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계의 2대 병맛전설 아준전차가 장안의 화제더군요. 그래서 아준 전차에 대하여 쓸까 하다가 시대상 또다른 병맛전설인 2차대전 일본 전차에
대해서 먼저 보는게 맞는것 같아 급 주제변경을 하였습니다.
굳이 밀리터리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많이 아시는게 아준전차와 일본전차의 전설인데요.
사실 그 내막을 자세히 아시는 분은 많지 않으실듯합니다.
2차대전의 일본 전차는 처음부터 병맛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이 1929년 최초로 개발하여 전력화한 89식 전차의 스펙을 보면 57mm 포신과 최대 17mm의 장갑, 그리고 25km의 최고 시속을 내는데
이는 당시의 수준으로는 뛰어난 전차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세계적인 수준에는 근접한 수준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영국제 빅커즈 전차나 프랑스제 르노 전차를 수입해 여기저기를 모방해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거기에 1930년대에는 전차의 전술교리는커녕 전차의 성격 자체도 정립되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하면 89식 전차가 나름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보면 맞을 것 니다.
그러다 보니 89식 전차의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일전쟁에서의 활약은 정말 거의 신급에 필적했습니다.
<우오오 다 덤벼! 기관총탄 따위는 씹어주마!>
대전차 화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전차 자체도 거의 없는 중국군을 상대로 89식 전차는 종횡무진 전장을 활보 했고 심지어 일부 전차는 무수한 총탄 자국을 남긴채 일본 본토로 송환되어 일반에 전시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으니 기존에 예상했던 임무를 나름 완벽에 가깝게 수행한 89식 전차를 본 일본군은 크게 만족하여 기존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차기 전차인 97식 전차를 개발하게 된겁니다.
바로 전차를 상대 할 수 없는 일반 보병지원용의 움직이는 토치카 컨셉의 전차라는 한계-_-;;;
기동력이나 방어력은 올랐지만 무장은 그대로 두고 차기전차를 개발한겁니다. 이건 뭐 개발이라고 하기보다 개량에 가까운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일본군의 생각은 바로 처참한 결과를 냈으니 바로 할힌골 전투(일본명 노몬한 사건)에서의 대패입니다.
(그것도 그냥 대패가 아닌 전투 후 소련과의 협정에서 소련이 주장하는 국경선의 대부분을 그냥 수용해야 하는 대패 of 대패)
1939년 국경이 애매한 당시 만주와 소련의 국경지대에서 일부 몽골군 기병들이 할하강을 건너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를 불법월경으로 간주한 일본군
은 즉시 대응에 나서 충돌이 시작되었는데..문제는 당시 몽골은 소련의 보호국으로 상호원조조약을 맺은 상태였다는것입니다.
충돌이 시작되자 소련은 즉시 군대를 투입했고 여기서 89식 전차는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납니다.
89식 전차가 미친듯이 쏘아대는 57mm 저압포는 소련의 BT전차 겉에서 열심히 터질뿐 도저히 관통하지를 못한 반면
BT전차의 45mm 고속포에서 쏘는 철갑탄은 간단히 89식 전차를 관통해 버렸거든요. 그것도 압도적인 사거리로요.
처음부터 전차를 상대로 싸울거라는 생각을 못한 89식은 철갑탄이라는 탄종 자체가 준비가 안되어 있었데다 그나마 신형이라는 97식은 당시 할힌골에 딱 4대뿐이었습니다.
물론 89식이 개박살이 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일본군이 아주 당한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89식이나 97식이 아닌 95식 경전차가 활약을 하기도 했죠. BT 전차의 방어력도 크게 좋은 편은 아니라 95식 경전차가 최대한 근거리에서 붙어서 쏘면 뚫리긴 매한가지였거든요.
이렇듯이 할힌골 전투는 일본군에게 상당한 교훈을 줬지만 일본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 교훈을 간단하게 씹어버립니다.
그렇게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벌어졌고 동남아를 공략하기 위해 일본 기갑부대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에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대전차무기도 전차도 부족한 연합군을 승승장구 일방적으로 바르며 신나게 돌격했습니다.
하지만 연합군측에도 부족하지만 소수의 전차는 있었고 이 전차들에 일본군은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89식과 97식은 물론 할힌골에서 소련의 BT전차를 잡아본 경험이 있는 95식 전차의 전차포를 모두 튕겨버리고는 역으로 일본군의 전차를 다 발라버리는 괴물같은 중전차가 등장한것입니다.
하지만 수적으로 압도적인 일본군 전차 앞에 이 중전차는 곧 무릎을 꿇었고 이 전차 앞에 소름끼치는 충격과 전율을 느낀 일본군은 곧 대책마련에 들어갑니다.
