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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공멸共滅
게시물ID : readers_222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유어른유
추천 : 2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18 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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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몸 짓은 보통 고양이보다 컸었으나, 이제는 늙어 그 힘이 예전만 못했다.
 
사냥도 버거워 움직임도 마땅찮아 늙은 고양이는 어찌하면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하늘을 가림막 삼아 가만히 고지에 올라 쥐들의 마을을 지긋이 바라보니, 삼삼오오 몰려있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고양이는 마을로 가는 길 목에 숨어들어 때를 노렸다.
 
마을의 욕심쟁이라 불릴만큼 물욕,식욕,성욕이 그 으뜸이라 하여 삼욕이라 불리는 쥐가 있었다.
 
그 쥐는 몸은 비대했지만, 머리가 좋아 다른 쥐들을 잘 구슬렸고, 힘이 좋지만 심성이 고약하여 약한 쥐들을 누르기를 좋아했다.
 
그 날도 다른 마을의 약한 쥐들을 착취하여 기세등등하게 자신들의 무리를 이끌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늙은 고양이는 그 때를 기다려 길목에서 덮치니 아연실색하고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지니 재빠른 쥐들은 도망쳤지만, 삼욕은 몸이 비대하여 잡히고 말았다.
 
자신을 보호해줄 동료조차 없어 자기 혼자 저 거대한 고양이를 상대하려니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어째선지 자신을 덥썩 잡아먹질 않고 자기 앞에 쪼그려 앉는게 아닌가?
 
삼욕은 이 노묘가 꿍꿍이가 있겠거니, 나에게 필히 원하는 것이 있으렸다? 이윽고 삼욕은 큰절을 하며 물어 보길.
 
"이곳 서산鼠山의 영묘께서 친히 강림하시니, 이 한낱 미물이 감히 고개를 들지를 못하겠나이다. 어이하여 이런 누추한 곳까지 친히 행차하시었는지요?"
 
"껄껄, 그 놈 말한번 거창하도다.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구나. 허나 내 허기가 지니 너를 잡아 먹으렸다."
 
삼욕의 팔다리는 벌벌 떨렸지만 이내 가다듬고 재차 묻기를
 
"소인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오니, 잡아드신들 허기의 반이나 채우시겠사옵니까?"
 
노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네가 내 허기를 채워줄 비책이라도 가지고 있으렸다?"
 
"영묘께선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사옵니까?"
 
노묘는 비스듬히 누워 턱을 괴고는 말하는데
 
"내 답은 알고 있으나, 세세한 방법을 알지 못하니라. 네 놈이 그 방법을 만들어야겠다."
 
"알겠사옵니다."
 
삼욕은 반나절을 영묘에게 그 비책을 설명하니 영묘는 흡족한 듯 웃고는 삼욕에게 심복으로 삼고 영영 해치지 않는다는 약조를 해주었다.
 
이에 삼욕은 세번 크게 절하며 한번 절할 때마다 머리를 세번을 조아리니 과연 그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삼욕은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군 다음 일부러 큰 돌에 부딪히여 몸의 사방에 멍이 들게 하였다.
 
이내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들어서니 도망쳤던 쥐들이 다가와 어찌 된 일인지를 묻는다.  
 
"의리없는 것들, 내 그 노묘를 따돌려 겨우 겨우 도망쳐 나왔느니라."
 
이윽고 그 무리들을 꾸짖으니 다른 쥐들은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했다. 마을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삼욕을 불세출의 영웅이라며 치켜 세웠다.
 
그러자 삼욕은 그들을 모이게 하여 일장 연설을 한다.
 
"내 비록 천운이 강하여 그 노묘에게서 빠져나오긴 했으나, 그 노묘 역시 몸이 늙어 예전 만하지 못하고 손톱과 이빨 또한 옛 강성함을 잃었다."
 
그리고 위엄있게 한번 쭈욱 둘러보니,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내 가진 힘과 지혜, 그리고 우리 마을의 장성한 쥐들의 힘만 있다면, 필시 그 노묘는 비명悲鳴에 죽을 것이다. 그러하니 오늘 결사대를 꾸릴 것이다."
 
그러자 쥐들은 일대 혼란에 빠져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러자 삼욕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도망쳤던 쥐들 중 한명인 감설甘舌이 단상에 올라가 말하기를.
 
"내 비록 겁이 많아 돕지 못하고 도망을 쳤으나, 또한 정이 많고 걱정이 되어 풀숲에서 숨어 지켜보았소! 과연 우리의 불세출의 삼욕어르신은 그 노묘의 위협적인 발톱을 요리조리 피하고 어마무시한 이빨을 두 손으로 붙잡아 막아내니 노묘는 苦戰을 면치 못했소이다."
 
감설은 팔을 휘휘 저으며 과장된 몸놀림을 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이내 천운이 따라 노묘는 나무뿌리에 다리가 걸려 낭떠러지로 이리굴러 저리굴로 우당탕탕 저 아래로 사라져버렸으니, 몸이 성치 않을 것이외다!"
 
