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본주의자들을 싫어한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분쟁의 원인은 근본주의적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시의 기독원리주의가 그렇고, 이슬람 근본주의가 그렇다. 히틀러의 게르만민족 제일주의도, 천황만세를 외치는 일본의 제국주의도, 소비에트의 국가전체주의도 기본적으로 근본주의라고 생각한다. 근본주의를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원칙과 이론 이외에 다른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만이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적극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빠' 주류를 자처하는 무리들이 근본주의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자신들만이 노빠라고 믿는 이들은 다양한 사고와 이념의 다른 노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그것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성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반공노빠의 함의, 우경화 경계하자는 것 최근에 노빠들 사이에는 '반공노빠'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고정필진인 공희준씨가 사용한 이 단어는 많은 노빠들을 격분케했다. 나는 왜 이 표현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의아스럽다. 단어 자체에 함몰되어 반공노빠라는 개념이 전달하는 의미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설마 글쓴이가 노빠들이 진짜 반공이라서 반공노빠라고 썼겠는가? 그것은 노빠들 자신도 모르게 우경화되어 가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한 것에 불과하다. 우경화란 무엇인가? 이념적으로 우파? 아니다. 수구화다. 이미 얻은 것을 혹은 진보라는 가치를 선점한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우경화는 기본적으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리고 배타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돌아보자. 노대통령이 올해 연세대 강연에서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보수에는 이런 보수, 저런 보수, 개혁적 보수, 벼라별 보수가 다 있지만 보수는 별수없이 보수다"라고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노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현재의 위치에서 좀 더 좌측으로 끌어갈려는 의지를 읽었다. 사실 이건 노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민들 다수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차기정권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듯이 국민들은 현재보다 좀 더 개혁적인 정권을 원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노빠들은 어떤가? 굉장히 아전인수식이다. 행정부에서 친재벌적, 반노동자적 정책을 내놓아도 그걸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기에 안간힘을 쓴다. 열린우리당에서 반개혁적 작태를 보여도 옹호논리를 만들어내는 데 여념이 없다.(이번 국보법 폐지법률안 상정에서 보여준 노빠들의 일관된 모습은 앞으로 다른 부분에서도 지속돼야 한다.) 그러다가 결국엔 자가당착에 빠진다. 논리모순에 갇힌다. 급기야 노대통령을 중도우파라고 단정지어 규정해 버린다. 순전히 자신들을 변명하기 위해 관심도 없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대통령의 이념을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중도우파? 이렇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무엇을 기준으로? 또 노대통령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참으로 대단한 관심법이다.(이 부분은 노대통령을 우파로 규정하는 소위 좌파의 공격도 예상되는 부분이라 별도의 글을 쓸 예정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노빠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행정부를,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자신들도 모르게 동일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즉 행정부의 정책을 노대통령의 정책으로, 우리당을 노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부에서 반개혁적 정책을 내놓아도 그 결제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입을 다물거나 궁색한 옹호논리를 개발한다. 자신들이 우파라면 좌파논리와 맞설 수 있는 이론적 무장은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대통령 이념을 자신들 멋대로 우파로 규정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좌파컴플렉스에 빠져서 좌파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갖게 되거나 그와는 반대로 극도의 증오심으로 맞선다. 그래서 나는 반공노빠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 극단적 증오감을 드러내는 노빠들의 심리기저에는 좌파컴플렉스 혹은 좌파에 대한 증오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민노당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이런 오해는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극렬노빠들의 경우 민노당을 아예 대화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당 정책에 협조해주면 그때 가서야 "이제 정신차렸냐"라는 식이다. 이번 국보법 폐지법률안 상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최재천 의원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에서야 약간의 우호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대단히 정략적이다. 정치인들만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지지자들도 이미 정치인 수준의 정략적 사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국민들은 지금 현재 노대통령을 독점하고 있다고 믿는 소수의 노빠들만인가? 절대 아니다. 지금은 반노로 혹은 비노로 돌아선 국민들도 노대통령에게 받아야 할 채권이 있다. 민노당도 그 일부다. 그리고 그 빚을 받기 위해 각종 입법과정에서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리고 지난 총선을 돌아보자. 선거운동 막판 우리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외쳤던 말은 "차떼기당이 돌아온다"였다. 그리고 후보는 기호 3번, 정당은 기호 12이라는 소위 3.12 전략이 유시민 의원의 입에서 나왔으며, 수많은 노빠들은 탄핵당한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3.12를 외치고 다녔다. 실제로 노빠들의 상당수는 후보 3번, 정당 12번을 찍었고, 민노당 지지자들의 일부도 후보 3번, 정당 12번을 찍었다. 전략적 제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가 가능한 것은 무엇때문인가? 적어도 길게 보면 언젠가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개혁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민노당이 대통령에 대해 혹은 우리당에 대해 비판적일 때 보여준 노빠들의 반응은 저열하다. 그들의 몫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가 아무렇지 않게 박수를 받는 집단은 이미 이론적 기반도 없는 감수성에 터잡은 근본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거품을 물고 달려들 노빠들이 이미 눈에 선하다. 노빠는 다시 시대정신을 되돌아보고 실천에 옮겨야 나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대단히 존경한다.(언론사 종사자가 이렇게 자신의 지향성을 드러내도 되는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앞으로 언론도 이렇게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사람이 걸어 온 발자취와 삶의 궤적을 더욱 존경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지향하는 미래를 지지하고, 원칙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소수자가 될지언정 원칙을 놓치지 않았던 그 정신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패러다임 전환의 과도기에서 과거의 쓰레기를 설겆이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밥을 지어야하는 그의 처지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이 정말 존경받을 수 있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지지자들이 그를 좀 더 좌측으로 견인해 내야 한다고 믿는다. 지지자 입장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보수적인 정책을 쓰더라도 지지자들은 그를 진보로 견인해내야 한다. 위대한 대통령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라는 식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지라며 합리화할려고 나서서는 안된다. 이렇게 하는 순간 노빠는 종교집단의 신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아냥을 듣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지지자라면 대한민국의 근본질서와 근본적인 가치 재정립을 위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한계를 뚫고 나오라고 끊임없이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지지자 입장에서 그런 역할을 못할지언정 타정파의 정당하고 논리적인 비판에 대해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모습은 안스러움을 넘어 쓴웃음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반공노빠의 함의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입에 거품물고 달려들 일이 아니다. 노빠들 안에서도 악역을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마저 몰아내고 있는 게 현재의 노빠 모습이다. 대단한 위기의식과 거기에서 발현된 방어기제, 그로인한 배타성이 또다시 노빠들의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그만 끊을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