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최초의 기억은 3살때. 만 2살때 할머니의 장례식이에요.
한 조각의 기억뿐이지만.
어른들이 모여서 곡을 하고 있고 저는 엄마에게 안겨서 우는 엄마에게 '엄마~ 왜울어? 울지마~' 하면서 따라우는 기억.
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단건 나중에야 안거고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30여년간 저희 집안에 돌아가신분이 없거든요.
이건 좀 슬픈 이야기랄까... 신기한 이야기랄까 인데.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생신날 돌아가셨구요.
해서 할아버지는 칠순,팔순을 제외하곤 생신을 안 챙기셨어요.
30여년뒤 구순을 2년 앞두고 미수연(88세 생신)을 하지 말자 하시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생신 이틀 전날 돌아가셨어요.
그냥 문득 내일이 집안 합동제사날이라 생각이 나네요.
기억이란건 참 신기하죠.
최초의 기억이후에 다음 기억은 6살때 유치원에서 넘어져서 눈썹부분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나던 기억인데,
4살때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수은중독 증상까지 보여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까지 했다던 병의 기억도 없고,
5살때 옆집 누나가 귀엽다고 데리고 다니다 떨어뜨려서 눈썹부분이 찢어졌던 기억도... 없는데.
(종합해서 전 눈썹부분 양쪽에 똑같이 상처자국이 있습니다. ㅋㅋㅋ 이젠 어디가 언제 생긴 상처인지 어무니도 까먹으심.)
나이들수록 시간은 확실히 빨리가요.
열다섯살의 1년은 자기 인생의 15분의 1이지만,
오십의 1년은 50분의 1밖에 안되고
구십의 1년은 90분의 1이거든요.
기억할 건 오래오래 기억하고
잊어버릴건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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