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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슈퍼마리오 브라더 앤 시스터즈.
게시물ID : humorbest_1107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aaba
추천 : 61
조회수 : 8382회
댓글수 : 2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13 10:51: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13 02: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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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 들릴 때 마다 좋은 이야기 많이 보고 갑니다.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 시절 나에게 출석이란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처럼 어쩌다 가끔 일어나는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런 나와는 달리 녀석은 1학년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출석은 물론이고 교내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가했고 
그런 관계로 녀석과 나의 친분은 그리 두텁지 못했다. 

가끔 술자리에서나 한 두 번정도 마주치는 정도였고 1년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는 채 열마디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인연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우리의 사이가 가까워지게 된 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후 부터였다. 
녀석보다 먼저 군대에 간 나는 한학기 먼저 복학을 했고 그 사이 어쩌다보니 나는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뒤늦게 복학한 녀석과 함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그제서야 서서히 말을 트기 시작했다. 

술을 좋아한다는 점을 빼면 우리 둘사이엔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었다. 
성격도 취미도 틀렸지만 다른 친구들이 다들 휴학을 하거나 아직 군대에 가 있어서 과 내에서 몇 명 남지 않은 동기라는 사실이 
우리를 가깝게 지내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우린 뜻 밖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게임이었다. 그 때 우리집엔 닌텐도 위가 있었다. 평소에 후배들이 자주 놀러와 
접대용으로 산 게임기였다. 

"어? 이거 마리오도 있냐?"

"응 있는데. 왜 마리오 좋아하냐?"

"어. 완전."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던 녀석이 유일하게 하는 게임이 마리오였다. 

"뭐야. 이거 둘이서 같이 할수도 있어?"

"응. 둘이서 같이 할 수 있어."

"쩐다. 우리 이거 하자!"

그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게임이 마리오 게임중 최초로 동시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같이 게임을 하면서 급격하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다음날 부터 녀석은 매일같이 수업이 끝나면 우리집에 찾아왔고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마리오를 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마리오를 했다. 어느새 우리는 술도 마시지 않고 남는 시간엔 마리오를 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집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리오 때문이었다. 

방학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푸석푸석하던 피부엔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손이 통통해지고 배가 볼록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마리오처럼 멋진 콧수염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피부엔 윤기가 아니라 제대로 씻지 않아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거였고, 매일같이 배달음식에 집 안에서 먹고 자고 게임만 하니 
살이 쪄서 손발이 통통해 지고 배가 나오는 거였으며, 콧수염 또한 단지 면도를 하지 않아서 자란 것 뿐이었지만 
우리에겐 이 모든게 성모 마리오의 은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집으로 동기 한 명이 찾아왔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동기였다. 

"야 니들 방학 했는데 집에 안가고 뭐해? 안갈거면 같이 놀아주기라도 하던가. 맨날 둘이서 뭘 그렇게 하는거야?"

"슈퍼마리오."

"마리오? 나도 마리오 되게 좋아하는데 나도 할래."

"안돼. 아마추어 주제에 어딜 끼려고."

"아 뭐야. 나도 마리오 잘해. 나도 시켜줘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회의를 거친 후 우리는 결국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알았어. 대신 끝판 깨기 전엔 집에 못간다?"

"응. 난 뭐해? 나 마리오 할래."

우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건방지게 어디 초심자 주제에 마리오를 골라? 넌 저기 저 노란버섯대가리나 해."

그렇게 난데없이 찾아 온 불청객과 함꼐 게임이 시작되었고 우리가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야! 글로 가면 어떡해!"

"점프를 뛰라고! 점프 몰라!?"

"아 자꾸 앞에서 막지좀 마!"

"실수할수도 있지! 뭐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그 친구의 미숙한 플레이에 우리들의 분노가 벼락처럼 그 친구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그 친구는 멘탈이 강한 신여성이었다. 
우리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당당한 모습에 도리의 우리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먼저 무너진 건 우리였다. 

박스에서 나온 버섯을 혼자 다 먹어버린 친구를 보고 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버섯을 혼자 다 쳐먹으면 어떡해!"

분노에 찬 내 목소리가 온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런 날 보고 있던 녀석이 조용히 날 타일렀다.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한테 미친놈이 뭐냐? 미친놈이."