(아 참고로 그 괴물 같은 중전차의 정체는 M3 스튜어트 경전차랍니다*^^*)
급히 대책을 찾던 일본군은 곧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47mm 1식 대전차포를 전차에 달아 "97식 개"라는 전차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1945년 필리핀 전투에 데뷔시키죠. 실제로 이 1식 전차포는 M3를 가볍게 뚫는데 성공했고 이제 연합군의 전차따위는 무서울게 없다며
안심하죠. 그리고 기존의 전차를 모두 개형으로 개조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이제 상당수의 97식 전차가 개형으로 개조되자 일본군은 안심하고 작전을 진행하는데.......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진짜, 레알, 괴물 같은 중전차가 등장한것입니다. 기껏해서 개발한 1식 전차포의 포탄을 모두 무력화시키고 멀쩡하게 돌격하며 단 한방에 97전차를 고철로 만들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전차가 등장한겁니다.
엄청난 충격과 패닉에 빠진 일본군은 자신들이 노획한 연합군의 중전차(라고 쓰지만 실제로는 M3 경전차다)를 투입하지만 이 전차 앞에는 모두 개박살이 나고 말았으니..이 전차의 정체는 M4 셔먼이었습니다..-_-;;
유럽에서는 티거와 4:1로 싸워야 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허약한..티거와 1:1 부딪치면 도망쳐도 군법에 회부하지 않겠다던 말 그대로 질로는 안되니 양으로라도 밀어붙힌다는 셔먼인데..거참..
<호랑이 형님 피해서 태평양왔다^^)
거기에 문제는 셔먼만이 아니었으니 일본군 전차의 장갑이 워낙 얇다보니 운이 좋으면 50구경 중기관총에 뚫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95식 경전차의 경우 가까이 붙어서 소총이나 경기관총을 쏘면 관통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장갑이 병맛이었는데 이러다보니 미군 병사들은
일본군 전차를 만나면 굳이 셔먼을 부르지 않고도 요리가 가능했습니다. 장갑이 이 지경이니 뭐 바주카 한방이면..-_-;;;
일본군 전차의 병맛전설의 시작점이죠-_-;;
이런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앞에 1944년 필리핀에서 일본군 기갑부대는 말 그대로 녹아내렸고 일본군은 "다 나가서 죽어!!!"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약한 전차포라도 근거리에서 측면을 노리면 셔먼도 뚫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문제는 쏘고나서였습니다.
근거리까지 접근하여 쏘면 뭐합니까 미군이 바보도 아니고 뒤에서 바로 후속사격이 날아오는데...그러면 쏘고 죽으니 진짜 죽으라는 소리였습니다.
다른 나라였다면 "미쳤냐?"라는 말이 나올법한 명령이었지만 반자이 돌격과 카미카제의 나라 일본군은 그대로 따랐으나..곧 한계에 부딪칩니다.
그러자 남는것은 보병뿐...똥군기의 일본황국군은 보병이 대전차폭약을 지고 자살하는 공격을 시작했으니 차라리 이게 더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전차는 아니고 장갑차입니다~ 오해금물! 그래도 뭐 전차나 장갑차나...뭐...>
물론 일본에도 정신줄 제대로 붙잡고 개념을 챙긴 인간들이 있어서 부랴부랴 차기전차 개발에 들어갔지만 이미 이 시기 태평양의 태반은
미군에 의해 수복된 상태였죠.
이에 나름 결전의 무기로 5식 중전차까지 개발에 들어가지만 그나마도 그 시점에 미군의 최신전차인 퍼싱과 비교하면
움직이는 관짝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나마 최신이라는 5식 중전차는 프로토 타입 단계였고 그 전의 4식 중전차는 주포가 88mm로 봐줄만한 수준이었으나... 전면장갑이 최대 110mm에 달하는 퍼싱에 비하면 확실히 열세라는거~
거기에 이미 미국은 1000대가 넘어가는 퍼싱을 배치완료한 상황이었지요. 즉 질로나 양으로나 모두 안되는거죠~. 다행이 그 전에 전쟁은 끝나고 일본군 전차들 움직이는 관짝이 되는 운명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2차대전 내내 독일군 전차만 만나면 공군!!만 소리 높여 외친다는 셔먼조차 일본군 전차앞에서 기세등등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일본군 전차의 병맛 전설의 실체입니다.
시간되면 다음편은 밀리터리 전차계 손뽑히는 병맛 중 나머지 하나인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전차 인도의 아준전차에 대해서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인터넷과 책 등 각종 자료를 종합해서 씁니다만..틀린 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 발견하시면 댓글로 수정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