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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 스프라이트 (이 나라는 사이다를 안팜..한국마트는 비쌈)
게시물ID : soda_1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lamEagle
추천 : 21
조회수 : 3863회
댓글수 : 78개
등록시간 : 2015/10/20 01: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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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효도 한번 한적 없으므로 음슴체 (정말 써보고 싶던...)

본 오징어는 외국에서 스쿠버 다이버로 일을하는 중이었슴.. 어릴때 온 가족이 이민을 가서 산 기간이 꽤 김.. 인생의 반을 외국서 살았으니... 그래도 군대도 다녀오고 한국에서 일도 하고 잘 지냈었슴. 호주로 워홀갔다가 돌아와서 관광지에서 스쿠버 다이빙으로 일하던 중..
 
작년에 큰 수술을 했었슴... 담석이 있는데 하필 큰놈이 간에서 내려오는 관쪽을 막고 있어서 (자세한 용어는 모름) 진짜 갑자기 배가 겁나 아프더니 온 몸이 노랗게 황달이 올라고 눈알까지 샛노래짐....그대로 응급실로 직행해서 진통제맞고 링겔맞고 출국서류 만들어서 3일만에 한국으로 날았슴.. 그대로 1병원에서 그거 뺀다고 수술을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하필 퍼거스가 빙의해서 "어이쿠 잘 못 잘랐네!"를 시전하심.... 

그러고 잠깐 의식이 들었는데... 앰뷸런스 안이었슴..그리고 2대학병원으로 직행해서 입원... 적당히 그때 몸상태를 요약하면

15일동안 중환자실에서 마약성 진통제맞으면서 의식불명..
그동안 6차례 내시경으로 잘못 자른곳을 잇는 수술 (5번실패, 6차에 성공)
일주일에 2번씩 3시간동안 혈액투석
온몸에 박아놓은 튜브가 10개정도..
두달조금 넘을동안 물한모금 곡기하나 없이 삼.. 모든건 영양제링겔과 코튜브에 물..)
175cm에 95kg정도 나가던 거구가... 60kg까지 빠짐..(지금은 다시 돼지로 돌아옴)
배를 갈라서 수술했는데..이게 잘 봉합이 안되서 ... 열어놓고 있었..
 정도 였슴....

그렇게 있다가 3달정도 지나고 다시 1병원으로 돌아왔슴.  보상이나 그런건 모두 좋게좋게 끝나고 나도 몸이 상당히 괞찬아 져서 1병원 원장님이 자기네 병원에서 몸조리하라고 하셔서 돌아옴. (하필 신해철씨사고가 난지 얼마 안됬을때 사고가 난거라 좀더 챙겨준건지도 모름..)

여튼 ...서론이 겁나 기네요... 
  어쨋든 이제 몸이 많이 괞찬아져서 이제 통원치료만 조금더 받으면 끝나는 상황이라 한국 친척집에서 잠시 있으면서 왔다갔다하기로 함..
그런데 이때 나머지는 좀 멀쩡해졌는데.. 제일 큰 문제는 4개월을 누워만 살아서.. 온몸에 근육이 죄다 퇴화해버린게 문제... 병원에 있을때 재활훈련도 하고 하긴 했지만 이게 아직은 문제가 좀 있었슴.다리는 움직이는데 발목이 축 늘어져서 안 움직이는거임.. 그래서 제대로 걷지를 못함
... 그래서 퇴원하기전에 발에 보조기를 사서 참..(프라스틱 쪼가리 두개에 40만원!!! 살면서 제일 비싼 신발 신어본 거임....신발안에 신는거긴 하지만.)  그리고 병원침대가 아시다시피 좀 구리다 보니 어깨가 맛이가서 오른쪽 팔이 제대로 안 움직임..

그래서.. 왔다갔다하면서 통원치료를 받음. 근데 친척동생이 보통은 자기차에 태워가고 태워오고 하는데... 하필 회사에 일이 터져서 그날따라 나 혼자 가야되는 상황!!! 

