역사교육의 목적입니다. 최근 역사교육학계에서 강조하는 역사교육의 목적은 바로 ‘역사적 사고력’의 증진입니다. 역사적 사고력이란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당면한 역사 문제에 대해 가설을 세우거나 해결 방안을 찾아내면서 역사적인 이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능력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역사가가 역사를 연구할 때 수행하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 가지 시선, 한 가지 견해가 아니라 여러 가지 견해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정화라는 체제에서는 국가의 견해만이 학생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역사적 사고력을 키우기 어렵게 됩니다. 즉, 국정교과서로는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국정화를 반대하는 논리로 가장 강력한 것은 우리나라가 헌법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민주공화국이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의 존중입니다. 하지만 ‘국정화’라는 것은 교과서의 편찬과 검수를 국가에서 담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그 선택된 사실을 보는 ‘옳고 그름’의 기준을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의미이며, 국정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해석과 다른 해석을 하면 그것은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됩니다. 즉,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 완전히 반대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양해야할 교과서 발행 체제입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국정 교과서라는 이름 대신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가 결코 절대 선(善)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또 그래서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해야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올바름’까지도 독점하고자 시도하는 이 발상이 참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습니다. 상황이 어렵겠지만, 저는 앞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시스템에 걸맞은 교과서 체제 아래에서 역사교육을 받고 날카로운 역사적 사고력을 지닌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이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글이라 퍼왔습니다.
국정교과서로 인한 새누리의 전술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알싸에서 정회원이 아니라 쪽지, 메일을 보낼수가 없어서 불펌인데. 문제가 된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