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따지면 책에 대한 감상평 입니다만 경제 관련 서적이기도 하고 경제 내용이 주를 이루기에 경제게시판에 올립니다.
저는 경제학도가 아니기에 제가 이해한 것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열받아 쓴글이기에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감사합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
21세기가 시작된 지 15년 정도 흘렀습니다. 어떤 사건이 지금까지의 21세기에 일어났던 사건 중 가장 영향력이 클까요? 먼저 딱 떠오르는 건 2001년 9.11테러 사건이군요. 그 사건 이후 국제 사회는 완전히 이전과 다르게 변해버렸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자이툰 부대에 관련한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 이 사건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에 남을 커다란 사건이긴 합니다만 우리에게 그저 티비나 봤을 때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 우리의 생활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생활마저 바꾼 21세기 가장 큰 사건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던 ‘세계금융위기’일겁니다. 그 이후 벌어진 굵직한 경제 관련 사건들은 다 이 사건의 후일담입니다. 즉, 세계적으로 경제가 악화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주머니에서 돈을 강탈해간 사건이라고 보면 딱 어울릴 것 같군요. 그렇기에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정도로 커다란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가 될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작가 베서니 맥린, 조 노세라 출판 자음과모음 발매 2011.10.10 )의 중심 화제입니다.
사실 이 책은 어렵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꽤나 깊은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용어에 개념에 낯선 인명들. 그렇기에 저는 굳이 이 글에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고 싶진 않군요. 할 수도 없구요. 왜냐하면 저도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 금융위기의 원인을 표현할 수 있는 지극히 간단한 한 단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욕망’입니다.
결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절제한 욕망에 지배되어버린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사실 모기지론이라는 ‘열차’의 시작은 매우 좋은 의도였습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는 도구였거든요. 하지만 이것이 돈을 벌 수 있는 화수분이라는 사실을, 그것도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무조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금융 업계 종사자들이 깨달은 그 순간 금융위기는 태동했습니다. 금융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경쟁 업체보다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이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판을 키웠습니다. 그들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장담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요시! 그란도 시즌”을 외치며 이 판에 뛰어들었지요. 여기에 더해 신용평가사들은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그들이 내놓는 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겼습니다. 일반인 심지어, 기관 투자자들 까지도 그들이 내놓는 신용등급을 믿고 돈을 투자했습니다. 이런 것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정부 관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금융사들의 공격적 로비를 통해서 꼭두각시로 전락했습니다. 이렇듯 금융업계, 신용평가사, 정부의 ‘욕망의 트라이앵글’을 먹고 열차는 더욱 더 속도를 높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이 열차가 사고가 날 확률은 극히 적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 열차의 엔진인 ‘집 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었으니까요.
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움직이던, 그리고 일등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열차가 지금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야만 그들은 더 많은 돈을, 권력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연료를 열차에 쏟아 부어야 했고 결국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도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는‘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싸구려 연료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그런 싸구려 연료를 고급 연료로 포장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섞어서 잡종 연료를 새로 만듭니다. 무분별한 파생상품의 등장입니다. 물론 우리의 신용 평가사들은 망설임 없이, 마치 도축장에 있는 소의 몸통에 특A급 도장을 찍듯 최고신용등급인 ‘트리플A’등급을 찍어 주었구요. 이런 ‘고급’연료를 넣은 열차는 더욱 더 더욱 더 빨리 달렸습니다. 너무나 빨라 어디 한 부분에 비정상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열차가 고장 나 커다란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 열차를 움직이던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았을까요? 욕망에 취해, 돈에 취해 이런 위험을 못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물론 일부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다수는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 열차는 안전해‘라는 믿음으로 그들의 눈을 가렸습니다. 이제 이 열차는 ’토마스‘이상으로 무서운 열차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 없습니다. 일부 ’걱정충‘들은 무시해도 되었습니다. 이 열차는 아무리 빨라져도 사고가 안날 것이니까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택가격 폭락이라는 엔진 고장이 나버렸어요. ’라지에타‘가 터진 거죠. 열차는 그 후 아시다시피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와장창‘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해한 세계금융위기에 과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지금부터입니다.
이 열차 사고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1번) 열차 앞 일등석에서 이 열차를 과속시키며 그 과실을 즐겼던 사람들. 2번) 열차 뒤편 꼬리칸에서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씹으면서 일등석에서 말을 듣고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 답은 안타깝게도 2번입니다. 사실 1번 사람들은 열차 사고가 나기 전 자신들이 번 돈 +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받고 열차에서 도망치듯 내리거나 고객들의 이익에 반대되는, 그러니까 열차가 박살날 것이라는 쪽에 돈을 걸어 승리했거든요. 그렇게 일등석 사람들은 사고가 나기 전 유유히 열차를 빠져나갔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꼬리칸 사람들만 피해를 보았죠.
더욱 ‘재밌는’이야기는 사고가 나고 열차를 다시 만들기 위해 꼬리칸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당연히 새 열차를 움직일 사람들은 그 전 열차를 움직이던 그들이었죠. 상당히 불합리한 결말입니다. 권선징악 따윈 없지요. 욕망이라는 귀신에 씌어 열차를 파괴시킨 장본인들은 결국 그 욕망을 이뤘고 앞으로도 편안한 나날을 보낼 것입니다. 물론 비싼 양주를 걸치며 “내가 잘못된 게 아니야. 시장이 잘못된 거야.”라고 구시렁거리겠지만요. 발밑에는 꼬리칸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할 거구요.
그렇습니다. 전 이 책을 보고 나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어 상당히 열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입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가혹한 법이지요. 아이언맨, 슈퍼맨 같은 히어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얻은 교훈은 이겁니다. 여러분, 그들을 믿지 마십시오. 그들은 그들의 이익이 중요하지 여러분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하세요. 그리고 직접 판단하세요. 그것이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자연 상태보다 못한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그리고 권력자들에게도 제 생각을 말하고 싶군요. 결국 이런 비슷한 사고가 나도 당신들은 다치지 않겠지만 당신이 ‘서민’이라는 존재를 조금이라도, 아니 눈곱만치라도 생각한다면 곰곰이 지금의 상황을, 지금 당신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지만요. 만약에 그분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저는 안 믿을 겁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라는 책을 보고 제가 얻은 교훈은 불신과 의심이라고요. 이 글을 쓴 제가 그 교훈을 따르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저는 “또 속냐! 쿼티야!”라는 말을 듣고 싶진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