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왕따로 자살한 여학생 글 댓글을 보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느니, 여자들 뒷담화는 무섭다느니 하는 말이 있더라구요.
저도 대학교 1학년때 뒷담화를 당한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여자들이 아닌 남자 선배들과 남자 동기들끼리 몇몇이 모인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뒷담화가 발생하게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약간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대학에 왔으니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저한테 카톡하고 말을 거는 모든 대학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답장해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선배든 동기든 가리지 않구요. 얘가 나한테 호감이 있나? 라고 느낄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저는 생각했지만, 그 중에 한 남자애는 그렇지 않았나봐요..
학교와 집이 멀던 저와는 달리 학교와 집이 가까워서 선배들과 동기들과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할 수 있었던 그 남자애(A라고 칭하겠습니다)는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술자리에서 저와 썸을 타고 있다고 공공연하고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전혀 아니었어요. 저는 그 당시 다른 교양과목을 함께 듣던 다른 과의 남자애와 친해져서 거의 사귀기 전의 그런 단계였어요. 저는 몰랐지만, A는 지속적으로 저랑 친한 남자선배나 친하지 않은 남자선배들 그리고 동기들에게 저와 썸을 타고 있고 잘되어 가고 있다. 곧 사귈거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저는 A랑 밥 한 번 같이 먹어본 적 없거니와 카톡이 아닌 현실에서는 실제로 얘기도 몇 번 해보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가 다른 과의 그 남자애와 결국 사귀게 되자 A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울면서 어장관리를 당했다고 얘기했대요. 그리고 그 이후 2차의 술자리에서 남자 선배들과 몇몇 남자 동기들이 제 욕을 했다고 합니다. 성적인 것을 포함해서요.
제가 이걸 알게 된 건 그 술자리에 있던 동기 중 한 명이 저랑 친한 남자애였어서에요. 그 술자리가 있었던 날의 다음날 뜬금없이 저에게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더니 조용히 가르쳐주더군요.
A가 이렇게 얘기하고 다닌다, 너는 알고 있었느냐. 선배들하고 동기들이 너더러 어장녀 걸레녀 밝히는 여자애라더라. 생긴거 보니까 남자 밝히게 생겼다 사이즈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거기서 아니라고 걔 그런애 아니라 하긴 했는데 너 정말 그랬느냐고. 정말 A를 어장한거냐고.
사실 더 지나친 말도 있었지만... 네 아무튼 이런 얘기였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무슨소리냐고 나는 A랑 얘기도 제대로 해본적 없다고 너도 알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그 동기 남자애가 그럴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 있던 남자선배나 동기들은 저랑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를 전혀 모르던 그러니까 일면식도 없던 선배들 동기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렇게 뒤에서 성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욕한거에요...
저는 그 이후로 과의 남자들과는 얘기를 섞지 않았습니다. 친하게 지내지도 않구요. 배신감이 좀 컸었나봐요.
그러나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저는 남자들 모두가 뒤에서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 성적인 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자를 혐오하거나 남자들은 다 이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A와 그 선배들 동기들이 쓰레기라서 그런거지, 그 사람들이 남자라서 쓰레기인건 아니니까요.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바에 의해서 사고방식이 굳어진다고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자들도 질투하고 남자들도 뒤에서 욕합니다. 여자들끼리 모인 동아리에서 군대식으로 군기를 잡는 곳도 있구요.
남자라서, 여자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그 집단이 잘못된게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횡설수설 글이 길었습니다. 누가봐도 가해자 그 사람 자체의 잘못인데 툭하면 성별 싸움으로 번지는게 마음이 아파서 적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