일단 나가서 버스를 타 보기로 함! 난 한국의 저상버스? 저승버스? 여튼 그... 문턱 낮은 버스를 꼭 타보고 싶었슴... (아.. 위치는 대구)

허나.. 시간표를 보니 그걸 타면 시간에 못 맞춤.. 결국 발에는 보조기구, 한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으쌰으쌰해서 일반버스를 탐, 타면서 아저씨한테 초행이라.. 역에 도착하면 말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한국버스 좀 짱인듯.. 어우 역마다 나레이션이 나옴!) 당당하게 지팡이를 달달달 떨면서 짚고, 보폭 10cm로 노약자석에 가서 앉음. 처음엔 거의 비었었는데 하교시간이었는지 애들이타고 시장통에서 어르신들타고 뭐 이렇게 해서 버스가 좀 미어터짐. 난 노약자석에서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자리양보하는걸 흐뭇하게 지켜보며 가고 있었는....데!!!!

내 옆에 어떤 할머니가 슬쩍 서심.. 그때 내 복장으로는 내가 장애가 있는지 몰랐을거임.. 보조기는 바지속으로 들어가서 안보이고 지팡이는 벽쪽으로 걸쳐놔서 잘 안보였슴. 거기에.. 4달을 병원에서 햇빛도 못보고 있었다고 해도... 스쿠바 다이빙하면서 6개월 넘게 거의 매일 바다에 하루종일... 그것도 이 더운 나라의 땡볕에서 있었으니... 그 피부색은 자기 클라스를 지키고 있었는데다... 본인 머리가 심하게 곱슬임.. 살면서 파마는 근처에도 안갔지만 사람들이 왜 너는 맨날 파마머리만 하냐고 물음..

여튼 난 나 자신에게 당당했으므로 음악이나 좀 들어볼까 싶어서 이어폰과 핸드폰을 주섬주섬 안주머니에서 꺼내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함.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할머니 얼굴이 뻘겋게 되심. 피곤하신가 싶었지만 나도 내 코가 석자임... 그래서 그냥 친척동생한테 나 픽업은 혹시 될까 싶어서 문자를 칠려고 폰을 켜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나한테 소리치기 시작함.

그걸 요약하면
"젊은 놈이 옆에 사람이 이래 사람이 옆에서 힘들다 그러는데 지 할일만 하고 앉았냐"
"동남아사람 같은데, 동남아 놈들이 이래 예의가 없다" (이 말 듣고 그 할머니 얼굴을 계속 빤히 쳐다보기 시작함)
"일하러 왔으면 예의는 지켜야지"
"한국 애들은 알아서 자리 저래 비켜주는데 동남아 놈들 버르장머리가 저래 없다"

대충 점점 인신공격들어옴..저런말을 좀더 조리없고 장황하고 화난 목소리에 사투리를 섞어서 5분가까이 들었슴. 이 할매 외국인노동자한테 뭐 억울한일 당하신거 있나 싶었슴...
 
듣다 듣다 짜증이 나서 걍 너 앉으세요라고 할려고 일어날 채비를 함, 병원은 아직 좀 멀었슴

발에 바짓단을 무릎까지 올려서 새하얀 나의 보조기의 끈을 고쳐매고
지팡이를 꺼내서 주섬주섬 바닥에 짚고
목에있는 혈액투석했던 자국 (이거 진짜 오래가네요)에 붙여놨던 반창고떼고
달달달 떨면서 낑낑 소리내며 일어난후
약 3개월가량 코튜브를 끼워놔서 맛이간 목소리로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한후

줬나 멋진 타이밍에 버스 기사 아저씨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거 못 버텨서 그대로 "쿵"하고 자빠짐..
그리고 그때 자빠지면 혼자 못 일어날 때라서 옆에 학생 팔걸이 붙잡고 낑낑대는걸 보다못한 훈훈하게 생긴 남학생 둘이 도와줌. 

그리고 옆에 어떤 학생이 자리 양보해줘서 거기 앉아서 감..

버스안의 시선은 모두 할머니에게 집중.
할머니 얼굴이..... 사람 얼굴이 시퍼래진다는게 저런거구나했슴... 그런거 처음봤슴.

그 할머니 뒤에 어떤 영감님이.."거 청년이 많이 아파서 노약자석에 있었구마, 물어나보고 자리 달라카지"라고 막타 치심..
할머니 ..나 내릴때까지 고개 푹 숙이고 계심.... 


내리기 전에 그 훈남 학생들한테 고마워서.. 언제 나 있는곳 놀러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내 명함 줬었는데.... 다음달에 여기로 놀러온다고 티켓까지 끊었슴...군대가기전에 해외여행가고 싶어서 온다는데... 뭐하고 놀아줘야 하지......바다에 호핑이나 가야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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