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리부터가 이상했지 내가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다시 죽더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서울역 엘리베이터 앞
사실 열차 안에서 내내 오줌을 참았어
'얼른 올라가서 화장실... 화장실..'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길 기다렸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지
난 담배를 끊으려고 금연보조제를 검색하고있었어
느낌이 이상하더라.
정확하게 말해서, 생소하지만 익숙한 기운이 날 스쳐가더라.
반걸음 발을 떼고 나도모르게 뒤를 돌아봤어.
뒤에오던 여행가방 들고있던 남자와 박치기를 할 뻔 했지.
용변따위 잊게만든 원인은 흰 가디건을 입은 생머리 아가씨의 뒷모습이었어.
너구나. 널 앞질러가서 자연스럽게 뒤 돌아 가는 척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내 모든걸 걸고 확신할 수 있어. 너였어.
그 순간 이어폰에서 나오는 장범준 특유의 창법이 내 귀를 찔렀고,
널 제외한 배경이 구름으로 가린것 처럼 뿌옇게 되더라.
속으로 네게 많은 질문과 안부를 물었어.
요즘 어떻게 사니? 만나는 늑대는 있니? 왜 연락이 없니?
요즘날씨 더운데 좀 두껍게 입었네? 넌 예전 그대로 아담하고 귀엽구나.
난 어떤것같아? 사람들은 나보고 동안이래.
난 오늘 난생처음 클러치백을 들어봤는데 날라리같진 않아?
집에 가는구나?
널 알아채게 만든 기운도 대답은 대신 안해주더라.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내가 지금보다 더 철이 없을때 잘못도 많이 저질렀던,
그 시절의 소녀같았던 너는, 당연하겠지만 성숙한 아가씨가 되었더라.
너와 나, 서로가 필요없는 생활을 한지도 엄청난 세월이 지났건만,
이상하게 따뜻해지고 웃음짓게 되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아직도 너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질 못했어.
사랑이 또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건 노래 가사에서나 그렇더라.
내 상상속에서 미래의 자식에게 심한 장난을 치는 내게,
주책이라며 내 등짝을 때리는 사람은 항상 처음엔 너였다가 억지를 써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미안하지만 아직도 그래.
전에 얘기 해준거 아직 기억할까 모르겠네
니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눈으로 직접 본다고.
그때 내가 너의 옆자리에 있던, 구석에 숨어 지켜보던, 그것만은 꼭 하고싶다.
이해해주라.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