그러자 쥐들의 수근거림과 근심은 이내 환호성과 전의로 바뀌었다.
 
이내 세 밤이 지나자 쥐들의 군대가 결성되니 그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 출전 전 날 삼욕은 다리가 부러져 병상에 누어있어야 했다. 이에 그 전날 밤에 감설은 삼욕에게 밤새 무언가를 지시를 받고 세가지 주머니를 받았다. 출정준비가 된 쥐들의 앞에 섰다.
 
"우리 불세출의 영웅 삼욕전하는 병상에 누워 애석하게도 출전치 못했으나, 여념치 말지어다. 신묘한 그 두뇌로 묘책을 내었으니, 두려워할 것이 없느니라!"
 
이에 기세등등하게 출정을 하니 본청의 창문 너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삼욕의 웃음은 미묘했다.
 
감설은 어제 일러준 밤말골에 이르자  삼욕의 비책주머니를 하나 열어보는데,
 
'밤말골에 이르면 고양이모양의 나무가 보일지니, 그 곳에 이르거든 몸을 피하라'
 
이윽고 감설이 몸이 아픔을 핑계대고 후방으로 물러났다. 군은 전진을 계속하는데, 과연 절반이 묘목의 경계선 반을 넘자마자 갑자기 우르르 하고 군사의 8할이 땅으로 꺼져버렸다.
 
나머지 쥐들이 어안이 벙벙하고 혼비백산할때 산 위에서 노묘가 귀신같이 덮쳐 나머지를 모조리 물어죽이니 감설은 다리가 덜덜 떨리고 눈에는 지진난듯 초점을 맞추지 못하였다. 번뜩 정신이 든 감설은 두번째 주머니를 풀어보는데,
 
'세번째 주머니를 노묘에게 바치라.'
 
노묘가 잡아먹으려고 하는 찰나에 감설은 손을 떨며 세번째 주머니를 노묘에게 바쳤다.
 
그러자 노묘는 웃음을 지으며 종이 꾸러미를 주며
 
"네놈은 당장 마을로 돌아가 이것을 삼육놈에게 바쳐라."
 
그러자 감설이 쥐꼬리가 빠지도록 달려가니 반나절도 안되어 도착했다. 삼육은 그 내용을 읽더니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마을의 중앙단상에 올라가 포고문을 일러주었다.
 
"애석하게도 마을의 장정들이 8할이 잡히고 나머지는 몰살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을의 주민들이 웅성웅성 거리는데, 짐짓 삼육은 눈물을 지어보이며
 
"애석하도다. 과인이 이 다리만 안 다쳤어도 그대들을 지킬 수 있었을 지언데..."
 
그러자 주민들이 방도가 없느냐며 이렇게 죽어야 하는 것이냐며 흐느끼며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노묘께서 자비롭게도 선착으로 먼저 30명을 뽑아 묘묘골에 도착하는 이를 살려준다고 하였소이다."
 
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쥐들은 뛰쳐나가기 시작하는데, 서로 밟고 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이 밟혀 죽어 30명 남짓한 쥐들과 삼육만이 남게 되었는데 노묘는 그들이 쪼르르 앞에 앉아있었다.
 
"다들 모였구나, 자 다들 이 안으로 들어가라."
 
노묘가 가리킨 곳은 커다란 구덩이었다. 쥐들은 아연실색했으나 이내 길이 없음을 알고는 들어갔다. 삼육은 멀뚱멀뚱 웃고 앉아있었는데
 
노묘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이
 
"예??"
 
"네놈은 네 동료들을 팔고도 살겠다는 것이냐?"
 
"예?"
 
"참으로 못된놈이로다."
 
하고는 삼육을 냅다 집어 꿀꺽 삼켜버렸다. 과연 간신배의 말로였다.
 
반면 남은 30마리의 쥐들은 살려달라며 아우성을 쳤는데, 노묘는 웃으며 말하길
 
"우민이로다. 자신들의 생각이 없이 혼군을 무작정 따르니 자신들의 죽음을 재촉했구나, 끌끌 너희들은 내 먹이가 될 것이니라."
 
이에 쥐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노묘는 자기 꼬리를 내밀며 한마리정도는 살려줄 수 있다며 농락을 하려했다.
 
그런데 30마리의 쥐들이 살자고 고양이 꼬리에 모두 달러붙으니 사다리를 잡고있던 노묘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같이 구덩이에 쓰러졌다.
 
그러자 30마리의 쥐들이 덮치니 노묘 역시 죽자살자 싸우기 시작했다. 30마리의 쥐들이 모조리 도륙이 난 처참한 현장이었다.
 
노묘는 그들을 전멸 시켰지만 늙기도 늙어 기력이 다해 그곳에 쓰러져 죽으니 그들 모두가 공멸 共滅 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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