친구의 지적에 난 흥분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흠.. 좀 심했나 내가?"

"그래. 놈은 남자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잖아. 이럴 땐 년이라고 해야지. 패드 내려놓고 썩 꺼져 이 쓸모없는 년아."

침착해 보이던 녀석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광기 앞에서도 친구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아 그럴수도 있지! 남자새끼들이 쪼잔하게."

"뭐? 후.. 너 xx 알지?"

"응. 니네랑 친한 후배? 걔 요새 안보이더라? 무슨 일 있었어?"

"그새끼가 우리랑 이거 하다가 실수로 꽃을 세개를 먹었거든. 너도 걔랑 똑같이 만들어 줘?"

이미 그 전에 후배 하나가 우리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그 후배도 이친구처럼 자기도 끼워달라며 조르다 함께 게임을 했다. 
결국 그 후배는 우리의 질책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찾아온 마리오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우리를 피해다녔다. 

하지만 이 친구는 그 후배와는 달랐다.

"뭐래."

여전히 당당한 그 모습에 도저히 이대로는 정상적인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잠시 쉬었다 게임을 하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화장실 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으아 버섯! 버섯 좀 줘! 버섯!!!!"

"야 이 미친놈아. 이건 먹어도 안커져. 버섯이 커지지. 그리고 너 한테 줄 생각도 없어 이새끼야!"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우리는 다시 게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낮부터 시작된 게임은 새벽이 깊어질때까지 계속되었다. 
보통 그정도면 지쳐서 떨어져 나갈 법도 한데 그 친구는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둘이서 할땐 하하호호 웃으며 가볍게 깨나가던 스테이지도 혹을 달고 깨려니 고역이었다. 

".. 너 집에 안가냐?"

"왜? 끝판 깰 때까지 가지 말라며."

"아니 그냥..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거 아냐?"

"안하는데?"

"안 피곤해?"

"응. 전혀. 니네 피곤해?"

"어. 너때문에 좀 피곤하네."

"그래? 그럼 좀 자. 나 혼자 하고 있지 뭐."

강적이었다. 

"야. 다 큰 처자가 겁도없이 남자집에서 밤새고 그러면 안돼. 큰일나. 남자는 다 짐승이라고."

"니들이?"

피식 웃으며 같잖다는듯이 말하는 그 친구의 한마디가 우리에겐 여러가지 의미로 상처를 남겼다.

다시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았다. 평소였다면 벌써 끝판을 깨고 잠이 들었을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게임중이었다. 
이제는 오기가 생겨 반드시 얘를 데리고 끝판을 깨리라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마침내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만 몇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두자릿수가 넘던 목숨도 어느 덧 한자리수로 줄어들었고 마지막 스테이지만을 남기고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우리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이제 남은 목숨도 없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더이상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비장한 마음으로 패드를 고쳐잡았다.

"야. 넌 그냥 저 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말고 있어."

"아 왜 이새끼들아. 나도 할거야!"

"야 이 정신나간년아. 너 때문에 지금 계속 실패하는거 아냐!"

어느덧 우리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이름에서 미친새끼들 과 정신나간 년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난 최종보스전이 시작됨가 동시에 죽고 말았다. 
죽으면 방울에 갇혀서 화면을 떠다녔는데 누군가 방울을 터트려주면 다시 부활할 수 있었지만 전부 다 방울이 되면 
게임오버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날 구하려다 녀석마저 죽고 말았고 이제는 절망 뿐이었다.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신경도 안쓰고 있었던 친구의 캐릭터는 아직 살아남아 있었다. 
혼자 소리를 지르며 마구 패드를 누르던 그 친구의 캐릭터는 거짓말처럼 모든 함정들을 요리조리 피해갔고 
결국 그 판을 깨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쾌감이 온몸에 휩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마리오르가즘을 느끼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니 녀석은 이미 쿠파액이 흥건히 새어나온듯한 표정이었다.

울 것 같은 표정의 녀석의 입술이 움찔움찔 거렸다.

"마..마.."

"뭐?"

"..맘마미아!"

그렇게 36시간이 넘는 대장정이 끝났다. 
그리고 나와 녀석은 숨겨진 스테이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걸 영원히 둘 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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