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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사단, 특별한 이야기2
게시물ID : mabinogi_1333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파스!
추천 : 10
조회수 : 53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10/16 03:46:10

나의 기사단, 특별한 이야기2
* 늘 그러하듯 망상주의, 긴 글 주의, 오글주의

:: [비호감]님의 키워드를 가지고 글을 써보았어요. 
:: 성별: 여/ 단원: 알터 / 분위기: 담담하게/ 키워드: 그리고 남겨진 것들/나의 소중한 .... /웃어줬으면 해.
출처 : http://blog.naver.com/ql218/110133136142 



" 처음 뵙겠습니다. "

 나의 그 말 한 마디에 일그러지던 당신의 얼굴. 나의 곁에 서 계시던 아벨린 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멍하게 나의 얼굴을 바라보는 당신의 두 눈이 익숙했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나는 당신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아무리 해도 당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꼭 그 부분만 기억을 지워낸 것처럼. 상처 받은 얼굴로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당신을 손이 멋대로 붙잡아 세웠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건네야 할 지 모르겠는 자신이 참으로 답답했다. 우물쭈물하는 나를 두고 당신은 게이트 너머로 자취를 감추었다. 아벨린님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나의 어깨를 두드렸고, 나는 당신이 사라진 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서 있었다. 당신이 점점 멀어지다 점처럼 작아졌을 때 나는 당신이 나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었음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이름도, 당신의 존재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가슴이 이토록 시릴 리 없었다. 나의 머리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의 가슴은 당신을 알고 있었다. 

 " 설마 했지만 진짜일 줄이야. "
 " 무슨 말씀이세요, 아벨린 님? "
 " 최근 알터, 네 상태가 이상했어. 뭐랄까 마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특히 지난 번에 회의 때.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흥분해서 떠들곤 하던 네가 생판 모르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솔직히 난, 네가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상황을 보아하니 장난은 아닌 것 같네. .... 내가 실수를 했어. 하아.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 저도...잘...모르겠어요. "

 아벨린 님의 말에서 나는 내 감정이 이성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튀어댄 이유를 찾아냈다. 아벨린 님의 말에서 그녀가 나라는 사람을 지지하던 하나의 축이었다는 확신의 근거를 얻었다. 나는 열심히 기억의 페이지를 뒤져댔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심술궂은 누군가가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는 페이지만 뜯어낸 것처럼. 그녀의 상처받은 듯한 얼굴만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미안함과 이유 모를 분함이 잔잔하던 나의 속을 어지럽혔다. 망연자실한 나에게 아벨린 님은 혹시 모르니 나의 상태를 톨비쉬 님에게 보고하겠다고 일러주었다. 아벨린 님이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 당신을 생각했다. 당신과의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그 와중에 단 하나,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방금 전 마주한 당신의 얼굴은 어째선가 늘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그 기억이 옳다면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든 건 내 탓일까? 소중한 존재를 망각해버리고 만 자신의 무심함이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자 아주 잠깐이지만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 *

 그녀를 만나고 난 이후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무엇을 해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쉬이 짐작하시는 듯 아벨린 님은 훈련 중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나를 모른 척 넘어가 주셨다. 그녀에 대한 생각이 지나쳐 그녀의 꿈을 꾸는 일도 있었다. 꿈 속에서 그녀는 환히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오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나는 반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꿈 속에서조차 그녀의 이름을 상기해내지 못하는 나는 마른 침을 삼킬 뿐이었고 그녀는 슬픈 얼굴로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미소를 지으면 훨씬 예쁠 것 같은 눈이 애상哀想에 젖어있었으며 작은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왜소한 등을 꼭 끌어안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수 백 갈래의 실바람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불러야 하는데 나의 목을 통해 나오는 것이라고는 외마디 탄식 뿐이었다. 놀라 잠에서 깨면 식은 땀이 이마에 가득 배어 있었다. 그녀는 대체 나에게 있어 어떠한 존재였기에 이처럼 깊은 그리움을 남기는 것일까. 나는 어둠에 익숙치 않은 두 눈 위로 두 손을 겹쳐 다시금 어둠을 덮었다. 

 며칠 뒤, 잠을 설친 내가 임무 하달을 위해 견습 기사단원들의 캠프를 방문했을 때 그녀를 다시금 만났다. 견습생들에게 이것 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던 그녀는 나를 보자 돌처럼 굳어 하던 일을 멈추었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30cm. 나와 그녀의 물리적인 거리는 고작 한 걸음 정도였지만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변명과도 같은 말을 주워 삼키려 하자 그녀는 바람빠지듯 웃으며 괜찮다고 속삭였다. 그 말에서 나는 체념과 포기를 읽었다. 나는 아벨린 님이 사전에 일러준대로 그녀를 불렀다. 밀레시안님이라고. 그 단어는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주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의 나는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당신을 불렀을까? 어떤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을까? 당신과 어떤 대화와 교감을 나눴을까? 언듯 생각날 듯 하다가도 점점 멀어져가는 그 답들이 야속하기 그지 없었다.

