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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고파서...시험에 미친 15년세월...
게시물ID : humorbest_111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험대박
추천 : 42
조회수 : 1723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10/22 18:43:33
원본글 작성시간 : 2005/10/21 12:14:21
1991년, 92년…2005년 것까지, 잃어버린 한 개를 제외한 29개의 수험표. 모두 14년 전의 증명사진이 붙어 있다. 홍순혁(78) 할아버지. 그는 30수(修) 끝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보일러취급기능사 2급 자격증 시험에 지난 4일 합격했다. 올해 560여개 기능사 자격증 응시자 200만여 명 중 최고령(最高齡) 합격생이다.

“아들 낳은 것보다 더 좋아. 죽기 전에 합격 못하나 싶었어.”

서울 구로구의 한 버스 종점, 골목길 끝 허름한 연립주택 2층. 18평 남짓한 곳이 홍씨와 부인 이병재(73)씨의 거처다. 거실엔 TV도 없이 앉은뱅이 탁자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다.

홍씨가 “내가 이걸로 15년을 버텼지”라며 참고서를 들고 나왔다. 낱장이 너덜너덜해 검은색 테이프로 꽁꽁 싸맨 보일러기능사 기출문제집 4권(한 권당 300여 쪽). 이틀 건너 24시간씩 근무하는 수위 일 때문에 학원은 꿈도 못 꿨다. 책장을 넘기는 귀퉁이마다 새까만 손때에 절어 있다. 스파일러, 브르돈관, 유압식 밸브, 증기트랩 등등 보일러 용어들은 하나같이 외래어 일색. 영어는커녕 한글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홍씨는 “처음엔 뜻도 몰랐어. 손으로 쓰면서 외우고, 힘이 빠지면 입술을 달싹거리며 속으로 되뇌었어”라고 했다.

왜 이런 ‘고행(苦行)’을 했을까. 홍씨는 “공부가 고파서…”라고 답했다.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홍씨는 일제시대 때 초등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 배운 말이라고는 일본어뿐. 해방이 되고서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느라 학교엘 못 갔다. 22살이 되던 해 겨우 들어간 중학교를 6개월쯤 다녔을 때 6·25전쟁이 터졌다.

공부에 대한 미련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구멍가게, 비단공장 직원, 관리실 수위로 일하며 먹고살기 바빴어도 ‘학업의 꿈’은 결코 식지 않았다. “60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마음이 초조해졌어. ‘이러다 죽을 때까지 연필 한번 못 잡아 보고 죽는 건가’ 싶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38선 너머 고향은 꿈에서라도 가겠지만 공부는 해보질 않아 꿈도 못 꾸잖아.”

63세가 되던 1990년, 홍씨는 40년 만에 다시 연필을 잡고 책상 앞에 앉았다. 서울 평창동 빌라에서 관리실 수위를 하며 고장난 보일러를 가끔 손봐주던 홍씨는 기왕에 전문적으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선풍기나 에어컨이야 고장나도 견디지만 보일러 고장나면 추워서 못 견디잖아. 허허….”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액체의 비중은 어떤 물질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 ‘효율이 75%인 보일러에서 발열량 4500㎉/Nm3인 도시가스를 250Nm3/h 사용하는 경우 보일러 수에 전달되는 열량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제 투성이였다. “고등학교까지 마쳤으면 다 알 것을 내가 발열량이 뭔지 ㎉가 뭔지 알아야지. 그래서 하루에 50~60페이지씩 무작정 외워댔어.” 집의 낡은 기름보일러도 요리조리 뜯어냈다 끼웠다 하기도 수백 번. 책을 통한 이론공부와 보일러 분해를 5~6년쯤 하고 나니 ‘아, 이게 온수라인이고 이게 순환파이프구나’ 하는 감이 왔단다.

새벽 5시반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7시에 퇴근하고도 틈만 나면 책을 펼쳤다. 자다 깨면 일어나 책부터 들고 앉았다. 그러나 필기시험만 22번 떨어졌다. 그때마다 부인 이씨는 “늙은이가 잠이나 자야지, 돈 못 버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뭔 공부냐”며 책을 보따리에 싸 장롱에 숨겼다. 서로 투닥거리기 일쑤였다. 자식들도 “몇 번 시험 보셨으니 소원 풀었다 생각하시라”고 말렸다. 가족들 몰래 시험 접수를 하러 가기도 한 홍씨는 그럴수록 기를 쓰고 매달렸다. 2003년 10월, 드디어 필기시험에 붙었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인 이 시험에서 63점을 땄다. 분해된 보일러, 파이프 라인 등의 사진을 보며 10문제를 1시간 안에 적어 내려가는 실기시험은 7번 만에 합격했다.

앞으로 보일러기능사로 일할 계획이냐고 묻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난 공부가 좋아서 한 거야. 시험 보는 것도 좋았고 떨어져도 좋았어. 연필을 쥐고 무언가를 쓰는 게 무척 신났지. 기왕에 자격증도 땄으니 그동안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준 동네 주민들 보일러나 잘 고쳐줘야지.” 홍씨는 “90세가 되기 전까지 또 무얼 공부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에겐 30번의 실패가 결코 고행이 아니었다.


진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학교를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돈 있으면 기부입학이나 해외 잠시 나갔다가 특별전형으로 학교가고, 
돈 없으면 고등학교도 나오기 힘들고,

일부 대학교는 재벌들과 권력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
돈만 내면 졸업장을 주고, 교수들은 학생들 등처먹고, ...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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