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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무엇을 피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할까
게시물ID : gomin_15364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난주의유머
추천 : 3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19 08:58:25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일까
아니면 요즘 학교에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이 대학 탐방을 와서 자주 보여서일까

문득 고3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1년에 한 번 말할까말까 한 '자살'이지만
그 당시는 친구들 모두 자주 쓰던 단어였다.
'아 나 점수 망했어 자살할까'
'다음생엔 언수외 잘 나올까'
'야자 끝나고 자살하러 갈 사람?'
10대 후반 꽃답고 발랄해야 할 나이에 친구들끼리 웃고 농담할 때'자살'이라는 단어가 쉽게 나올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근현대사 시간, 70년대 전태일 열사의 일을 다루며 첨부자료로 박 대통령에게 보냈다는(그러나 전해지지 않았다는) 편지가 있었다.
그 중 아마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대략.10대의 여공들이 하루 14시간정도, 한 달에 몇 번 쉬지도 못 한다는 것이었다.

'야 우리가 학교에 있는 시간 합치면 여공들 노동시간정도 나오지 않냐?'
'여공들은 한달에 쉬는 날이라도 있지 우린 주말에도 학원가잖아'
'산업혁명 때는 아동착취하고 70년대 때는 여공착취하고 21세기에는 학생착취냐'
'그래도 걔넨 뭐라도 만들어 생산이라도 하지 우린 뭐냐 ㅋㅋ'

이런 식으로 자조적인 대화가 오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하루 12시간 넘도록 학교에, 학원에 붙들려있었을까
정확히 말하면 '무엇이 되지 않기 위하여'겠다
좋은 대학을 가려고 공부한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걸까?
사실은 '사회에서 낙오되기 싫어서'일 것이다.
정말로 공부 자체가 좋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좋아하는 게 제각각 다를 것인데 '낙오되면 안 된다'는 채찍질로 하루 12시간 넘게 달려온 것이다.

대학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펙 쌓는 학생들,
대입 끝나면 영영 안들을 거란 '인적성'이라는 것을 기업별로 기출문제집을 쌓아두고 공부하는 취준생들
누구는 공무원 시험에 눈을 돌리고
누군가는 두툼한 cpa, cta 책을 끼고 
정말로 이들을 공부하고 싶은 것일까

낮은 월급을 피하기 위해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
학자대출금 빚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공부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게 아니라 낙오되지 않기 위해
뒤에서 쫓아오는 '공포'라는 괴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싶지 않아도 다리를 재촉한다

언제쯤이면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을까?
아름다운 둘레길을 선택하여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심심해지면 상쾌한 바람을 느끼기 위해 달리다가 숨이 찰 때면 다시 천천히 완급 조절을 하는..

뒤에서 쫓아오는 정체모를 괴물로부터 피하기 위해.무작정 회색 아스팔트 위를 정신없이 달렸더니 숨이 차오르고 무릎은 삐걱거리고 종아리에는 쥐가 났다.  그런데도 이제는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서 달리지 못 하고 주저앉으면 내가 잘못된 거 같아서 죄책감에 빠진다. 그래서 채 쥐가 풀리지도 않은 다리에 채찍질을 하며 절룩거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얼마 못 버틸 것 같다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건 
완전히 쓰러지기 전까지는 얼마정도 버틸 수 있겠지만, 
 전속력으로 달리기에는 너무나도 지쳐있어 이미 제 속도를 못 낸지 오래다. 억지로 절룩이며 걸어갈뿐

이제 그만 쉬고싶다
달리지 못 한다는 죄책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쉬고싶다
그리고 다시 달릴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길, 내 페이스대로 달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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