 " 뭐, 알터 네가 처음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더 이상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고.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았네. " 
 " .... 밀레시안님.."
 " 더 이상 풀이 죽어있는 건 나답지 않아! 괜찮아. 정말.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쌓아가면 돼."
 " 어째서 밀레시안님이 저를 위로해 주시는 건가요? "
 " 그거야 알터 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좀 걸을까? "

 먼저 앞서 걷기 시작한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가을빛이 완연한, 붉고 노란 낙엽이 뒹구는 오솔길. 자갈과 낙엽을 밟을 때마다 울리는 자박거리는 발 소리. 그녀의 등은 꿈 속에서 내가 마주하던 등처럼 왜소하지 않았다. 올곧게 쭉 펴진 그녀의 등은 망설임 없이 나의 앞을 걷고 있었다. 어째선가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셨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여우의 이야기. 먼 별에서 여행을 떠나온 왕자를 만난 여우는 왕자에게 정을 붙이게 되었다. 왕자와 4시에 만날 약속을 하면 3시부터 설레던 여우는 어느 날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우는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왕자가 책임져야 할 여린 장미의 존재를 알기 때문이었다. 어린 날의 나는 왕자가 참으로 미웠다. 친숙해진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날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난다고 하면 서운해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만약, 어린 왕자가 소혹성으로 돌아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여우를 잊는다면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던 여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시간을 들인만큼의 책임을 진다는 것.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와 보낸 시간들을 기억하는 것. 나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당신과 함께 하면서 당신에게 길이 들고, 당신을 길들였을까. 얼마만큼 약속을 주고받고 그 약속을 믿으며 설레였을까. 

 나는 얼마나 오래 당신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 얼마나 오래 나를 기다릴 수 있을까. 

 나의 생각 속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성큼성큼 내 앞을 걸어가던 그녀가 멈추어 서 말했다.

 " 있잖아, 알터. 아벨린에게서 나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난 밀레시안이고, 알터와는 다른 시간을 살아. 나에겐 잠시 뿐인 시간이 알터에겐 꽤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잖아? 시간이 흐르면 행복한 기억도, 슬픈 기억도 모두 희미해지다 결국엔 잊혀지고 말아. 지금과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언젠가 시간이 흘러 알터가 나를 잊게 된다고 하더라도 원망하지는 않을 거야.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너와 내가 함께 한 시간이 거짓이 되지는 않을 테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가능하면, 가능하다면 역시 기억되고 싶어. 나에겐 시간이 아주 많으니까 다시 그 추억이라는 걸 만들자. 잊혀질 새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지금이 그 연습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어. "

 나를 향해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구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것은 나아가야 할 길을 헤매던 나의 시선을 붙들어 맬 정도의 강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청명한 가을 바람이 그녀와 나 사이를 통과해 갔다. 어떤 이유에선가 기억을 잃었다. 당신에 대한 것이 내게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기억들이 나에게 남겨두고 간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당신을 향한 동경과 신뢰였다. 몇 번을 잊어도 당신이 나의 손을 잡아주기만 한다면 나는 그 망각의 터 위에 아름다운 기억을 꽃피울 수 있을 것 같다. 몇 번을 잊어도 당신을 만나기만 한다면 나는 다시금 당신을 마음에 담을 것이고, 몇 번을 잊어도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한 나는 당신의 기억 속에 존재할 것이다. 머리가 알지 못했던 답을 가슴은 당신을 마주한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왼쪽 가슴 아래에서 세차게 뛰는 심장은 당신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그녀를 언제까지고 웃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나의 가슴을 가득 메운 것처럼 당신 역시 나로 인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머리에서 가슴으로가 아닌, 가슴에서 머리로 피어오르는 이 감정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 역시 저는 길을 잃어도 결국 언젠가 당신을 찾아 그 뒤를 쫓을 것 같아요. 라희린님. "



주말 전에 올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냈습니다아.... 담담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뭔가 간질간질한 글이 나왔지만요.
아이던도 아이던이지만 디이도 장난으로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거기에 착안해서 어느 날 갑자기 알터가 밀레시안과의 추억을 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글이었습니다. ....[비호감]님 마음에...들었으면...좋겠...네요.
출처 키트는 똥이지, 그러니 난 이렇게 덕질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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