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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담임.
게시물ID : panic_838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아히
추천 : 19
조회수 : 3871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10/16 0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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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초등학교도 졸업한지 20년이 되어가네요.
4학년때 담임 빼고는 모두 좋으신 분들을 만나
학창시절 기억은 제법 좋은 편입니다.
아니 좋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4학년때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것 같기도 하군요.
 
얼마전 스승의날에 바빠서 찾아가지 못한 초등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꽃을 사기는 애매하고... 나이도 30줄이 넘어가니
그냥 선생님들과 웃으며 음료나 먹자는 생각에 비타음료 2박스를 사들고
터벅터벅 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선생님들...
혹시 기억못하는데 기억해주는척 하는건가?싶기도 했지만
몇마디 나눠보니 확실히 저를 기억해주시네요.
 
굳이 됐다고 손사레치는 제게 담배를 쥐어주시면서
평생 소원이 성인이 된 제자와 담배를 피어보는 것이라는 6학년 담임선생님과
뻘쭘하지만 웃으며 담배를 피웠습니다.
 
도란도란 사는얘기하며 웃고있었는데
참 너 xxx선생 기억나니?
그선생 아직 여기에 있어~
선생님의 말씀에 등에 땀한줄기가 쓰윽 흘렀죠.
기억하기 싫었지만 모두다 기억이 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나온 학교는 유명 사립학교입니다.
등록금도 비싸고 교복도 입고다니는 그런 사립 초등학교죠.
 
여타 부모님들이 안그러시겠냐만은
저희 부모님들은 치맛바람 즉 촌지를 엄청나게 하셨습니다.
그때야 아버지 사업도 승승장구였고
다른집 아이들에게 뒤쳐지는게 싫으셨는지
시도때도없이 돈봉투를 찔러주러 학교에 들락날락 하셨지요.
 
소문이 났는지 4학년 1학기 시작하자마자
담임이 저를 교탁앞으로 세웁니다.
얘는 모범생이다.얘랑 친해져라.얘랑 친하면 공부 잘할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은반 친구들에게 공표? 하였습니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내가 너를 이만큼 신경써줄테니
부모님께 돈을 가져오라고 말해라~ 라고 느끼지만
그때는 뭐
아 이선생이 내가 맘에 들었는가봉가? 이정도로만 생각했죠.
 
집에 가서 어머니께 오늘 이런이런일이 있었다 라고 말씀드리고
옷갈아입고 밥먹는데 어머니께서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아마 이 담임이 맡았던 선배들 부모님께 전화를 했겠죠.
저야 뭐 그 어린나이때도 돈봉투 찔러주는거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알아서 하시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양반이 돈을 너무 밝혀서 선배들 부모님들도 촌지를 끊었다고 했나봅니다.
그래서 어머님이 아예 돈을 한푼도 안하신거죠.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때리기 위해 50센치 자를 1박스를 샀습니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저를 교탁앞에 불러
자 10개가 부러질때까지 손바닥을 때렸습니다.
수업끝나고 청소시간에 항상 저를 감시합니다.
제가 쓸거나 닦고 지나간 자리에 먼지 한톨이라도 남아있으면
또 손바닥을 때립니다.
비록 초등학교 때지만 공부를 잘했습니다.
제 답안을 지우개로 지워 틀린문제로 처리하더군요.
억울해서 난 이 답을 쓴적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넘어트리더니 구둣발로 온몸을 밟았습니다.
한번은 같은반 친구와 축구시합중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별거아닌 일이었지만 또 저를 넘어트리더니 구둣발로 온몸을 밟았습니다.
알고보니 그 친구 부모님이 주기적으로 돈봉투를 주셨더군요....
그 어린나이에 뭔 자존심이 있었는지
집에다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네요.
알았다면 난리가 났을겁니다 ㅋㅋㅋㅋㅋㅋ
 
스트레스를 받아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먹는둥 마는중 하여
몸이 많이 약해졌었어요.
집에 가는길에 넘어졌는데 손목이 똑 부러졌습니다.
엉엉 울면서 집에 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서 깁스를 했죠.
다음날 등교해서 또 맞았습니다.
왜?
멍청한놈이 다치기까지 한다고 남은 왼손을 자로 쳐 맞았네요.
당연히 성적은 뚝뚝 떨어지고
담임은 저를 인신공격까지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는 대사가
이새끼는 지 애미애비 닮아서 눈치도 없고 돌대가리라고
 
매일매일 맞다보니 내성이 생긴건지 만성이 된건지
그냥 때리면 때리는갑지
맞으면 맞는갑지 하고 그냥 지내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겨울에 스키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었는데
거기서 제가 스키타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울면서 쓰러진 제게 다가와
일어나서 걸어들어가라고 하더군요.
11살짜리가 눈물 질질 흘리면서 다리 끌고 거의 기다시피 걸어가니
스키장 안전요원 아저씨가 무슨일이냐고
다리를 다친거 같다고 하니 업고 의무실까지 데려다 주셨어요.
방송으로 4학년 x반 xxx가 다쳤으니 담임선생님 의무실로 오시라고
다섯번은 했을겁니다. 끝까지 안오더군요.
한참후에 옆반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당황하시면서 다쳤냐고
집에 전화 해주시고 부모님 사색이 되어 차타고 스키장까지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우시고 아버지는 진노하셔서 교장선생님까지 스키장으로 오셨습니다.
 
다리가 심하게 부어올라 의무실에서 감당할 일이 아니라고 하여
앰뷸런스에 실려서 서울까지 와 대학병원으로 왔습니다.
그때당시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ct와 엑스레이를 찍고 무릎 수술을 했습니다.
4개월 입원하고 8개월 깁스를 했었네요...
끝까지 병문안 한번 안오더군요.
 
입원이 길어져 5학년 5월께나 학교에 목발짚고 나갔는데
저 보자마자 하는말이
이새끼는 멍청한놈이 다치더니 돼지새끼가 되서 왔네?
 
그나마 5학년 담임선생님이 좋은 분이셔서
상처받은 마음 치료 많이 받았고 그대로 졸업 잘 했네요.
 
기왕 학교에 온김에 얼굴이나 보고가자 싶어
교실 찾아가니 왠 심술보 가득한 노인네가 앉아있더군요.
가벼운 목례 하니 누구시냐고 묻네요.
저 xxx입니다 하니 표정이 싹 굳더니
어 앉아라 하길래
됐습니다. 요즘도 촌지 많이 받으시고 애들 쥐잡듯이 뚜드려 패세요?
어...아니 흠흠 큼큼 하길래
문 쾅 닫고 나와버렸습니다.
 
참 좋은 기억만 가지고 은사님들 찾아뵈러 갔는데
별 개 잣같은 새끼때문에 기분 더러웠던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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