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에 대해 다루지만
그동안 이작소를 쓰면서 늘 말합니다.
제 주관입니다.
참고할 순 있어도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0. 인간
창작자에게 있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다시 손대는 것은 큰 고통입니다.
애니역사의 산증인인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는 건담에 아주 질려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완성된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는 많은 논란과 의문이 남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예전처럼 파고들기 보다는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규네이가 거기서 왜 얼탔는가
퀘스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이유라던가
하사웨이는 죽일놈이라던가
벨토치카 칠드런의 관계라던가
작품 외적인 배경이라던가
뉴타입이 어쩌고저쩌고...
다 빼고 오로지 샤아와 아무로, 이 둘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렵니다.
그러므로, 역습의 샤아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딱 2장으로 요약해봅시다.
아무로 : 인간의 지혜로 그런 것쯤 극복할 수 있어!
샤아 : 그럼 지금이라도 그 바보들에게 지혜를 주는 게 어때?
인간의 가능성
인간의 지혜일까요?
인간의 한계일까요?
1. 지구의 실체
우주세기 건담의 '지구'는 소위 엘리트만이 거주 가능한 장소였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구는 우주를 지배하는 중심이자 권력과 부의 중심이니까요.
그런 상황이라 이전 시리즈에서도 연방 고위층은 질량병기를 떨어뜨려주는걸
오히려 고마워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지구연방의 엘리트들은
샤아가 운석을 떨어뜨려 지구의 인구를 줄여주는걸 고마워했습니다.
전작의 샤아는 뉴타입이라는 신인류의 가능성을 믿고 행동하는 개혁가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구연방과 함께하면서 이들의 실체를 깨닫게 됩니다.
신인류의 대표가 될 카미유의 붕괴나 여전히 정신 못차린 지구연방을 보며
본인이 직접 역사의 표면에 다시 등장하기에 이르지요.
전쟁의 원인인 지구를 쉬게하겠다.
이전 시리즈에서 지구 연방의 반대에 섰던, 그러니까 지온 공국, 데라즈 함대, 네오지온(하만) 등은
모두 연방의 체제에 반대하여 일어난 사건입니다. 지구연방 위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반체제의 성향을 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샤아는 그렇게 해봐야 변하는건 '무력시위'로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표면적으로 지구연방과 싸우고 있지만, 그는 지구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만약 샤아의 작전이 성공하더라고, 지구연방은 건재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인류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올라온다면
몇세대에 걸처 어스노이드 vs 스페이스 노이드 구도는 사라질테고
그가 바라던대로 모든 인류의 뉴타입화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겠지요.
외체제로의 개혁인 셈입니다.
2. 사회개혁
가끔 인터넷 등에서 샤아와 아무로의 구도를 통해 엘리트와 일반인의 대결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적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고민한 역습의 샤아는 전혀 그런 구도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위 장면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 샤아는 외체제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연방의 패권을 빼앗거나 전복하는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구를 박살내는것 뿐입니다. 그렇게 보면 전형적인
악당 같다는건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니 아무로의 시선에선 이전과 다름없는 사회개혁이었고
샤아는 그런 아무로의 일침에 발끈한 것이죠.
또한 아무로는 샤아와 대립하면서, 그 어떠한 사상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즉, 일반인 혹은 대중의 대표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그럴수 있냐!" 라고 설명가능한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샤아가 하는건 잘못되었다."
수준입니다.
만약 역습의 샤아가 샤아와 아무로의 사상적 대립이었다면
이는 토미노가 만들어낸 건담월드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었을 것이고
이야기 역시 재미가 없었을 겁니다.
샤아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는 작중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주변인물이나, 심지어 아무로마저 샤아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찰해야 할 것은
인간불신
인간불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야 하겠지요.
3. 왜 이걸 모르나?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
공통된 의견
"가능성"
그러나 가능성에 이르는 방법
스스로의 지혜로 도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미 한계에 봉착했는가?
인간의 지혜인가?
인간의 한계인가?
샤아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능성은 현 상황에선 한계에 부딪쳤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지난 10여년간 뉴타입이라는 인류의 혁신을 믿고
행동해왔지만, 그 시도가 여러차례 좌절되자
그는 자신이 희대의 학살자가 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합니다.
인간은 한계일까요?
아무로 역시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에 의해 강제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인간의 혁신은 인간 스스로가 이뤄내야 그때부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지요.
'누군가'가 아닌 '자기자신'이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인간의 지혜일까요?
샤아가 답답함에 내뱉은 말
왜 이걸 모르나?
인간불신에 대한 서로의 다른관점을 나타내는
역습의 샤아 최고의 명대사입니다.
사회개혁이 어쩌고,
인간의 믿음이 어쩌고 해도
이 작품 내에선 저 한마디에 모든것이
함축되어 담겨있습니다.
음...
까먹을 것 같으니 한 번 더 생각해봅시다.
인간의 지혜인가?
인간의 한계인가?
& 시간을 넘어서
잠시 시간을 넘어봅시다.
저는 "라라아는 내 어머니가 되어줄 여자였다!" 라고 외치는
샤아의 대사가 왜 명대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로도 샤아를 속좁은 남자라고 일갈을 날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명대사는 아닌데 현실을 100%반영한
대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속좁은 사람, 현실에 많거든요.
현실은 이보다 더 다양한 사람이 많지요.
토미노의 건담시리즈는 그 많은 인간군상을 담았기에
더 재밌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것 같습니다.
오늘도 인간의 지혜와 한계 사이에서
제 생각을 가늠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