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박병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문희상 국회의장 등 국회 대표단과 함께 평양 방북을 하려던 시도가 시작부터 난관을 맞고 있다. 방북단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국회의장에 대한 ‘의전’ 문제가 걸림돌로 부각된 것이다. 당초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하는 등 남북 교류 의지가 강했던 문 의장은 국회의장 비서실에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측은 청와대 측이 ‘초청’ 한지 불과 한시간여만에 ‘안간다’는 의사를 되돌려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장 의장실 담당자는 10일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나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희상) 의장이 재검토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검토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당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돼 있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문 의장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의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으로 가는 방안을 재검토 키로 한 것은 일단 ‘의전’ 문제가 최우선 걸림돌로 보인다. 이는 방북단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의전 격이 급격히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07년 방북단 규모는 208명(백서 기준)이었고, 2018년 방북단 규모는 약 200명 가량이다. 문제는 2007년에는 트럭기사 등 90명 가량은 이 숫자(208명)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번의 경우엔 이 숫자가 방북단 규모 200명에 포함이 된다. 말하자면 지난 2007년 방북 때보다 약 90명~100명 가량 방북단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문 의장 등 국회 대표단이 직접 대동할 수 있는 수행단이 극히 적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이 대통령 다음 가는 2인자다. 대통령과 함께 평양으로 갈 경우에 국회의장이 ‘콤비 버스’를 쪼그려 타야 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며 “청와대가 의지는 냈으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 등은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고 가지 않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문 의장은 오후 3시 30분부터 이주영 부의장, 주승용 부의장 및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같은 협의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공식초청’을 한지 불과 1시간여 남짓 만에 ‘못 가겠다’는 의사를 국회가 청와대에 되돌려 보낸 것이다. 국회는 또 “문 의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국회회담에 여야가 뜻을 모아 함께 참여하기로 두 부의장 및 외통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머쓱해졌다. 임종석 실장은 이날 오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초청한다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밝혔다. 임 비서실장은 “아무쪼록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임 실장이 ‘정중하게 요청한 것’에 대해 불과 한시간도 안돼 국회측에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시작도 안된 평양정상회담에 청와대가 의욕 과잉을 부리다가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 댄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